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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백 대구 혜화여고 교사 교육연극으로 수업 혁명 꿈 꾸다

글_ 김혜진 객원기자

 

  “대구교육청의 공모를 보는 순간 ‘이 프로젝트야말로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숙명적인 과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2018년부터 초·중학교 국어교과에 연극단원이 신설되고,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연극이 선택과목이 된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교육부와 대구광역시교육청 공동으로 연극교육 활성화를 위한 초·중·고등학교 연극교육 지도자료 및 우수사례집 등 총 5종의 자료집이 새로 발간됐다. 올해로 연극동아리 지도교사 31년째를 맞이한 대구 혜화여고 김종백 교사(58). 그는 이번 자료집 발간의 총괄책임 연구원으로 활약했다. 현재 대구연극지도교사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김 교사는 5년 전부터 대구지역 에듀소시오 드라마포럼을 통해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강의도 진행한다.
  “새로 발간된 교재는 이론 중심이 아닌, 교실이나 학교에서 실제 수업시간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어요. 집필진도 학교 현장에서 교육연극이나 연극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28명의 교사가 참여했고요.”

 

김종백 교사와 혜화 연극동아리 ‘유니온’ 학생들이 지난 5월 무대에 올린 뮤지컬 <왜 모를까?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의 한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혜화 연극동아리 지도교사로 30여 년 
5종의 책에는 ‘교육연극’과 ‘연극교육’의 두 축이 모두 실렸다. 교육연극이 교육을 위해 연극을 활용한다면, 연극교육은 말 그대로 연극을 위한 예술적, 미학적 가치의 교육이 주 내용이다. 교육연극과 연극교육을 두부 자르듯이 나눌 수는 없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이 두 영역은 어느 정도 중첩되기도 한다. 특히 교육연극은 포괄적 개념의 용어인 데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법들이 만들어진다. 이번 자료집에는 교사들이 수업을 할 때, 어떻게 연극놀이나 역할극을 활용하여 자기 전공 교과수업을 전개할 것인가? 또한 왜 연극놀이를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과 방법이 실려 있다.
  “유니온 4기로 활동했던 한 제자가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되어 병원의 정신과 의사와 함께 심리치료 목적의 소시오드라마, 사이코드라마를 하고 있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제가 ‘너는 나중에 아픈 사람들을 치유해 주는, 사이코드라마 같은 연극을 하면 좋겠다’고 했던 모양이에요. 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무심코 던진 그 말이 그의 마음에 콕 박혀 있었던 것이지요.”
혜화 연극동아리 ‘유니온’은 한때 활동을 중단한 적도 있다. 자녀들의 대학입시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반대 탓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김 교사의 노력 끝에 동아리는 다시 부활했다. 무엇보다 연극에 대한 열망을 키우는 학생들의 의지가 커진 데다, 그 수도 점점 늘어났다. 요즈음 혜화 연극동아리에 들어오려면 5:1의 경쟁을 거쳐야 한다. 지난 5월, 제27회 대구청소년연극제에서 혜화여고는 낭독극을 무대에 올렸다. 작품은 <왜 모를까?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이었다. 이즈음의 외모지상주의 세태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주제였다.
  “2000년에 저희 학생들이 공연한 <달래산 달래강>은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참가해 사회적인 반향을 크게 불러일으키기도 했었죠. 장애인학교 건립을 둘러싸고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에 대한 애환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었어요. 공연 후 전국의 장애인분들로부터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다는 전화도 많이 받았습니다.”

수학교사로서 30여 년을 교육연극을 위해 힘써온 김종백 교사

초·중·고 연극교육 지도 자료집 발간의 총괄책임 연구원으로 활약한 김 교사

 

 

교육연극으로 혁신적인 교실수업 모형 만드는 꿈
  김 교사는 제자였던 이용진 교수와의 만남 이후 에듀소시오드라마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수학담당 교사로서 수업시간에 종종 역할극을 접목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다. 이를테면 지수와 로그 함수관계 수업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지수’와 ‘로그’에 대한 개념을 공부해 역할극을 하도록 하는 식이다. 대학입시에 대한 중압감만 없다면, 더 이상 즐거울 수 없는 수학시간이 전개되는 것이다. 입시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재 교육연극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김 교사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는 또 좀 더 일찍 교육연극을 수학에 접목했더라면 ‘수포자(수학포기자)’는 그만큼 줄어들었을 지도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그런 만큼 그는 앞으로 교실수업의 혁명을 한 번 일으켜 보자는 꿈을 꾸기도 한다. 내년부터는 에듀소시오드라마를 위해 교육심리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도 시작할 예정이다. 좀 더 멀리는 교육연극연구소 설립도 계획 중이다.
  “앞으로 초임교사는 물론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학생들에게도 교육연극을 전파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들이 학교현장의 교사가 되었을 때 교실수업의 새로운 모형을 만들고, 또 적용시킬 수 있도록 말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즐겁고 신나는 교실수업 광경도 점차 하나둘씩 늘어나겠지요.”
  교직생활 30여 년 동안 이런저런 수상 실적이 있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상은 학생들이 시상한 ‘좌뇌 우뇌 기상상’이란다.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웬만해선 상 잘 주지 않는다면서 김 교사는 유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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