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학교 단위에서의 스웨덴 교육자치

글_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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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도 교육 문제의 대부분은 교육부에서 결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단위 학교에서의 교육자치는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일찍부터 교육자치를 실현하고 있는 스웨덴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교육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한 가지 언급해 둘 것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행정체제가 대동소이하고 교육도 같은 틀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이 글 내용의 대부분이 핀란드에도 적용된다.
스웨덴의 교육자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교육에서의 역할 분담을 통한 교육자치이고, 둘째는 예산 배분에 의한 교육자치이다.

 

역할 분담을 통한 교육자치
  스웨덴의 행정체제는 3개의 차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의회와 정부, 그리고 중앙행정기관들로 이루어진 중앙기관들과 우리나라의 시·도 차원인 21개의 란스팅(Landsting), 그리고 290개의 지방자치단체인 콤뮨(Kommun)이다. 여기서 두 번째 시·도 차원은 도립병원과 도차원의 교통만을 책임지고 있어 교육 문제는 중앙기관들과 290개의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있다.
  중앙기관인 의회, 정부, 국가교육청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교육법, 교육시행령법, 커리큘럼과 실러버스(curriculum and syllabus)에 잘 나타나 있다. 중앙기관들은 집권당의 교육정책과 민의를 반영하고 연구와 평가들을 통해 나온 결과들을 활용하여 스웨덴 교육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위의 법과 커리큘럼에 담는다. 물론 이 세 중앙기구들 사이의 역할은 서로 다르다.
  지자체는 소속 학교에 예산을 배분하고 학교를 새로 설립하거나 학교의 문을 닫는 중요한 일과 학교시설에서 생기는 큰 문제들을 관리하고 책임진다. 교장, 교사 및 행정 직원들은 지자체에 속하는 지방공무원이라 할 수 있으며 공모를 통해 선발된다. 학교단위에서는 교장과 교사가 교육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책임진다. 어떠한 교수·학습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교재를 선택할 것인지, 학교 내에서 동료교사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등은 해당 학교의 교장과 교사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웨덴 교육은 세계에서 가장 지방분권화(decentralization) 또는 자치(autonomy)가 잘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의 교육과정(curriculum & syllabus)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보면 교장과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스웨덴의 교육과정은 세 영역-교육목표, 주요내용, 성취도 기준-이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고 짧고 포괄적인 용어로 기술되어 있다. 즉, 우리나라 교육과정처럼 구체적이지 않다. 중앙기관들이 결정하는 것은 교육의 목표, 가치 그리고 주요 내용과 성취도 기준을 담고 있는 교육과정과 교육법 부록에 제시되어 있는 초, 중 의무교육 9년 동안의 교과 이수시간이다. 예를 들어 의무교육 9년 동안 스웨덴 어(1490h), 영어(480h), 수학(900h), 사회과학(885h), 자연과학(800h), 체육과 건강(500h) 등 교과별 이수시간 외에 학생 선택과목(382h) 및 학교가 특성화할 수 있는 선택시간(600h) 등 9년을 통틀어 6,665시간을 이수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이 규정에 맞추어 각 학년에서 가르칠 과목과 시수를 교장과 교사가 의논하여 결정한다. 교사가 교육과정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어떤 교수·학습 방법을 사용하고 교재를 선택하는지는 교사의 자율성과 재량권에 맡겨져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교육과정을 목표 위주로 구성하고 포괄적 언어로 기술할 필요가 있다. 너무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교사들의 창의성을 제한한다.

 

예산 배분에 의한 교육자치
  교육에 있어서의 예산 크기와 투자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문제다. 스웨덴은 교육재정에 있어서도 중앙기관과 지자체 사이에 역할분담이 뚜렷하다. 중앙정부는 대학교육과 국립교육청과 같은 중앙교육기관에 대한 예산을 책임지고 배분한다. 290개의 지자체는 자신의 지자체에 속하는 유, 초, 중, 고등학교와 성인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세금을 통해 확보하고 이를 각 학교에 배분한다.
  스웨덴의 전체 교육예산은 대체로 GDP의 8~9%에 달하고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0조원 정도가 된다. 여기서 약 20%는 대학교육 예산이고 그 외에는 지자체가 편성하는 유, 초, 중, 고, 성인교육에 드는 예산이다. 전체 국가예산에서 교육예산은 약 15%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
  정부는 국세의 일부와 지자체로부터 갹출한 지방세의 일부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로 재분배한다. 즉 스웨덴에서는 살고 있는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양질의 교육 및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일부 여건이 좋은 지자체로부터 갹출하여 열악한 지자체로 나눠주는 세금을 로빈훗(Robinhood) 세금이라고도 하나 실제 이름은 재원평준화이고 이는 소득평준화와 비용평준화로 나누어서 산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정부가 한 해 재분배하는 평준화재원은 약 12조원 정도로 정부 전체 지출의 약 8%가 된다.
  지자체의 전체 재원은 소득세(지방세라고 부르기도 함)로 거둬들이는 세금과 정부로부터 받는 평준화재원 그리고 자체 사업에 의한 수익이다(물론 재원평준화 제도에 의해 정부에 지출하는 부분이 큰 지자체도 있다). 각 지자체는 이렇게 확보되는 재원으로 국가가 정하는 복지를 주민들에게 베푼다. 교육에 있어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90개의 지자체가 유, 초, 중, 고등학교와 성인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서 배분한다.
  지자체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학교에 예산을 배분하면 학교에서는 교장의 책임 하에 예산을 집행한다. 학교로 내려오는 예산은 ‘한 뭉치의 돈(총액)’으로 내려오지 우리나라처럼 아주 상세하게 어디에 얼마만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것을 학교단위에서의 ‘예산총액제’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교육자치의 큰 역할을 한다. 이 예산이 인건비, 시설비, 운영비 등으로 사용되는데 학교상황에 따라 교사 한 명을 더 채용할지, 특수교사 한 명을 더 채용할지, 학급 편성을 달리할지 등은 전체 예산 범위 내에서 교장이 교직원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즉 주어진 예산으로 학교를 어떻게 운영하며 교육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는 교장의 결정과 책임 하에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 내에서도 예산이 각 교사에게 배분되어 집행되므로 예산 사용에 있어 교사들의 자율성이 크다. 물론 1년 동안 각 교사는 어떤 사업을 하고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한지를 미리 계획을 세우고 교장으로부터 예산을 받아야 한다. 매번 예산이 필요할 때마다 교장에게 예산을 청구하거나 집행을 승인받을 필요가 없다. 예산 사용은 당연히 투명하게 하고 증빙서를 첨부해야 하나 많은 부분은 합리적 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증빙하면 된다. 이렇게 학교단위에서 예산 사용에 대해 학교장 및 교사의 재량권을 확대한 이유는 학교의 실정을 가장 잘 아는 학교장과 교사에게 예산 사용의 자율성을 주어 필요에 따라 예산을 사용하게 하기 위함이다. 예산을 얼마나 받느냐보다는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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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예산 배분 결과
  스웨덴 교육법은 ‘교육이 스웨덴 어디에서 행해지든 그 질은 동등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수업(강의)은 모든 학생의 여건과 필요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동등한 교육이라는 것은 수업이 획일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거나 예산이 똑같이 배분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처한 여건과 필요에 따라 수업이 이루어지고 예산이 배분되어야 한다.
  스웨덴의 교육예산은 교육법의 이런 정신에 기반하여 학생 수가 똑같다 하더라도 학교가 처해진 환경에 따라 예산의 크기는 아주 다르다. 스톡홀름 지자체의 경우 교육 여건이 좋은 학교와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에 배분되는 예산 크기의 비율은 약 1:1.5 정도다. 주로 전쟁 난민의 자녀들이 많은 학교가 가장 열악한 학교로 간주되고 장애학생들이 많은 학교도 당연히 예산을 많이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학생에게 주어지는 예산은 일반학생보다 4~5배로 많고 시청각 및 언어 장애 학생에게는 보통 학생들의 10배 이상의 예산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자치를 더욱 발전시키고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스웨덴 사례에서 본 것 같이 정부·교육청·학교 간의 교육 역할 분담뿐만 아니라 교육재정 부분에서도 학교장과 교사에게 지금보다는 훨씬 큰 자율성과 재량권을 주어 양질의 교육을 이끌어내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