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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신림초등학교 ‘외발자전거 타기’ 한 바퀴로 굴러가는 행복, 외발자전거

글_ 한주희 본지 기자

 

지도교사인 안광진 교사(맨 왼쪽)와 신림초 학생들

 

 

전북 고창 신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4명에 불과한 소규모 농촌학교다.
6년 전 방과후 수업으로 시작한 외발자전거 타기는 이 학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학생들의 체력은 물론, 건전한 생활습관, 학교에 대한 즐거움이 배로 커졌다.

 

훌라후프를 이용한 묘기

 

  바퀴가 하나뿐인 외발자전거는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어른조차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해야 겨우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나름의 기술을 요한다. 그런데 전북 고창 신림초등학교(교장 홍정임)에서는 전교생이 외발자전거
‘선수’다. 갓 입학한 1학년부터 맏형격인 6학년까지 외발자전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다. 뒤로 타기는 기본, 제자리 타기부터 의자 빼서 타기, 줄넘기하며 외발타기 등 묘기를 부리면서도 얼굴은 여유롭다. 흥겨운 노래에 맞춰 요리조리 장애물을 피해 S자로 타는 외발자전거는 마치 흥겨운 공연을 연상케 한다.

 

 

신림초는 전교생 34명 모두 외발자전거를 배운다

 

전교생 34명의 꿈, 외발자전거
  “올해로 외발자전거를 배운 지 6년이 되었습니다. 전교생이 배우기 시작해 고학년은 어려운 묘기를 부릴 정도로 성장했지요. 아이들이라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어른은 오히려 겁이나 타지 못하는 반면 아이들은 신나고 재미있으니 쉽게 배우고 기술도 빨리 습득해요.”
  홍정임 교장은 학생들의 체력을 높이고 학교생활에 즐거움을 주기 위해 외발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더불어 전교생이 34명에 불과한 소규모 농촌학교로서 읍내 학교와 견줘 경쟁력 있는 특화 프로그램도 필요했다. 외발자전거는 희소성과 더불어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 낼 수 있는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물론 고창군 내 20여 개 학교 전교생 대부분이 30~50명 내외로 신림초가 특별히 ‘작은 학교’인 건 아니지만, 교육 때문에 도시로 나가는 이들을 ‘U’턴하게 만드는 경쟁력을 하나씩 늘려야 한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2012년 여름방학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외발자전거를 시작한 후 외발자전거 타기는 이제 신림초의 대표 교육프로그램이 됐다. 류제삼 지도교사 이후로 김미진 교사를 거쳐 지난해부터는 안광진 교사가 직접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은 주 1회 방과후 수업(1학년 외발교실, 2학년 외발교실, 3·4학년 외발교실, 5·6학년 외발교실)에 참여하고,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외발자전거를 타며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다. 한 종목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가르치면서 “신림초에 가면 외발을 탄다.”는 입소문도 자연스럽게 퍼졌다. 면단위 소재 학교라 학생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귀촌·귀농하는 가족의 자녀들도 하나 둘 입학하고 있다.

 

교사들의 열정으로 6년째 시행 중
  “학생들이 균형감각과 민첩성, 집중력을 바탕으로 수없이 넘어지며 성공하는 경험을 통해 끈기와 인내력을 기르고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생활을 즐거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까요. 눈에 띄게 학생들 얼굴이 밝고 활기차졌습니다. 한 번 배워두면 취미·특기도 되고, 생활체육으로도 손색이 없죠.”
  김미진 방과후학교 부장교사는 부임 후 5년째 아이들과 함께 외발자전거 타기를 실천하고 있다. 스스로도 스포츠를 즐겼기 때문에 지도교사로 업무를 맡았을 때도 즐겁게 임했다고. 다만, 예산을 들여 초보부터 배울 수 있도록 25대 외발자전거를 구비하고, 다목적실에는 안전 바를 설치하는 등 환경은 조성했지만 지도강사를 구하긴 쉽진 않았다. 작은 시골까지 외발자전거를 가르쳐줄 전문 강사가 없어 직접 인터넷에서 찾고 배우며 아이들을 지도해야 했다. 때문에 전 교사가 보조교사로 함께 지도를 도와서야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었다.
  “외발자전거를 잘 탈 줄 아는 건 아이들뿐입니다(웃음). 함께 배우고 있지만 아이들이 더 잘 타고 있어요. 지도교사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은 열정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지난해부터 외발자전거 타기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안광진 교사의 말이다. 1·2학년은 기본 타기를 연습한다면, 3~6학년은 제자리타기, 함께 타기 등 다양한 기술을 습득한다. 특히, 1m 50cm 높이의 기린자전거를 탈 줄 아는 아이들도 고학년 중에 몇몇이 포진돼 있다.
  이를 통해 해마다 학기 말이 되면 외발자전거 공연도 펼치고 있다. 학부모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묘기를 부려 얼마 전부터는 공연 초청도 종종 들어올 정도다. 김미진 부장교사는 앞으로 학교 밖 활동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는 학생들이 배운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요양원 등에서 봉사활동 공연을 하고, 다양한 지역축제 무대에도 설 계획입니다. 외발마라톤 등 이색 교내대회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의 활동을 넓혀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도록 하려고 합니다.”

 

 

왼쪽부터 하영지 교사, 최진 교사, 오준록 교감, 진지민 교사, 김진실 교사, 강은숙 교무부장교사, 홍정임 교장, 김미진 방과후부장교사, 안광진 지도교사

 

외발자전거 타기 1등 공신! 엄마·아빠 선생님

  신림초 외발자전거 타기는 ‘엄마·아빠 선생님’의 애정과 열정의 산물이다. 지도 담당교사를 도와 전 교사가 보조교사로 나서며 아이들을 옆에서 잡아주고 챙겨주고 가르쳐준다. 지난 6년 동안 시골 마을까지 내려와 지도해 준 전문강사가 거의 없었음에도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래서 외발자전거 타기를 “교사가 꼭 탈 수 없어도 충분히 지도할 수 있다.”고 이들은 단언한다. 전 교사의 애정 어린 시선과 노력, 마음가짐은 외발자전거 타기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자 지도 노하우일 터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하영지 교사(1학년 담임) “아이들을 보면서 능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느껴요. 글쎄요. 제가 한 건 옆에서 지켜봐주고 긍정해 주는 일이었어요. 비록 제가 가르쳐 줄 순 없어도 ‘잘한다.’ ‘늘었네.’라고 얘기해주고 항상 바라봐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요.”
  진지민 교사(3학년 담임) “기술을 배우면 아이들이 자랑스러워 해요. 인터넷 게임 등을 즐기기보다 외발자전거를 타고… 교실에서도 얘깃거리가 외발자전거가 됐어요. 건전한 생활습관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으로 더 적극적으로 함께 지도하고 있지요.”
  최 진 교사(4학년 담임) “학교 밖에서 펼치는 공연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제는 마을과 함께 하는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800평 텃밭에서 기른 작물을 판 수익금으로 기부를 하면서 외발자전거 공연으로 재능기부를 실천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요.”
  5학년 담임이자 지도교사인 안광진 교사는 ‘사제동행 공연’을 생각 중이다. “외발자전거 타기를 함께 배우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연습하고 기술을 익혀서 공연무대에 함께 서고 싶습니다.”

 

 

 

외발자전거 스타

  노이주 양은 2학년 때부터 시작해 빠르게 기술을 습득했다. 3년간 뒤로 타기, 아이들링, 안장 위에 올라타기 등도 능숙하게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노 양은 “외발자전거 타기를 처음으로 성공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배우는 과정은 힘들어도 막상 성공하고 나면 쉽고 재밌다.”고 말한다. 옆에서 지켜봐준 선생님을 보면서 사제 간 정도 돈독해졌다. 무섭고 두려울 때 든든하게 옆을 지켜준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옆에서 손을 잡아준 선생님이 기억이 많이 납니다. 이제는 저도 잘 탈 수 있게 됐어요. 외발자전거는 중심 잡는 게 어려워도 노력하면 누구나 잘 탈 수 있어요.”

  6학년 유경학 군은 올해로 외발자전거를 탄 지 3년째다. 방과후 수업시간 틈틈이 배운 기술로 뒤로 가기는 물론 몇 명만 성공한 기린자전거까지 마스터했다. 유 군은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공연무대에 자주 서면서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제는 학교가 가장 즐거운 곳이 됐다는 유 군. 외발자전거 기술을 뽐낼 때는 누구보다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제자리에 서있기 기술인 아이들링을 익히고 있어요. 조만간 성공해서 더 멋진 외발타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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