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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몰고 온 변화와 나노학위

글_ 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대표(『유엔미래보고서2045』 저자)

 

 

  교육은 무료대학 강좌가 주류가 된다. 인터넷, 위키피디아, 구글 검색, 무료 온라인 대학 과정 등에서 수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많은 미래학자가 예고한 ‘대학의 종말’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진단이다. 게다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다. 학령인구는 감소하지만, 일자리를 찾는 장년, 노년층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대학의 생존이 보장되느냐 하는 반전의 초점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그 변화는 무료 온라인 대학 강좌인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s)’가 주도할 것이다.

 


6개월~1년 과정의 ‘나노학위’ 주목 
  요즘 학생들은 교수나 교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양한 지식 공급체에 접근한다. 특히 머지 않은 미래에 구글 검색이 가능한 구글안경, IMB왓슨 슈퍼컴퓨터, 구글 글로벌 브레인 등 다양한 지식을 두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기가 나와 순식간에 정보를 개인의 뇌로 전달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시대의 트렌드를 빨리 파악한 다프니 콜러 코세라 창업회장 등은 무료 온라인 대학 강좌인 ‘무크(MOOC)’를 2012년에 오픈했다. 현재는 코세라 외에도 유다시티·유데미·에드x 등이 나왔으며, 이들 온라인에 접속하여 4~12주에 걸쳐 무료 대학과정을 듣고 약간의 돈, 즉 한화로 6만원을 지불하면 수료증도 받는다. 이러한 무료강좌는 이제 차츰 유료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돈은 대학 수강료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가장 비싼 강좌는 ‘나노학위(NanoDegree)’를 주는 유다시티(Udacity)로, 한 달에 20만~25만 원을 낸다. 여기서 나노학위는 앱 개발 등 특수한 과목을 작은 학위로 쪼개서 그것을 이수한 학생에게 주는 학위이다.
나노학위 및 마이크로칼리지는 직업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유는 바로 곧장 취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다시티는 기업과 손을 잡고, 이 과정을 듣지 않으면 원서를 낼 수 없는 과정을 내놓았다. 값도 한 달에 20만원 정도이며 6개월에서 1년 과정이다. 가장 먼저 AT&T라는 회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반드시 유다시티의 과정을 들어야만 취업의 자격이 주어지도록 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상당수 대학에서 무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보단계이지만, 계속 진화하는 정보화사회는 무크의 발전도 함께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무크는 무료가 기본이므로 빈부간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효과적인 교육수단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학생 누구에게나 질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한국의 대학입시 중압감을 경감시키게 될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무크 중 가장 앞서가는 코세라는 교육과정을 다른 나라 언어로도 제공하는 ‘국제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누군가가 코세라에 접속을 하면 그 사람의 이름이나 백그라운드 등 로그인 정보를 이용하여 바탕화면을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로 자동으로 바꿔서 보여준다. 코세라 접속을 하자마자 접속자의 언어로 바탕화면을 바꾸고, 그 언어로 올려진 강좌를 보여주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 영어로 올려진 강좌에 자막을 깔아주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얼마 있지 않으면 접속자의 모국어로 자막이 달린 세계 최고의 강좌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어로 세계적인 대학의 강의를 바로 들을 수 있고, 학점까지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한국의 고3 학생들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한국의 대학이 한층 긴장해야할 이유다.

 


  그러나 무크가 성장하면서 대학도 한층 진화할 것이다. 대학은 어린 학생을 위한 지식만 담지 않고 생활과 미래변화를 담을 것이며,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은퇴한 사람은 새로운 흥밋거리나 재미있는 일거리를 만들게 될 것이다. 또 대학 내에서 자신들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삶의 재미를 찾고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대학이 평생 배우고 가르치면서 빈부격차가 줄고 경쟁사회가 아닌 협업사회를 이루는 ‘중심’이 될지 주목된다.

 

 

‘온라인 유학’ 시대 열다
  대학의 개방형 온라인 강의는 2002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오픈코스웨어(OCW)로 시작됐다. 일종의 ‘지식 기부’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수업 자료와 강의 동영상 2,200개를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최근의 MOOC는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교육 플랫폼이다. 유명 석학들의 강의 자료를 보는 것을 뛰어넘어 학생들은 교수에게 질문도 하고 교수는 과제와 시험문제도 내고 학점도 주기 시작했다. 일정 학비만으로 강의 수료증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취득한 하버드대·스탠퍼드대·프린스턴대 등 유명 대학 수료증이 취업이나 진학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급기야 조지아공대는 명문대 최초로 MOOC를 통해 컴퓨터학과 정규 석사과정을 올해 1월부터 개설하기로 했다. 굳이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6,000달러의 수업료를 내고 명문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온라인 유학’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명한 3대 MOOC 플랫폼은 코세라·에덱스·유다시티 등 세 곳이다. 코세라는 2012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앤드루 응과 대프니 콜러가 공동 창업한 영리기업이다. 스탠퍼드대·예일대·시카고대·도쿄·로잔공대·KAIST 등 세계 100여 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총 개설 과목은 450여 개로 공학·인문학·약학·사회과학·수학 등 대학 내 거의 모든 과목이 개설돼 있다. 수강생은 500만 명에 달해 현재 세계 최대 MOOC 플랫폼이다. 에덱스는 MIT와 하버드대가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운 비영리기관으로 MIT·하버드대·버클리대·코넬대·베이징대·서울대 등 29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유다시티는 파트너 대학 없이 스탠퍼드대 출신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는 사이트로 컴퓨터공학 중심의 25개 과목이 개설 중이다. 스탠퍼드대와 컬럼비아대 등 미국 유명 대학은 물론이고 일본 도쿄대, 한국 KAIST 등이 참가하며 MOOC 대표 서비스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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