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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경북 영주여자고등학교 ‘ISM 프로젝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동아리로 1인1색 꿈을 디자인하다

글_ 박길자 객원기자

 

영여예술제 때 영어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영어연극반 G.N.P

 

  “슬픈 동영상을 보면 어두운 색깔, 예능 본 후엔 밝은 색깔을 선호하다니 신기하네.”
  9월 8일 오후 4시, 경북 영주시 영주여고(교장 김영남)
2학년 4반 교실. 심리학연구반 푸쉬케 학생들이 동아리 시간에 친구들을 상대로 한 심리실험 결과를 놓고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경북도교육청 선정 명품동아리답게 파워포인트로 ‘심리 변화에 따른 선호 색상’ 조사결과 자료를 만들어 난상토론하는 모습이 제법 진지했다. 1학년 윤채린 양은 “조향사, 심리학자 등 다들 진로가 달라 얘기하다 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방송 준비에 한창인 방송반 2학년 학생들

 


도교육청 선정 명품동아리 학교로 입소문

수학 구조물을 만드는 수학반 수(秀) 동아리

수학반 秀 학생들이 만든 수학 구조물. 단청을 그린 구테셀레이션(위)과 거울다면체


 같은 시간, 수학교과교실에선 수학반 수(秀) 동아리 19명이 5개 조로 나뉘어 수학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토러스 링부터 아이큐램프, 360 팝업다면체까지 수학 전시물을 만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모습이다. 2학년 최영은 양은 “학기 초에 1, 2학년이 2인 1조가 된 후 수학자, 수학 영화 중 주제를 정해 연구한 후 발표한다.”라며 “수학교과서에 수학자 이야기가 몇 줄밖에 없는데 동아리 시간에 수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니 좋다.”라고 말했다.
수동아리는 체계적인 활동 덕에 지난해 경북도교육청 명품동아리로 선정됐다. 지난 3월 14일 파이데이 행사를 열었고, 교외 수학체험전에서 수학 부스도 운영했다. 매달 에듀넷 티클리어 사이트에 웹매거진을 올리고, 교내 수학동아리들과 함께 수학 나눔의 날 행사도 연다.
  이날 일본문화반 토베 학생들은 애니메이션 ‘도쿄 매그니튜드 8.0’을 감상한 후 일본어를 배웠고, 경찰체험단 P.O 학생들은 동아리 홍보 UCC를 만든다며 쇼핑사이트 광고 패러디를 했다. 1학년 안유경 양은 “경찰이 돼 여자는 나약한 존재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라며 “한 달에 한 번씩 동아리 시간에 경찰 시험 준비를 위해 체력 단련을 한다. 경찰대학 진학이라는 목표가 같아선지 선후배가 죽이 척척 맞는다.”라고 자랑했다.

야외활동에 나선 미술반 미인

 

진로 적성 키우는 동아리… 지역사회와 MOU로 지원
  공립고인 영주여고는 동아리가 활발한 학교로 유명하다. 교육과정 내 동아리와 자율동아리가 각각 25개, 75개 개설돼 있다. 이 학교의 동아리 활동은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특색 있고 독특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학교교육과정인 ISM(Individual Story Making)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된다.
  김영남 교장은 “학생들이 적성과 흥미, 진로에 따라 동아리를 만들어 등록하고, 부원들을 모집하고, 운영 계획도 직접 세운다.”라고 전했다. 입학식 때 강당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을 상대로 동아리 소개를 한 후 교내에 동아리 모집 홍보물을 붙이고, 학급을 돌며 홍보를 한다. 지도교사 스카우트도 학생 몫이다. 인기 교사를 상대로 “선생님, 우리 동아리 좀 맡아주세요!”라며 읍소도 한다. 또 취미 위주가 아니라 탐구 활동, 융합 활동, 나눔 활동 위주로 진로 적성을 키우는 동아리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도 이채롭다.
  학교 측은 영주향교, 영주시민신문, 영주시립양로원 만수촌,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회적 협동조합 ‘지식과 세상’, 시민단체 소백산자락길과 MOU를 맺어 활동을 지원한다. 동아리별 프로젝트 탐구대회, 동아리 중심으로 책을 읽는 777 독서활동, 인문·자연 동아리의 융합 토론대회 등도 연다.
  전교생 474명이 평균 2, 3개씩 동아리 활동을 한다. 자율동아리는 의무가 아닌데도 참여 열기가 뜨겁다. 학교 측이 “동아리 4곳 이상 가입 불가” 원칙을 정해둘 정도다. 동아리별 제한 인원은 10명. 1지망에서 탈락하면 2지망으로 넘어간다.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동아리는 면접도 본다.
  교과목부터 진로, 시사, 문화예술과 연계된 동아리까지 다종다양하다. 생물실험반 ‘두더지’, UCC 긁적긁적, 영여건설, 건축학개론 등 이름도 톡톡 튄다. 특히 4개고 연합동아리인 영주시청소년도시참여단 활동이 주목할 만하다. 학생들은 소도시 재생 활용 방안이나 녹색농심인삼마을, 선비촌 등 체험학습지와 교과를 어떻게 연계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영어연극반 G.N.P는 학생들이 영여예술제 때 무대에 올릴 영어연극 대본을 직접 창작할 만큼 실력파다. 2학년 송민경 양은 “영어를 잘한다기보다 영어에 미친 애들”이라며 웃었다.

 

동영상 촬영을 앞두고 회의에 한창인 방송반 1학년 학생들

영어신문을 읽는 영자신문반 영여헤럴드

 

학생이 주도하는 힘이 성공 비결
  영주여고는 지난해 경북도교육청 일만 동아리 활동 최우수교로 선정됐다. 도교육청 일만 동아리 사이트에 학생들이 직접 동아리를 자랑하는 글을 올리는데 6개 영역별로 우수동아리를 뽑는다. 영주여고는 작년 한 해 동안 13개 동아리가 ‘이달의 우수’ 동아리로 뽑혔다. 그 덕에 최우수교가 됐다. 이뿐 아니다. 올 상반기에는 11개 동아리가 ‘이달의 우수’ 동아리로 선정됐다.
학교 측은 그 비결로 자율성을 첫손에 꼽았다. 동아리 시간에 교사가 들어가지 않아도 잘 운영된다. 지도교사는 최소 개입이 원칙이다. 대학 동아리 운영 방식을 빼닮았다.
  논문반 UN, 편집부, 영주시청소년도시참여단에서 활동하는 2학년 김혜원 양은 지난해 UN 친구들과 오지마을 남대리 어르신 3명을 인터뷰한 후 ‘재 너머 마을’이란 자서전을 냈다. 김 양은 “문·이과로 구분돼 있는데 사회문제를 다방면에서 살펴보는 소논문을 써보니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다.”라고 했다. 올해 친구들과 함께 일제강점기와 1950년대 근대 한옥건물이 남아 있는 후생시장 활용 방안에 대한 소논문을 썼고 곧 영주시에 도시재생 방안도 제안할 예정이다.
수동아리 문집 ‘백상秀어워즈’, 생물실험반 두더지의 ‘두더지와의 설레는 첫 만남’ 등 문집만 봐도 활동상이 짐작됐다. 수학문집 속 ‘영여로운 수학’을 보니 “‘영여롭다’는 말은 수학을 즐기며 지와 덕을 겸비한 영주여고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라며 그럴듯한 해설을 담았는데 동아리 활동만 보면 무슨 말인지 짐작된다.
  백상숙 창의체험부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15년 가량 학생들에게 자율권을 주다 보니 이제는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선·후배가 멘토와 멘토로 서로 힘이 돼 주니까 100% 자율 운영이 어렵지 않더라.”라며 뿌듯해했다.

 

   간호봉사반 힐링

수학 구조물을 들고 환하게 웃는 수학반 秀 학생들

   

동아리 문집

망원경을 조립 중인 천체관측반 SP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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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숙 교사의 동아리 지도  Tip

“교단에서 학생참여형 수업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동아리 활동에서 자율성을 보장해주니 효과가 크더라고요. 창의성과 협동심, 배려가 길러져요.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기초체력을 기르는 시간이죠.”
백상숙(43) 창의체험부장은 자기주도적 동아리 활동에 대한 믿음이 뚜렷했다. 이 학교 36회 졸업생으로 모교에 부임한 그는 최지민 기획 담당 교사와 함께 동아리 운영에 열정을 쏟고 있다.


① 100% 자율권을 줘라
각 동아리마다 한 해 활동을 촬영해 10월 중순까지 UCC를 내도록 했다. 내년도 신입생들에게 보여줄 영상이다. 학생들이 자율성을 가지면 다소 산만하고 서툴 수 있지만 효과는 더 크다.

② 활동일지를 쓰게 하라
교육과정 내 동아리든 자율동아리든 꾸준히 활동일지를 쓰게 한다. 부원들이 다 함께 써도 되고 개인별로 내도 된다. 지도교사가 한 달에 한 번씩 점검한다.


③ 진로, 봉사와 연계시켜라
여경을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 경찰체험단 P.O는 경찰서와 연계해 안전 지도도 하고, 경찰 캠프에도 다녀왔다. 백 부장은 “연말에는 진로부 교사와 동아리 학생들이 직업을 탐구하러 현장에 다녀온다.”라고 전했다.
수학과·건축과 진학이나 수학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 수학동아리는 교육 봉사를 한다. 부석사나 소수서원에 가서 역사와 수학을 결합한 중학생용 ‘매스투어’ 활동지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