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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삶을 가꾸는 ‘참보배 교육과정’ - 경북 진보초등학교

글_ 박성환 교사  

 

가장 오래된 학교, 가장 젊은 학교
  104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 청송군 진보초등학교(교장 이성호)는 1912년 진보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이래 현재까지 12,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입니다. 하지만 경상북도의 대표적인 산간오지인 ‘B.Y.C(봉화, 영양, 청송)’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해 교원들이 매우 기피하는 학교로, 정규수업교사 14명 중 11명이 새내기 교사로 채워진 ‘제2의 교원양성소, 청송교육대학교’로 불리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가장 오래된 학교이면서 가장 젊은 학교라는 역설은 진보초등학교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진보교육가족은 2012년 학교의 100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는 작업에 지난 3년간 몰두해 왔고, 그 과정에서 100년간 축적된 학생지도에 대한 노하우와 새내기 교사의 순수한 열정, 교육적 상상력이 어우러져 창의적인 교육과정과 다채로운 교육활동이 생산되었습니다.

 

국제교류체험학습 - 중국 숙천시 실험 소학교 방문

 

 

학교교육과정의 변화를 통한 학교 혁신
  2014년 12월, 새로운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였습니다. 약 2개월의 일정으로 이전과는 다른 진보초등학교만의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TF팀을 만들고, 자료수집과 여건분석을 하였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본교는 이전까지는 학교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을 해온 학교는 아니었습니다. ‘학교가 변하지 않으면 교사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2014년 말에 처음으로 학교교육과정의 변화를 학교혁신의 밑거름이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매우 부족했던 본교는 우선 정보공시를 활용하여 교육과정 우수학교라 불리는 학교들의 학교교육과정을 분석하는 작업에 몰두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전국 약 100여 개의 학교교육과정을 분석해 본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벤치마킹 할 수 있었고, 학교교육과정 구성의 틀과 전개방식, 논리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는 작업은 약 2개월간 지속되었고, 2015년 1월 말 교직원 워크숍을 통해 최종적으로 다듬어서 약 300여 페이지 분량의 학교교육과정 책자가 완성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질문에 대한 가장 최근의 답변

  가르침과 배움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은 그것이 ‘실제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고민하고 정당화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질문은 크게 ‘세상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이론적 질문)과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실제적 질문)으로 구별됩니다. ‘실제적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며, 무슨 이유로 그 행위를 해야 하는가를 문제 삼는 질문입니다. 교육은 ‘마땅하다’, ‘바람직하다’, ‘가치 있다’ 등을 특유의 개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은 실제적 질문에 끊임없이 깨어있고 충실하게 대답하려는 노력을 가져야 합니다. 실제적 질문에 대한 논의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교육활동을 통하여 성취할 가치가 있는 것에 관해, 보다 명확한 인식을 가지게 하고, 그것에 주의를 집중하게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하는 일을 보다 정확히 구체화하고, 학교의 교육활동을 더욱 일사불란하게 구조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본교는 1912년 개교한 이래, 교명인 眞寶의 이름에서 딴 참보배 교육(참되고 보배로운 인재를 기르는 교육)을 추구해 왔습니다. 우리가 참보배 교육이 갖는 내재적 가치의 불빛을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비춰 주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가장 오래된 질문(실제적 질문)들,


   “왜 가르치고 배우는가?”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가?”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는가?”에 대해 지금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최근의 답변을 찾으려는 노력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의 실제적 질문에 대한 고민은,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속에 침전물을 남기게 되고, 이 침전물이 학교교육과정에 담겨, 보다 높은 수준의 삶을 탐색하는 공동의 과업을 만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학교교육과정을 대하는 자세이며, 이러한 내적태도에서 출발하는 본교의 참보배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삶에 닿을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거듭날 것이라 믿으며, 또한 바랍니다.

 

 

비전과 목표를 세우기 위한 고민
  교육목적의 설정은 특정의 성취나 정신 상태를 명백히 규정함으로써 ‘교육받은 사람’이라는 형식적인 개념에 실질적인 내용을 부여합니다. 본교는 일찍이 ‘교육받은 사람=참보배’라고 표현해 왔으며, 참보배 교육의 뿌리를, 학생들이 참된 삶을 가꾸어 참보배가 되어간다는 것으로 보아왔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참된 삶을 가꾼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참된 삶을 가꾼다는 말은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참된 삶의 결과적 모습을 말하기보다 그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낫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는 활동(대게는 의도된 활동)은 배움과 나눔을 통해 그들 삶에 의미 있게 자리 잡습니다. 배움은 배움의 주체인 학생들이 깊이 있는 사고의 형식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배움은 지성적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은 전인(全人)을 기른다.’는 너무나도 자명한 개념적 진리를 포함합니다. 배움을 통해 사고의 형식을 이루는 과정은 지, 덕, 체의 조화를 항시 염두하고 있으며, 동시에 폭넓은 교육활동을 요구합니다. 나눔은 배움에 비해 실천을 강조하는 과정입니다. 배움에도 나눔이 있고, 나눔에도 배움이 발생하지만, 나눔은 교육받은 사람에게 당연히 따라오는 일종의 헌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교육을 통해 일정수준의 사고형식 안에 들어 와 있다면, 그 기준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겠다는 태도와 실천과정도 함께 가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헌신이 없을 때, 사고의 형식이란 거의 무의미해집니다. 본교에서는 헌신이나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참보배’라고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본교는 참보배 교육과정의 주요한 과정적 목적을 ‘배움’과 ‘나눔’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학교교육에서 배움과 나눔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과거에 우리교육은 ‘만족지연의 논리’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미래의 큰 만족을 위해,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비록 힘들지라도 인내하자는 식이었습니다. 본교에서는 이러한 고진감래형 교육의 틀을 깨고자 했습니다. 배움과 나눔 자체가 학생들에게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배움과 나눔을 즐기는 것은 일종의 습관이자 능력이며, 이런 습관과 능력은 어릴 적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학교생활에서의 즐거운 배움과 행복한 나눔을 바탕으로 평생 참된 삶을 살게 하는 교육이 바로 참보배 교육과정이 바라는 교육의 모습입니다. 어릴 적부터 습득한 배움과 나눔에 대한 긍정적 습관과 능력은, 학생들을 참된 삶을 가꾸어가는 참보배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본교는 ‘즐거운 배움’과 ‘행복한 나눔’을 참보배 교육과정의 주요 키워드로 정하고, 본교가 바라는 교육의 목적(지표)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습니다.


  “배움이 즐겁고 나눔이 행복한 참보배가 되자!”

나라학교 가꾸기 - 독도사랑활동

 

논술평가

 

그 무엇보다 수업을 잘하고 싶은 학교
  본교에서 추구하는 좋은 수업의 형태는 학생활동중심수업입니다. 학생활동중심수업이란 ‘실제적 과제를 통해 학생들의 활동을 유도하고 이를 중심으로 학습목표에 도달하는 수업’을 의미합니다. 본교에서는 학생활동중심수업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토론활동중심수업, 협력활동중심수업, 체험활동중심수업, 표현활동중심수업, 사고활동중심수업이 그것입니다. 이상의 다섯 가지 유형의 설정은 인성교육중심수업을 학교차원에서 보다 세분화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학생활동중심수업 활성화를 위해 핵심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으며, SNS 토론과 교실토론 및 논술쓰기를 강화한 S.T.O.R.Y 토론활동중심수업,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의 유기적 연계가 이루어지는 S.E.E 체험활동중심수업 등 학교 특화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여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수업을 실천해갔습니다.


  학기말 평가가 끝난 뒤에는 학습 취약기를 극복하고 동 학년 간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학년합동 프로젝트 학습주간을 운영하였으며, 1,000자 논술평가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글쓰기 근육 단련과 비판적 사고력 증진에 힘썼습니다. 논술평가를 내실화하기 위해 ‘논제 파악방법, 6단 논법, 논술문 체계, 원고지 사용법’ 등을 지도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2015년 말에는 기초부진학생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이 1시간 동안 1,000자 이상의 논술문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수업과 평가방법 개선에 대한 고민은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 ‘수업 나눔과 성찰의 날’을 통해 전교원이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해 나갔습니다.

 

생태체험-학교텃밭가꾸기

 

SNS토론

 

 

지역친화형 소・나・무 학교 프로그램
  진보초등학교는 지역 친화형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소・나・무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인성교육진흥법의 핵심가치덕목을 중심으로 10가지 인성덕목을 선정하여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도하여, 더불어 늘 푸른 참보배들을 길러왔습니다.


  소・나・무 학교 프로그램은 ‘솔누리’라고 불릴 만큼 소나무가 유명한 청송군이 가진 소중한 유, 무형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체험중심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소나무의 각 첫 글자는 ‘소리, 나라, 무릎’을 의미한다. ‘자연과 더불어 소리학교 가꾸기’는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늘어났지만, 그러면서 점점 잊혀져가는 소리도 있다. 우리는 그 소리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마음에서 시작한 것으로, 청송군이 지닌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자연친화적인 태도를 기를 수 있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전통과 더불어 나라학교 가꾸기’는 ‘제도권 교육의 애국심 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여 지역의 전통유산인 애국충절의 문화를 활용하여 애향, 애국심을 길러 가는 나라사랑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어른과 더불어 무릎학교 가꾸기’는 ‘어른들의 무릎을 베고 시작되는 최초의 교육에 대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지역의 양로시설, 유관기관 그리고 가정과의 연계를 통해 효와 예절을 가르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진보초등학교의 소・나・무 학교 프로그램은 지역의 자연과 전통, 어른과 더불어 함께하는 체험중심 인성교육활동으로서, 느림의 미학과 애국충절, 효예절 실천의지를 길러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토론활동중심수업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 가며
  1912년 개교한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 가기 위한 진보교육가족의 노력은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2012년과 2014년, 2015년 3년간 경상북도 과학교육 실적심사에서 우수교로 선정되었으며, 2013년과 2014년에는 경상북도 사이버학습 활용 우수교에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2013년에는 제7회 교육정보화연구대회 학교경영분과에서 전국 1등급에 선정되어 교육부로부터 교육정보화 전국 최우수교 인증패를 받았습니다. 또한 2015년 제13회 전국 100대 교육과정 공모전에서는 100개의 우수학교 중 상위 15%에만 주어지는 최우수교 선정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2016년, 현재 진보초등학교 경상북도교육청이 지정하는 명품학교로서 ‘교육과정 명품화, 교실수업 명품화, 학교문화 명품화, 지원행정 명품화’를 참보배 학교의 4大 名品化 과제로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 학부모, 교원이 합심하여 나날이 진보하는 명품학교의 성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합동 프로젝트학습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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