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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달리는 마라톤의 힘! 대학 진학까지 잡다

글_ 서지영 객원기자

 

충북 청주 오창고등학교 ‘마라톤 그랜드슬램 인증제’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오창고등학교(교장 신우성)는 2016년 학업 중단률 7.17%에서 올해 1.9%로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마라톤 그랜드슬램 인증제’라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있다. ‘마라톤 그랜드슬램 인증제’를 기획·추진하고 있는 권은심 교무부장교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주 오창고는 마라톤 교육이라는 특화된 체험활동을 제시하는 학교로 올해로 7년째 전교에서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단체마라톤에 참여하고 있다. 마라톤 대회마다 출전하는 학생들과 제킨(가슴과 등에 붙이는 번호표)은 바뀌지만 주황색 오창고 로고가 찍힌 러닝조끼를 입고 달리는 학생들의 열정은 언제나 뜨겁기만 하다.
  오창고의 마라톤 교육은 권은심 교사가 처음 부임하던 2011년에 시작됐다. 당시 2학년 학년부장이었던 박대석 교사가 단체마라톤으로 학생들에게 용기와 자신감, 협동심을 심어주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은 권 교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의 모습으로 그 전통을 계승·발전시켜 왔다.
  “지금은 인근지역에서 오창고 하면 자연스럽게 마라톤을 떠올릴 만큼 단체마라톤으로 유명한 학교가 됐어요. 사실 이전에는 학교생활이나 학업수준 등이 부족한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로 알려졌거든요.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과 투지가 깨어날 거라고 믿었어요. 학생들에게 잠재된 정신력과 투지를 깨우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했고 그 방편으로 마라톤을 선택했어요. 학생들이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하면서 현재와 같이 정착하게 됐고 괄목할 만한 효과를 거두고 있어요.”


마라톤의 기적… 학업 중단률 1/4로 줄다
  권 교사가 본격적으로 마라톤 교육을 실시하면서 초점을 맞춘 것은 학생들의 참여였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독려했고, 또 담임교사들도 설득해 학생들과 함께 달리면서 소통하도록 유도했다. 권 교사의 열정이 통한 것일까. 회를 거듭하며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의 참여도도 높아져만 갔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달리기 시작하자 교육적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정 먼저는 학생들의 학업 중단률이 눈에 띄게 줄었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올해로 7년째 단체마라톤에 참여하고 있다


  “같은 반이었지만 그동안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함께 격려하면서 완주하니까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끼리는 땀의 우정이라고 말해요.” 2학년 최민하 학생의 말이다. 함께 달리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를 얻었고,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생겼다. 또 옆에서 함께 걷고 달리기를 반복하며 학생들과 보조를 맞추는 담임교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서 덩달아 상담도 이뤄졌다. 친밀감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뿐만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유형의 마라토너들을 만나면서 소통하고 학교 울타리 밖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쌓을 기회도 얻었다.
  올해 오창고의 학업 중단률은 1.9%, 전년 대비 4분의1 수준이다. 그만큼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음을 반증한다.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학생들과 이덕찬 교감(맨 오른쪽), 김진호 코치(맨 왼쪽)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라톤 대회 우승상금 기부로 인성 UP

 

마라톤 대회 수상 메달과 트로피

학생들은 마라톤을 ‘땀의 우정’이라고 부른다


  이제 다음 단계는 가치 부여였다.
  “그냥 달리는 것보다는 달리면서 또 다른 가치 있는 일을 한다면 학생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를테면 기부와 나눔 말예요.”
  권 교사의 말이다. 즐겁게 달리다보니 입상을 하는 학생도, 상품을 받는 학생들도 늘어갔다. 권 교사와 학생들은 그렇게 받은 상품으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다가 학교 인근 100여 가구에 쌀 한 포대와 김장 한 박스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권 교사가 제안한 ‘달리기를 통한 기부’는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으로 이어졌다. 받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이 나눔의 즐거움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권 교사는 “상금으로 탄 쌀과 김치 등을 전달하러 갈 때면 학생들도 자랑스러운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싱글벙글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며 “학교생활도 이전보다 훨씬 활기차졌고, 자긍심이 학생들 마음에서 움트기 시작한 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이 같은 교육적 효과를 실감하면서 올해부터는 모든 마라톤 대회를 분석해 ‘기부 및 지원’의 취지가 있는 대회만을 선별해 참여하고 있다. 4월 9일 ‘핑크런마라톤 대전대회’에는 학생 91명이 출전해 ‘유방암 환우돕기’에, 5월 14일 ‘유관순평화마라톤대회’에는 116명이 출전해 ‘위안부할머니 지원사업’에 참가비를 기부하며 마라톤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명문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다
  오창고에서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마라톤 그랜드슬램 인증제’는 10km 마라톤을 연 3회 이상 완주한 학생에게 학교장 상을 수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만 해도 벌써 3회의 마라톤을 완주하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학생수가 80여 명이 넘는다. 이색적인 것은 교사는 물론 학부모 참여도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님이 평소에 수영이나 클라이밍 등을 즐기실 만큼 스포츠를 좋아하세요. 학교에서 마라톤 그랜드슬램 인증제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 한번 참여해 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까 부모님도 함께 뛰겠다고 하셨을 때 진짜 자랑스러웠어요.”
  2학년 김현영 학생은 지금까지 총 6번의 마라톤에 출전했다. 모두 부모님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함께 뛰어 주셨다. 달리면서 지치고 힘든 고비가 올 때마다 부모님이 손을 잡고 이끌어줘 완주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5월 ‘유관순평화마라톤대회’에서는 2주간 깁스를 해야 하는 부상을 당했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부모님의 부축을 받으며 완주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김현영 학생은 달리기를 통해 인내심과 투지라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산을 얻었다. 이는 비단 김현영 학생에게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마라톤을 즐기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학생, 교사, 학부모가 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가한 모습


  완주하겠다는 목표, 함께 뛰면서 주고받는 긍정에너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때 얻는 성취감과 자존감 그리고 투지, 이것은 ‘마라톤 그랜드슬램 인증제’가 학생들에게 준 선물이 분명하다.
  오창고는 201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3학년 143명 중 110명이 수도권과 지방 주요 거점 대학에 합격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졸업생 중 85.3%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대학진학에 성공했을뿐 아니라 수도권 중 명문대로 꼽히는 6개 대학과 울산 과학기술원 등에 입학하면서 ‘함께 달리는 것의 힘’을 입증해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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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심 교사가 전하는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  Tip

첫째, 담임교사의 협조와 학부모의 동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오창고가 이렇게 마라톤 교육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학부모의 뜨거운 응원이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학생들을 위해 오창고 학부모들은 작은 테이블에 에너지바, 빵, 우유, 바나나 등을 준비해준다. 당연히 학생들의 사기가 올라간다.

둘째, 미세먼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년간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본 결과 5월 이후의 대회나 가을에 열리는 대회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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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창체스타!

1학년 이세범 학생은 오창고에 와서 벌써 세 번이나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개인적인 호기심에 참가했는데 제 인생에서 이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완성한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더욱 성취감을 느껴요.”

이세범(1학년)


포기하고 싶은 힘든 순간이라도 잘 견디면 행복한 순간도 찾아오는 것이 마라톤과 우리가 살아갈 삶과 닮은 점 같다고 말하는 이세범 학생, 올해 오창고에 입학해서 벌써 30km를 완주했는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있을 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출전해 인내심과 근성을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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