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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OECD 국제 세미나 교육, 사회 이동 사다리 역할 못 해… 사회 혁신과 함께 나아가야

글·사진_ 안해정 한국교육개발원 글로벌교육협력실장



  오늘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과 후에도 공부를 한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한 후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의 학원에 다니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학생일수록 더 많은 방과 후 시간을 공부에 할애한다. 우리 아이들은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 데 쓰는가?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어떤 공부를 하는가? 굳이 이에 대한 답을 듣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대부분의 초·중·고 학생들이 하루 중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이며, 이 아이들이 하는 공부는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이다. 그렇다면 대학 졸업장은 우리에게 보다 질 높은 삶을 보장해 주는가? 안타깝지만 대학을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음에도 어느 누구도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한 가지 보다 확실해진 것이 있다면 30년 전에 비해 이 질문에 답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청년 실업의 문제가, 특히 대학 졸업자의 실업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며, 교육이 사회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 공동의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며, 미래 보장이 불투명한 대학 입시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우리의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교육 평창과 평등
「2018 한-OECD 국제 세미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지난 11월 29일 ‘교육 형평성과 삶의 질: 현실을 넘어 미래로’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교육부는 1999년부터 매년 다양한 교육 이슈를 주제로 ‘한-OECD 국제 세미나’를 개최함으로써 한국과 OECD와의 교육 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교육 정책 방안을 모색해 왔다. 「2018 한-OECD 국제 세미나」는 ‘교육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는 말에 의문을 표하는 현실에서 공정성(Fairness)과 포용성(Inclusiveness)을 기본 전제로 하는 ‘교육 형평성’이 여전히 유의미한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는 장을 제공하였다.
  먼저, 첫 번째 기조 강연에서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미래연구본부장은‘한국의 교육 팽창과 평등’을 주제로 한국 사회의 교육 팽창 과정과 계층 분포 변화 양상을 통해 삶의 질과 관련된 교육 형평성의 주요 이슈와 발전 방안을 제시하였다. 최근 들어 청년 실업, 사회 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의 근원을 교육 불평등 또는 교육 정책의 문제로 돌리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교육과 사회의 역할이 상호 작용하며 선순환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이 선순환 구조에서 교육은 학생을 기존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잘 갖추도록 길러내는 기능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특히 사회가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길러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를 준비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 기조 강연에서 파울로 산티아고 OECD 교육정책자문실행과장은 ‘OECD 관점에서 본 교육 체제에서의 평등과 포용’이라는 주제로 교육에서의 성평등과 교육기회의 공평성 문제를 OECD 교육 체제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한편, 당면한 도전적 과제들을 논의하였다. 다른 OECD 회원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교육 형평성 관련 지표는 비교적 양호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교육의 공적 분담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특히 대학 교육에서 사립교육의 비중이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높은 것과 개인의 교육비 부담이 높게 나타난 것은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지적되었다.

 

 

 네덜란드·일본·인도의 교육 형평성
  다음으로, ‘글로벌 사회에서의 교육 형평성’을 주제로 네델란드, 일본, 인도, 한국의 교육 형평성의 현황과 이슈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네델란드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철저한 학교 분리 문제, 형평성에 대한 인센티브제의 문제, 조기 추적 시스템 등이 형평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점들로 지적되었으며 이의 해결을 위한 정책 시행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문제점과 비슷하게 교육의 사회이동 사다리 역할이 무너진 점,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학업성취와 학습 동기의 차이가 큰 문제, 가정배경과 학업 성취 간의 밀접한 관계 등이 사회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 무상교육, 유치원비 지원, 고등교육 장학금 등이 실시되고 있으며, 교육비의 공적 재원 비중 증대와 교육 재정 확대 등이 향후 과제로 제안되었다. 인도의 경우에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업 성취, 사회정서학습, 고등교육 훈련 및 진로 상담을 강조하는
  ‘교육 리더십을 위한 피라말 재단’의 교육적 접근이 소개되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OECD에서 발표한 ‘2018 한눈에 보는 교육(Education at a Glance(EAG) 2018)’의 성별, 지역,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 형평성의 이슈를 살펴보았는데 OECD 회원국과 비교하였을 때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교육 형평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교육 영역별 형평성
  마지막으로 ‘한국의 교육 영역별 형평성’을 주제로 ▲교원 및 교직 환경에서의 형평성 ▲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통한 형평성 구축 ▲PISA와 PISA-D에서의 교육의 질과 형평성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표인 ‘우리나라 교원 및 교직 환경에서의 형평성’은 OECD 교수학습국제조사(TALIS: 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의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 전문성에 대해 자율성, 네트워크(연결망), 지식의 세 영역을 중심으로 분석되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교사들은 네트워크(연결망)는 강하나 자율성과 지식에 대한 자기 효능감이 다소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교사 자율성과 자기 효능감 향상을 위한 정책이 제안되었다. 두 번째 발표인‘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통한 형평성 구축’은 OECD 교육 2030(Education 2030) 프로젝트에서 조사한 분석 결과와 이에 바탕한 제언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 교육과정의 적용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학교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또한, 학교 학습 환경의 변화가 교사 간의 협력과 교사들의 학습 커뮤니티 활동을 촉구한다고 보고하였다. 세 번째 발표인 ‘PISA와 PISA-D에서의 교육의 질과 형평성’에서는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에서 우리나라가 성취해 온 우수한 결과와 평가 노하우를 바탕으로 캄보디아에서 시행한 PISA-D(PISA for Development) 사업을 소개하였다. 개발도상국의 학업성취도 평가의 일환으로 시행된 캄보디아 PISA-D 사업은 캄보디아의 평가 역량 강화를 통해 경제, 사회, 문화적 지위에 따른 학업 성취를 평가함으로써 캄보디아의 교육 형평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교육 형평성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이상의 발표 내용에 대해 국제적 관점, 교육학적 관점, 양성평등 관점, 사회학적 관점에서 토론이 진행되었다. 국제적 관점에서는 아일랜드의 교육 제도 및 정책 소개와 함께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교육학적 관점에서는 소득 형평성과 교육 형평성을 비교하며 우리 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모든 이에게 소득이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현실에서 교육의 공적인 특성과 교육이 갖는 사회계층 이동과의 관계는 교육 형평성을 반드시 추구되어야 할 가치로 만들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교육과 사회의 역할과 기능 및 이 둘 간의 관계를 고찰하였다. 양성평등의 관점에서는 STEAM 교육 및 관련 진로에서의 성차별이 철폐되어야 할 필요성과 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국으로서 개발도상국가와의 교육 분야 협력 시 개도국의 양성평등 구축에 우리나라가 힘써야 함이 강조되었다. 마지막으로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앞서 언급한 교육 형평성과 사회적 형평성의 밀접한 관계가 다시 한 번 강조되었으며 이 두 부문에서의 형평성이 함께 추진될 때 실효성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제안되었다.

 

 

 교육과 사회, 두 축의 혁신이 필요
  「2018 한-OECD 국제 세미나」의 여러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였듯이 교육은 오롯이 교육 자체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많은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들이 교육 정책 수립과 시행과 결과에 영향을 미치며 또한 교육은 사회의 변동을 견인한다. 하지만 현재 국제사회는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교육의 성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미미해져 가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교육이 더 이상 사회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 형평성은 교육 혁신과 사회 혁신의 두 축에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할 때 우리는 비로소 교육의 성과를 통해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아이들이 지금 교육에 쏟는 열정과 시간은 향후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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