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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능력 중심 사회 건설에 직능원이 토대 닦겠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잘 안 되는 현실에서도 청년들은 무조건 대학을 가려고 합니다. 이미 학력이 노동시장에서 인재를 가려내는 신호 기능을 상실했는데도 학부모, 학생들이 아직도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노동시장 역시 학력을 대체할 적절한 인재 발굴·활용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 원장은 진로 중심의 교육패러다임이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구조적이고 분석적으로 바라본다. 학벌인플레와 더불어 노동시장의 공급·수요 불일치가 빚어낸 문제들이 오늘날 진로 중심, 능력 중심 사회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 원장은 박근혜정부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능력 중심 사회 구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수단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e Standards: NCS)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는 NCS 제도가 확립되면 현장의 수요에 부합되는 직업교육과 훈련이 교육기관과 훈련기관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각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표준화된 역량이 제시됨으로써 관련 자격체계가 구축되기 때문에 재직자들은 이직이 쉬워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상위 수준의 역량이나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진로교육 정보망 커리어넷의 성공 비결
  직능원은 학벌주의를 깨는데 교두보가 된 마이스터고 육성에도 앞장서 왔다. 2009년 4월 마이스터고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마이스터고 정책을 비롯해 직업교육 선진화 정책의 수립 및 집행, 현장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인프라 확산을 연구·지원함으로써 고졸 취업 문화 조성에 기여해 왔다.
  직업교육의 변화를 국민과 기업에 공유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마이스터고의 교육활동 특징, 협력 기업 등을 소개하는 포털(http://www.meister.go.kr)을 구축·운영하는 한편, 고교 졸업생들의 취업 유지, 직무능력중심의 인사제도 개선, 병역이행과 제도 개선, 분야별 경력개발 경로 등에도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학생·학부모들이 보다 손쉽게 진로교육에 접근할 수 있었던 데는 커리어넷(career.go.kr)의 성공을 빼놓을 수 없다. 커리어넷은 국가 진로교육 정보망으로 1999년 첫 개통된 이래 현재까지 초·중·고학생 중심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매해 95만 명의 신규 가입자가 늘고 있으며, 이용자의 90% 이상이 초·중·고 학생이다. 2013년까지 누적회원수는 7,537,612명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박영범 원장은 커리어넷의 성공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제공이다. 커리어넷은 초·중·고등학교의 학교급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컨대 특성화고 고교생을 위한 ‘비바실고’ 서비스,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을 위한 ‘아로주니어’ 서비스 등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제공하고 있다.
  둘째, 수요자와의 활발한 쌍방소통이다. 커리어넷을 통해 단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고민과 요구를 함께 풀고 지원하는 상담서비스가 내실있게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커리어넷을 탐색하다 자신의 진로고민을 손쉽게 상담할 수 있으며
1주일 이내에 숙련된 전문상담자로부터 응답을 받게 된다. 또한 또래상담, UCC 공모전 등을 통해서도 상호소통과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셋째,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하는 연구역량이다. 1999년 직능원에 진로정보센터 기능이 생기면서 교육부의 진로교육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사업결과를 다시 연구로 환류시켜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 커리어넷에 탑재하고 있다.
  “올해가 커리어넷 개통 1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 진로교육의 역사와 발전은 커리어넷의 성장 발자취와 동일하다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앞으로 커리어넷은 국민들의 진로설계를 지원하는 정보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향후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구직자, 기업체 등 진로 및 취업과 관련된 모든 국민들이 커리어넷의 정보를 활용하고, 커리어넷을 통하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개인 맞춤형 진로설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커리어넷을 한층 발전시켜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름’을 걸고 일하라
  경제학자로서 고용과 노동시장, 노사관계 등에서 괄목할 연구를 수행해 온 박영범 원장은 ‘일을 몰고 다니는 사람’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설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박영범 원장이다. 언제나 일을 즐긴다는 그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를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언제나 ‘일’을 중심에 놓고 판단하는 편이다. 혹 부딪히게 될 정책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길은 오직 일에 대한 원칙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무 담당 공무원은 1년마다 바뀌고, 원장은 3년이 임기입니다. 하지만 직능원의 박사들은 30년을 근무할 사람들입니다. 무엇을 하든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라고 주문합니다. 복잡한 일일수록 일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박영범 원장은 자신은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소신만 놓지 않는다면 시간이 다 해결해주기 때문이란다. 자신이 행복해야 주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원장실 한쪽에 배무기 선생(前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의 ‘나의 사명서’를 놓아두고 시시때때 눈길을 던진다.
  ‘…나는 전공분야의 학문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항상 나 자신의 일을 찾아 행하는데 게으르지 아니하고 동학(同學)들의 성취에 촉진자 역할을 기꺼이 하겠다. 나는 나의 전공부문의 사회제도를 개선시키는데 변환자의 역할을 자임하며 경제사회의 발전에 일조를 하겠다.’

 

 

-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 직능원)
  직업교육훈련정책 및 자격제도에 관한 연구와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개발, 보급 등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직업교육훈련의 활성화 및 국민의 직업능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의 국책연구기관이다. 직능원은 국가직업능력개발 정책 추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 NCS에 기반한 교육과정 개발, 일·학습 듀얼시스템 구축 및 산업수요 맞춤형 인력양성 정책을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평생고용, 능력중심사회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글 | 황자경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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