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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교훈

글_ 양지훈 안산공업고등학교 교사


선생님의 교훈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 즈음에는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을 만나곤 한다. 친구들과 만나면 학창 시절 선생님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과 수업 시간에 여러 과목의 선생님들, 교감선생님, 그리고 운동장에서 교장선생님께서 훈화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친구들과 학창 시절 선생님을 떠올리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시간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우리는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 끝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커지다가 우리 반 교실 문 앞에서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교실 문이 열리자 우리 반을 맡게 된 담임선생님께서는 밝은 미소와 함께 말씀하셨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학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출석부를 보면서 반 학생 모두와 눈을 마주치고 이름을 불러주셨다. 23번 양. 지. 훈.

 

 

꿈을 담은 학교 축구 축제
  15년이 넘은 세월이 흘렀지만 담임선생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다른 학교에서 오셨고 사회 과목을 담당했다. 아침에 등교할 때에도 수업 시간에도 종례할 때에도 항상 밝은 미소와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면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주셨다.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끝나고 학생들에게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항상 꿈을 향하여 달려갈 수 있도록 용기와 격려를 해주셨다.


  2002년도에는 한일 월드컵이 열렸다. 월드컵 기간에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열풍은 대단했다.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응원 열기는 가는 곳곳마다 뜨거웠다. 학교 안에서도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즐겁게 축구를 하면서 보냈다. 점심시간에도 학교 끝나고도 시간만 되면 운동장에 모여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했다.


  축구를 하면서 문득 학급 전체가 한 팀을 이루어 월드컵처럼 축구 축제를 열면 어떨까? 하는 꿈을 꾸었다. 축구를 통하여 반 친구들과 더욱더 친해질 기회도 가지면서 학교생활에 즐거운 행사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학생이 자발적으로 축구 축제를 개최한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학기 초에 미리 정해진 행사도 아니고, 새로운 축제를 학생들 스스로 여러 가지 준비하는 데는 시행착오가 예상되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았다.


  아쉬움 속에서 이러한 고민을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너무 좋은 생각이고, 축구 축제를 한번 열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선생님은 지훈이가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응원한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선생님의 말씀은 큰 힘이 되었고 학급 회장들과 함께 상의해서 서로 역할 분담을 통하여 월드컵 대회 기간에 학교에서 축구 축제를 열었다. 방과 후에 열린 축구 축제의 참여는 매우 높았고 학급마다 응원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월드컵 축구 경기도 보고 학교에서는 축구 축제도 하면서 매일 저녁에는 아침 일찍 학교 가기만을 기다렸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4강이라는 쾌거를 이루었고 축구 축제도 우리의 열정과 뜨거운 환호 속에서 성공리에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축구 축제를 마치고 난 후에야 담임선생님께서 도와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학생들끼리 축구 축제를 열어 축구 경기를 하게 될 경우 다칠 수 있어 주변 선생님들께서 많이 걱정하셨다고 한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주변 선생님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학생들의 안전한 축구 축제를 위하여, 축구 경기마다 나와서 운동장 시설 점검과 준비 운동 확인부터 구급약, 주변 병원 연락 등 다양한 준비를 해주셨다.

 

 

‘꿈은 이뤄진다’는 선생님의 가르침 
  담임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축구 축제를 열 수 있다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셨던 것이다. 담임선생님께서 고등학교 시절 큰 추억을 만들어 주셨다. 졸업 후에 친구들과 만나면 항상 축구 축제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축구 축제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꿈이 이루어지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그리고 학생들을 믿고 응원해주셨다. 덕분에 자신감도 생기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각오로 학교생활에 임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진로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긍정의 힘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덕분에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마음을 갖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쑥스러움이 많아 졸업식 때, 선생님을 뵙고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제대로 못 드렸다.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강당 뒤에서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박수를 치고 응원해주셨던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다.


  학창 시절 선생님의 가르침과 배움을 통하여 지금은 선생님처럼 고등학교 사회 교사가 되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내 자신에게 바라는 점은 학생들에게 꿈에 대해서 묻고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선생님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아주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언젠간 선생님께 받은 꿈이 이루어진다는 용기를 학생들에게 꼭! 전하는 교사이고 싶다.


  선생님을 떠올리면서 매 학기 시작할 때 다짐을 한다.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 꿈이 이루어진다는 말씀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학생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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