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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나라, 세계적 교육 강국 싱가포르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2012) 결과, 핀란드가 지고 싱가포르가떴다. 한국 역시 PISA에서 높은 성취를 자랑해왔으나, 이번에 싱가포르는 수학, 읽기, 과학등 모든 영역에서 한국보다 상위를 기록했다.
  총 65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평가에서 싱가포르는 전 영역 2~3위권에 올랐고, 문제해결능력은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도 대학 경쟁력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초·중등교육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까지 세계적 교육 강국으로 떠오른 싱가포르교육 시스템과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이 국가 생존과 직결… 4개 언어 공용어로 채택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인구 약 531만 명의 작은 도시국가이다. 면적은 서울의 1.13배에 불과하고 식수조차 수입해야 할 만큼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이다. 1965년 말레이시아연방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세계 언론들은 이 작은 섬나라는 생존 자체가 어려울것 같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 대부분이 무단정착촌에 거주하는 상황이었고,제대로 된 교육도 실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업률도 10~12%에 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으로 인해 고정 수입원이 없는 상황이었고, 유일한 수입원인 중계무역항은 19세기 이래 개발이 미진하여 더 이상의 물동량을 소화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나라를 세계일류 국가로 이끈 것은 바로 강력하고 지속적인 교육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가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자원이달리 없는 상황에서 국가 생존과 국민 통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 약 74% , 말레이계 약 13%, 인도계 약 9% 등으로 구성된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 국가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한 국민통합이 매우 중요하다. 헌법에 각 인종 간 평등을 규정하고 있고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4개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영어를 중심으로 한 이중 언어정책을 추진한 결과, 전체 국민의 영어 습득 비율은 90%를 상회하고, 청년층은 100% 가까이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 및 지식기반경제에 적응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양성하기 위하여 실용주의적 교육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과정부터 대학까지 매 과정마다 경쟁을 통해 소수 정예만이 대학과정을 마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걸러내기’ 과정으로 경쟁
  싱가포르의 기본 학제는 유치원 3년, 초등교육 6년, 중등교육(4~5년), 고등교육(주니어칼리지2년, 직업훈련원 3년, 한국의 전문대학과 비슷한 폴리테크닉 3년), 대학교 4년이다. 초등학교는 190개,중등학교 168개, 주니어칼리지 22개, 직업훈련원 1개, 리테크닉 5개, 인터내셔널 스쿨 40개,대학 5개가 있다. 각 학교급으로 진학하기 위해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으로는 초등학교 6년 과정 후 실시하는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 중학교 4년 과정 후 치는 시험인 GCE O Level,고등학교 2년 과정 후 치는 시험인 GCE A Level이 있다. GCE A Level을 친 후에 대학교로 진학한다.싱가포르는 나라의 미래가 전적으로 유능한 인재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고,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을 통한 교육 정책을 펼쳐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가 5년간의 산업인력 수급 전망을 판단한 보고서를 교육부에 보내면, 교육부는 그에 따라 교육과정을 조절하여 인력을 양성하고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인재를 고르고 또 골라내는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미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세 등급의 우열반이 정해지며, 초초등학교 6학년 때 치르는 졸업시험 결과에 따라 중학교에 진학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 졸업 시험에서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졸업을 하지못하고 유급을 시킨다. 초등학교를 2년 더 다닌 후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불합격자는 직업훈련원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며, 일단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진로를 바꾸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는 초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실력에 따라 학습과정을 달리함으로써 학생들은 효과적인 수업을 한 덕분에 싱가포르 중등 학생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인 시험에서 싱가포르는 항상 1, 2위를 기록한다. 경쟁력이 초등학교에서부터 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쟁 시스템을 통해 싱가포르는 동남아 교육의 허브, 세계교육의 허브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추구하는 인간상은 적극적인 ‘토론자’
  싱가포르는 학생들에게 자아인식, 윤리 기준, 미래를 위한 지식과 기술을 심어주는 데 중점을 둔교육정책을 펴고 있다. 싱가포르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의 재능을 발견하여 잠재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생애에 걸쳐 학습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는 데 있다. 교육을 통해 추구하는 인간상은 자신감 있는사람, 자기주도적 학습자, 적극적인 시민, 적극적인 토론자이다. 그래서인지 싱가포르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얌전한 학습 분위기로 수업을 받지만, 어떤 문제를 두고 토론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된다. 영국인이나 서양인처럼 토론하고 차갑고 냉정하게 변한다. 엄한 규율과 제약에 찌든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모습은 싱가포르 교육 정책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싱가포르의 교육과정은 언어, 수학, 과학, 인문학, 예술을 중점으로 하고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기본 단계, 초등 5~6학년은 상위적응 단계로이루어지는데, 초등교육의 전반적인 목표는 제 1언어인 영어와 모국어의 습득, 수학과목의 성취이다. 4년의 기본 과정 후, 상위적응 단계에서는 성적에따라 3개의 우열반으로 학급이 편성된다. 중학교에서는 영어, 모국어 외에 제
3의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수학은 기본적인 수학과정 이외에 고등수학과정을선택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중학교 과정과 다르게 전문적인 교육과정, 프로젝트,리서치, 영어와 시사에 중점적인 교육을 받는다.
  질문 중심의 사고력 평가로 전환… 경쟁위주 교육시스템의 한계 노출최근 싱가포르는 학생들의 평가에 대해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보다 더 넓은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하여시험 질문을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학생들의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특별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상위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싱가포르 교육에서 특별활동(CCA, Co-Curricular Activity)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이런클럽활동을 통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과 팀워크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으며, 창조적인 생각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태도와 행동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싱가포르의 교육방향이 싱가포르 아이들이 세계적인 학력평가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싱가포르 교육 시스템은 여러 가지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어린 나이에 너무빨리 인생이 결정된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경쟁 위주의 교육제도에 문제의식을 가진 싱가포르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제화 시대, 스피드시대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남들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한 사람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일을 해낼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을 길러내는 데는 경쟁위주의 교육시스템이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의 싸이가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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