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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어디까지 왔나?


  2016년에 발간된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책의 서문을 보면 ‘오늘날 우리는 삶과 일,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명의 문 앞에 서 있다. (중략)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들을 여전히 제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필자는 그가 분류한 일부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제4차 산업혁명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세 가지 근거를 제시하였는데, 첫 번째 근거는 신기술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전개 중이며, 두 번째 근거는 다양한 과학기술이 융합하여 패러다임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만 놓고 보면 지난 30여 년 동안 정보기술 개발을 업으로 삼았던 필자는 아주 친숙하게 관찰하던 사실일 뿐이다. 단지 사회·경제학자들이 기술 발전의 속도와 융합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가 제시한 세 번째 이유인, 제4차 산업혁명이 인류 사회 전체 시스템의 커다란 변화를 수반하는 ‘시스템 충격’이란 점은 필자도 동의한다. 그래서 제4차 산업혁명을 논의할 때, 주로 신기술과 신산업에 초점을 맞춰서 논의가 전개되는데 사회 혁신 측면도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마치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세계 제조업은 이미 변화 중
  제4차 산업혁명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이후, 소프트웨어는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주머니 속의 슈퍼컴퓨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블록체인, 3차원 인쇄 등 많은 부분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다루고 있다.


  1960년대 시작된 디지털 혁명 즉 제3차 산업혁명시대는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정보기술이 기업이나 조직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주로 쓰였다. 기업들이 재고관리, 부품관리, 재무관리, 인사관리, 고객관리 등 경영정보관리를 통한 혁신을 했다. 정보기술이 생산 현장에 직접 접목된 것은 아니었다. 2011년 독일 하노버 박람회에서 발표한 제조업 4.0(Industry 4.0)이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독일은 세계적인 숨은 챔피온(hidden champion)들이 많이 포진한 제조업 강국이면서도 미국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을 키우지 못하였다. 그래서 제조업 관련 단체와 협회를 시작하고 정부가 지원하여 독일 제조업의 혁신을 위한 국가 전략인 ‘Industry 4.0’을 마련하고 추진하였다. 이 전략은 독일계 스위스 사람인 슈밥 회장에게도 큰 영향을 주어 결국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소프트웨어가 산업 현장에 직접 적용되면서 개인 맞춤형 유연한 생산체제나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아디다스 신발공장, 미국 캐터필러 중장비 서비스 그리고 GE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면서 만들어낸 산업인터넷 플랫폼 프레틱스(Predix) 등이다. 최근에 독일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지멘스도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라는 이름으로 산업인터넷 플랫폼을 출시하였다. 기업의 훌륭한 디지털 탈바꿈 사례들이다.


  아디다스는 개발도상국에서 600명이 일하는 신발 생산 공장을 철수하고 독일에 생산 로봇과 3차원 인쇄기 등을 갖춘 같은 생산규모의 무인화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10여 명이 이 공장을 운영하는데, 사람 수만 줄인 것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사항을 주문으로 받아서 개별 제품을 생산하는 스마트 공장을 실현하였다. 캐터필러는 전 세계에 공급한 건설 중장비를 모두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각 장비의 위치는 물론 상태를 파악하면서 고장 나기 전에 필요한 부품을 교체하는 등 최적의 운영 상태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GE와 지멘스도 판매한 장비와 장치를 산업인터넷 플랫폼으로 연결하여 고객에게 단순하게 제품을 파는 것에서 제품 유지보수 운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대표적인 제조업의 서비스화 혁신을 실현하였다.

 

 

소프트웨어와 제조업의 만남
  소프트웨어와 오래전부터 잘 접목하여 번창하고 있는 산업으로는 금융 서비스 산업, 물류·유통 산업 그리고 석유·가스 에너지 산업을 꼽을 수 있다. 금융 산업은 전통적으로 초창기부터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발전하였고, 물류·유통 산업은 소프트웨어 없이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가 없는 산업이었다. 그런데 석유나 가스 에너지 산업은 거대 장치와 거대 자본 중심 산업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잘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슈퍼컴퓨터를 잘 활용하여 새로운 자원을 계속 찾아냄으로써 발전하였다.


  근래 소프트웨어와 좋은 관계를 맺은 산업은 자율주행 자동차로 대표되는 자동차·운송 산업과 온라인 쇼핑 산업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2016년 10월 미국 자동차학회가 제안한 자율주행 기술발전 6단계(0~5단계)를 채택하였다. 제5단계는 모든 도로조건과 환경에서 시스템이 항상 주행을 담당하는 ‘완전 자동화’ 수준이다. 구글 자동차는 운전자가 항상 존재한다는 점에서 제3단계인 ‘조건부 자동화’ 수준에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업체들은 2020년 이후에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 선점을 위해 정부와 관련 기업들 간의 협력이 더욱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제조업은 소프트웨어와 이제 막 접목하였으나, 의료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는 아직까지도 소프트웨어를 통한 혁신을 이루지 못한 산업으로 꼽힌다. 그 산업 종사자들이 보수적 성향을 갖거나 급격한 변화에 대하여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일 수 있다.

 

 

일자리의 변화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급격한 변화는 이미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371개 회사의 1,350만 명 일자리 수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710만 개가 없어지고 200만 개가 새로 생겨나 결국 510여 만개가 감소한다고 예측하였다.1) 이 보고서에서 예측한 사라질 일자리는 사무/행정업무, 제조/생산직, 건설/채굴직 등이고 새로 더 생기는 일자리는 사업/재무 관리, 경영업무, 컴퓨터/수학 직종 등이다.


  일자리 문제에 관한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보고서 ‘미래 일자리의 금맥(金脈), 소프트웨어’(2016. 8.)를 살펴보면, 앞으로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발생할 미래 유망 분야로 스마트 자동차, 가상현실, 3차원 인쇄, 사물인터넷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았다. 이 5개 분야와 연관된 산업 분야를 합해서 2020년까지 약 14만개 일자리가 생긴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장밋빛 예측대로 실현되면 제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걱정하는 일자리 감소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의 주된 적용 분야인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더 좋은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더라도 그 숫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향후 농수산임업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농업이나 수산업에 해당하는 제1차 산업을 신기술 융합으로 혁신하여 쾌적한 환경의 일자리를 만들어 젊은이가 들어가고, 또 서비스 산업을 고도화하여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일자리는 꼭 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보통 일자리 즉 2015년 대한민국 1,773만 연말정산 근로자의 평균 연봉 3,250만 원을 조금 웃도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대안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신기술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 컴퓨팅(Cloud)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고 ABCi라고 쓴다. 이 신기술을 이용하여 대한민국의 다음과 같은 사회 현안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미세먼지, 교통체증/마비, 사교육비, 학교폭력, 노인치매, 산업재해, 화재/재난 등등. 더 나아가 저출산, 의료비 부담, 주거비 부담, 자주 국방과 안전 그리고 청정에너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대한민국의 품격이 한 단계가 아닌 여러 단계가 올라간다. 이런 사회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하는 환경이 마련되어야한다. 몇 가지를 열거하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개선,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완화 그리고 공개 소스 소프트웨어 활용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 교육제도의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ABCi 신기술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체한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인간의 인지와 판단 등 정신노동까지도 ABCi 신기술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료나 법률 서비스 등과 같은 높은 숙련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일부 대체될 것이다. 이런 것을 보완하는 직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직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와 타 분야의 융합 능력이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한 직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는  읽기, 쓰기, 셈하기에 더하여 필수적인 능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젊은이는 살아가면서 여러 번의 직업교육을 평생교육으로 받아서 여러 직종을 넘나들 것이다. 직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이동하고 진화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직업에 필요한 역량을 알아내어 훈련을 받으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경쟁보다는 협력하여 일하는 것이 기본 규칙이 될 것이니 그에 맞는 훈련을 받아야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기업, 개인, 정부 그리고 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하여 일자리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합당하게 부담하는 사회적 대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1)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면서 ‘직업의 미래’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미국, 멕시코, 브라질, 중국, 일본, 호주, 인도,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터키 그리고 남아프리카 13개국, ASEAN과 걸프협력기구를 포함하는 경제구역에서 9개 대표 산업 분야의 371개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였다. 이들 회사의 고용인원은 1,350만 명으로 이 경제구역은 세계 고용인구수의 65%에 해당하는 고용인구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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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김명준 소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SW 및 콘텐츠연구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국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SW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육성하고 SW와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사회혁신을 실현하며 소프트웨어 정책을 개발하여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 소장의 저서로는 『미래를 위한 공학 실패에서 배운다』, 『IT 신화를 이끈 아버지가 보내는 편지』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