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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 분야 미래 인재

글_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윈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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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강연을 많이 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제 강연에 들어오시는 청중 분들을 보면 중, 고등학생 층이 제일 많고 그 다음으로는 학부모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고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알고 싶어서 학생과 학부모께서 저를 찾으시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무엇을 공부해야할지 묻고 싶어서 들어오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면 매번 거의 똑같은 질문이 첫 번째로 나오곤 합니다.

 

“우리 아이가(또는 제가) 로봇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싶은데)
어떤 공부를 시켜야(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전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고 강연장엔 침묵의 시간이 잠깐 흐릅니다. 아마도 제가 정답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요? 정말 우리는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까요? 제가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 거꾸로 질문을 했던 분께 다시 질문을 드립니다.

 

“자녀분이(또는 본인이) 수학, 과학을 잘 하시나요?”

  그러면 십중팔구는 “아니요”라고 답변을 하십니다. 아마도 질문을 하신 분은 수학, 과학을 잘 하지 못하는데 로봇을 비롯한 인공지능, 바이오, 나노, 빅데이터, IoT 등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보면 수학, 과학을 못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저의 강연을 들으면서 무언가 희망을 찾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럼 반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수학, 과학을 잘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되는 것일까요? ‘아니요’ 라고 대답하신 분께 저는 어떤 답변을 드려야 할까요? 저는 답변 대신 또 다시 질문을 합니다.

 

“그럼 어떤 것을 좋아하시나요?”

  보통은 머뭇거리면서 잘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대답을 이어가면 대부분은 무언가 좋아하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게임, 요리, 축구, 농구, 여행, 독서, 영화, 음악, 수다떨기, 말하기, 잠자기, 먹기, 낙서하기,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 정말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얘기들을 하십니다. 세상에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가 봅니다. 그러면 저는 좋아한다고 말한 대상에 대한 상상을 시작합니다. 그 대상을 인공지능 로봇과 연결시키는 상상입니다. 인공지능 로봇과 연결하는 상상은 어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 로봇은 우리 삶 모든 부분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을 이용하면 게임을 스크린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보조 요리사가 될 수도 있고 축구, 농구할 때 상대편이 되어 나의 스파링 상대가 되어 줄 수도 있습니다.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줄 수도 있고 책 읽을 때 내가 책 읽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필요한 시중을 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영화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로봇에게 영상을 찍게 할 수도 있습니다. 상상을 계속 할 수 있지만 아까운 지면만 낭비 될 것 같아서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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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4차 산업혁명
  제가 상상하는 4차 산업혁명 세상은 이런 상상이 실현되는 세상입니다. 그러면 누가 이런 상상속의 일을 사업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수학, 과학을 잘하는 과학자, 공학자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공지능 로봇이 만들어낼 새로운 산업은 그 분야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분야는 창의력이 필수인데 창의력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생기기 때문입니다. 창의력과 좋아함은 같은 단어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분야를 끝없이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이 계속되면 남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새로운 생각이 밖으로 나오면 우리는 그것을 창의적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산업은 그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이 만들 수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무언가를 좋아하더라도 그 좋아함을 산업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좋아함을 돈으로 연결시킬 방법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야든지 열심히 공부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비로소 직업이 되고, 돈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직업과 취미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요소들은 우리 모두를 전문가로 만들어 줍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전문가만이 갖출 수 있는 전문 지식이 누구나 알 수 있는 지식이 되어 갑니다. 가장 갖추기 어려운 지식이었던 법률 지식, 의학 지식마저도 쉽게 접근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로봇은 한술 더 떠서 그 전문 분야를 실제로 실현시켜 줍니다. 누구나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전문 지식이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닌 세상
  이렇게 전문 지식이 더 이상 큰 경쟁력이 아닌 세상이 될 때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춘 사람은 아마도 창의적인 사고를 잘 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창의적인 사고는 인공지능이 가장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이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켜 나갈 때 그 분야는 새로운 산업이 되고 새로운 직업이 될 것입니다. 그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은 창의력의 다른 말이니까요.
  그럼 우리 학생들이 지금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이 학생들이 신산업을 만들어 갈 때 가장 필요로 하는 능력이 무엇일까요? 우리 모두 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잘 받아서 열심히 코딩을 하고 있어야할까요? 저는 미래 세상이라고 해서 모두 다 코딩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딩마저도 코딩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우리 학생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학생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깨우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던지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고 키워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곳에 4차 산업혁명의 신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인재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스스로 깨우치고 발전시켜서 새로운 기술의 도움을 받아 그 분야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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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해서 모두가 인공지능과 로봇을 만들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컴퓨터 세상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컴퓨터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다. 스마트한 세상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컴퓨터를 이용한 서비스를 만들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앱을 만드는 사람들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많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그 혁명을 이끄는 기술만 주목해서는 안 되는 이치도 이와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직접적인 기술보다는 그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바로 그 분야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을까요? 지금 우리 교육은 우리 학생 개개인의 장점을 가능한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을까요? 지금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한 장점들을 다양한 방향으로 키워 줄 수 있는 좋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을까요?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미래 인재 키우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우리 학생들 개개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파악해서 그것이 무엇이든 그 능력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큰 숙제를 풀어서 제출해야할 마감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소중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