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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혁신의 시대 메이커 운동과 메이커 교육

글_ 김윤정 한국과학창의재단 미래사회인재단장

 

  최근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들이 연일 언론을 장식한다. 특히 ‘일자리’와 관련한 지표에는 이미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6월 1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10.5%에 달하고, 체감실업률은 23.2%를 기록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혁신성장을 한축으로 내세운 정부는 바로 청년기업에 청년창업 펀드 6천억 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기술기반 창업자에게는 최대 1억 원까지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도 지원한다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창업은 어렵고 두렵다. 더욱이 기술창업은 원천기술도 기업가정신 문화도 취약한 우리 국민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남의 일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기간, 통계청의 청소년의 선호직업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가 국가기관(25%), 공기업(18.2%), 대기업(16.1%)을 희망한 반면, 벤처 기업 근무를 희망하는 청소년은 3.3%에 불과했다. 이러한 정책과 현실의 괴리 기저에는 국민들의 혁신 역량 강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문화가 있고 본다. 결국 우리의 교육이 창의성과 도전정신, 즉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획기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함을 시사한다.

 

학생 주도의 능동적 교육과정 ‘메이커 교육’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으로 상징되어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세상의 모든 경계는 연결을 통해 허물어지고, 인류 고유의 영역인 창의적 성취마저도 데이터의 연결과 기계학습으로 인간과 기계 기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클레이 셔키의 말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세상의 변화는 단선적 사고를 하는 이들의 상상을 이미 넘어서 버렸다. 그렇다고 우리가 양과 속도로 기계와 경쟁할 수는 없는 일,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만났을 때는 일단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감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한 가지를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유의미한 일(학습도 마찬가지이다)로 만드는 것이 첫째이고, 유연한 사고로 변화(첨단문명)를 적극 활용하고 자신의 생각을 실제 세계에 빠르게 구현해보는 도전적 자세를 가지는 것, 나아가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어 공동의 선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가치 창출활동이 개개인의 발전은 물론, 공동체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서도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메이커 운동은 활동가들(혹은 창작자, 혁신가, 학습자)이 자신과 주변의 필요(needs)와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하고, 보다 나은 가치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을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공동의 혁신 활동이다. 혁신은 지속적인 학습과 협력을 수반한다. 따라서 메이커 활동은 참여(engagement) 과정 자체가 무형식(non-formal), 비형식(informal)의 교육이다.
  한편 메이커 활동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교육의 대명사로 떠오르는 이유는 참여자(학생)가 자기주도적으로 커리큘럼으로 구성하고 학습의 과정에서도 가치 창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다 잊어버린 후에도 남는 것”이란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그 지식들을 유의미한 자신의 경험으로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역량이 중요한 것이다.
  메이커 교육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학생 주도적으로 능동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 그 과정 중 창조적인 문제 해결과 다른 사람들과의 공동 작업에 익숙해진다는 점,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실패하고 계속 시도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 등이다. 이것이 미국 등 선진국들의 메이커무브먼트가 창업자 운동으로 진화하는 이유이다.

 

융합교육(STEAM)과 메이커 교육
  전 세계적으로 정책 입안가들이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matics) 분야를 주목하고 STEAM 교육 및 메이커(Maker) 교육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2015년 현재, STEM 관련 일자리는 8백 6십만 개 정도가 있고, 컴퓨터 관련 직업이 이 중 45%를 차지한다고 한다. 최근 딜로이트와 제조연구소(Manufacturing Institute)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제조업 분야에서는 2025년까지 3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나, 적절한 기술 부족으로 200만 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인력난에 시달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미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들은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진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 하나로 연결된 글로벌 경제에서는 플랫폼(Platform)을 장악한 소수의 사람들이 전 세계의 부를 거머쥐는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창의성과 혁신역량을 가진 핵심 인재를 키워내지 못할 경우, 각 국가들은 생존경쟁에서 집단으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심각히 느끼고 있다.
  이에 전 세계 교육 현장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소양을 키우면서 실생활에서의 문제해결력을 높일 수 있는 STEAM 교육의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여기에 첨단기술(3D프린터와 코딩)과 기업가정신을 보다 강력히 결합시키고 학교 밖 인적(메이커들) 물적 자원(메이커 스페이스와 오픈 소스, 크라우드 펀딩 등)들을 적극 활용하며 놀이와 학습, 일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이 메이커 운동, 메이커 교육이다.
  사이버와 물리 세계가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교육 역시 형식과 비형식,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긴요한 때이다. 이미 무크(MOOC)의 확산으로 지식 습득은 온라인으로도 충분해졌다. 오프라인에서의 학습은 메이커 스페이스와 같은 활동 중심 공간에서 프로젝트 기반의 협동과제를 팀을 이뤄 다양한 실습과 탐험을 해가며 진행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융합형의 경계 없는 교육 방식이 이 시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역량, 4C(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mmunication, Collaboration)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메이커 스페이스와 메이커 문화
  메이커 스페이스는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창조적인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함께 추진하며, 이에 필요한 도구(3D프린터, 레이저커터, 밀링머신, 각종 공구들)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배우며 네트워크 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메이커 스페이스는 무형식의 자유로운 공간이다.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의 학습은 재미와 몰입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학습이 진행되는 공간 결코 한가지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활동하는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열린 장소가 된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많은 이들이 격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곳,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시너지를 내는 개방과 협력 공간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시민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도서관, 박물관, 대학가, 그리고 (방과후)학교에서 앞 다퉈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고 있다.
  메이커 문화는 공유의 문화이다. 지식과 기술을 상호 배우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메이커 문화는 도전과 혁신의 문화이다. MIT의 비트와 원자 연구소(BIT & Atoms Fab Lab)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팹랩(FabLab)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모든 시도를 가능하게 해주는 제작 실험실이다. 전 세계 약 1,000여 개의 연구소에서 78개국 이상의 나라에 거주하는 전 연령층의 실험가, 전문가, 창업자들이 활발한 네트워크를 하며 다양한 실험과 발명, 새로운 도전들을 하고 있다. 이 모든 혁신의 결과물들은 공유되며 팹랩 아카데미를 통해 교육하고, 참여한 교육생 및 활동가들은 다시 관심있는 서로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협력한다.
  따라서 메이커 방식의 학습은 연령과 과목과 고정된 역할의 교사를 초월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함께하는 동료가 달라지고,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교환되며, 교사는 고정된 한사람이 아니라 선경험자인 동료와 멘토들이다. 메이커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오픈 플랫폼에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혁신을 촉진한다.
  이제 우리의 교육도 획일적으로 고정된 틀을 과감히 깨고 스스로의 참여와 적극적인 도전, 경험의 상호 공유와 피드백을 통해 발전하는 혁신과 기회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