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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이 낳은 공짜 세상, 공유의 시대

글_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겸 연수원장

 

  경제학 교과서에 보면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무슨 뜻일까. 우리는 ‘하나를 사면 하나를 공짜로 준다(1+1)’는 광고를 보고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식사를 하면 소주 한 병을 공짜로 준다는 식당도 왕왕 있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 공짜이겠는가. 자본주의 경제는 사적 소유를 기반으로 하며 모든 물건에는 이를 소유한 주인이 있다. 내 소유가 아니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남의 물건을 가지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에서 공짜는 없다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이다. 하지만 만약 소유 개념이 무너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소유의 시대는 가고, 공유의 시대가 오다
  산업혁명으로 기계화가 시작되었고 공장제 대량생산체제가 이루어지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제조업 성장도 끝없이 계속될 수는 없는 바 주기적으로 불황이 찾아오고 위기를 맞곤 한다. 그러다가 성장의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기됐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대량생산사회는 이후에 정보화혁명으로 나타난 정보사회로 이어졌다. 그 다음은 어떤 사회가 올까.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통해 현대자본주의의 위기를 예고해왔던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이번에는 『한계비용제로사회』라는 신개념을 들고 나왔다.1) 시장 자본주의는 협력적 공유사회로 이행할 것이고 기술혁신과 디지털화롤 인해 한계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계비용이란 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을 말한다. 아날로고 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아날로그 LP판 하나를 더 제작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은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감소하지만 제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 파일의 경우는 다르다. 한계비용은 복제량에 상관없이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무한대로 복제해도 원판과 똑같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며 게다가 한계비용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 기반으로 삼는 디지털 경제의 강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 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과 물리와 바이오의 융합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특히 디지털 세상과 물리 세상의 융합, 즉 CPS(Cyber-Physical system)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통적 자본주의를 떠받쳐온 ‘소유’의 의미는 점점 퇴색하고 있다. 인터넷 발달로 굳이 물건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 연결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전략가 톰 굿윈(Tom Goodwin)은 2015년 3월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기업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미디어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업체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라고 썼다. 산업화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사이버와 물리세계가 연결될 때 접속은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미래학자들은 소유의 시대는 가고, 공유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측한다. 일찍이 2000년에 리프킨은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라는 책을 발표해 소유의 종말을 예고했다.2) 이 책의 한국어 번역본 제목이 『소유의 종말』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자본주의적 소유는 필요하지 않으며 물건을 빌려 쓰고 인간의 체험도 돈을 주고 사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갈파한다. 몇 해 전 H캐피탈의 광고를 떠올려본다. 토크쇼의 전설 래리 킹이 출연해 ‘차를 타려면 꼭 사야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구매보다 리스가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리스나 렌탈은 공유경제의 일반적인 소비패턴이다. 차량 리스, 정수기 렌탈은 물론이고 이제는 침대, 안락의자, 고가의 헬스기구까지도 빌려 쓰고 있다. 법학자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는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서 쓰는 협력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방식을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고 명명했다. 물품, 생산설비, 서비스 등을 개인이 모두 소유할 필요가 없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소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융합과 네트워크의 연결
  오늘날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는 메이커운동에서도 ‘오픈소스’가 일반적이다. 접속과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오픈소스란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인터넷을 통해 무상으로 공개해 누구나 이를 사용하거나 재배포할 수 있게 한 것을 말한다. 오픈소스는 누구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를 기반으로 개량하거나 응용할 수도 있다. 디지털 융합과 네트워크 연결은 이제 세상을 바꾸고 있다. 네트워크에 접속만 하면 많은 소스코드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공유의 시대에는 많이 소유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아마도 많이 연결되고 다양하게 융합하는 것이 미덕이 될 것이다. 근대 초창기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미래에는 ‘나는 접속하고 연결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 제러미 리프킨 저, 『한계비용제로사회』, 민음사, 서울, 2014년
2) 제러미 리프킨 저, 이희재 역, 『소유의 종말』, 민음사, 서울,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