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김점선 교사의 공지락 프로젝트 인문텃밭에서 행복한 삶을 나누는 수업 이야기

글_ 김점선 삼기초등학교 교사(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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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직접 쓴 삼삼 수박이 자라면을 읽고 있다.


# episode 1  읽고, 보고, 느끼고
  “선생님. 그림책 읽어 주세요.”
  국어 수업이 일찍 끝나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너희가 골라와 봐.”
  아이들은 앞다투어 공지락 책방으로 달려간다. 공지락 책방은 교실 한켠에 마련된 학급책방이다.
  “선생님, 이거요.”
  한 아이가 [수박이 먹고 싶으면] 그림책을 들고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용케도 아이와 내 마음이 통했다. 나도 며칠 전 읽었던 [나무의 씨앗들]과 함께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그림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들아, 수박이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박씨를 심어요.”
  쿵짝이 잘 맞는다. 학교에는 우리반 텃밭이 있다. 텃밭에는 우리가 심은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 호박이 자라고 있다. 우리는 곧장 텃밭으로 갔다. 호박 옆에 있는 수박 모종을 우리가 찜해서 키우기로 했다.
  “선생님. 노란 꽃이 폈어요.”
  “아기 수박이 너무 귀여워요.”
  “우와 이게 수박인가봐요.”
  수박 모종에서 넝쿨을 뻗고 꽃을 피우더니 조그만 수박 열매가 열려있었다. 아이들도 나도 수박의 성장과정이 경이롭기만 했다.
  “이름을 지어줘요.”
  한 아이의 제안에 ‘삼삼수박’이라는 멋진 이름을 짓고 아기 수박을 위한 헌시를 지어 낭독하였다.
  “우리 수박 보러 가요. 너무 더워서 수박이 말라죽을 수도 있어요.”
  중간놀이 시간이면 아이들이 내 손을 잡아끈다. 햇살이 쨍쨍 내려 째는 텃밭에 시원한 물을 뿌려주고 수박과 수박 줄기를 살폈다.
  “수박아, 내가 주는 물 먹고 쑥쑥 자라.”
  초보 꼬마 농사꾼들은 수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텃밭에서 과연 수박이 클 수 있을까? 자라다 말면 아이들이 너무 실망할 텐데. 어쩌지.’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수박은 아이들의 주먹 크기에서 축구공만한 크기로 잘도 자랐다.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쑤욱 자라는 듯했다.
  “2주 정도 있으면 수박을 먹을 수 있겠는데.”
  내 말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데,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수박이 없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수박을 찾아 다녔다. 범인은 4학년 형이었다. 실수로 줄기를 밟아 수박을 따버렸다는 것이다. 수확의 기쁨을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은 울상이 되었다. 다행히 우리가 키우던 수박 옆에 또 다른 작은 수박이 자라고 있었고, 우리는 소중히 몇 주를 더 키워냈다. 드디어 수박을 수확했다. 우리는 교실로 가져온 수박을 온종일 관찰했다. 수박에 관한 책도 보고 글도 읽고 그림도 그렸다.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었다.
  “수박이 자라서 맛있어 보였다. 화채로 해먹어 맛있었다. 수박이 이렇게 맛있기는 오랜만이다. 화채 먹기에 좋은 날씨였다. 너무 맛있어서 배부르면 화장실 갔다가 또 먹고 계속 먹었다.” 민형이는 맛도 기분도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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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주제로 지은 ‘아기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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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재배

 

아이들이 경험을 그림책으로 고스란히 담자
  “우리 수박 그림책 만들어 볼까?”
  그림책 쓰기 수업은 국어시간과 미술시간을 연계해 이루어졌다.
  아이들이 한 책상에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어떤 그림을 그릴지 나름의 스토리보드를 짰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글과 그림으로 녹여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친구들과 수박을 키우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나누고 자신 나름의 생각을 얹고 마음을 전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삼기초 3학년 아이들의 [삼삼 수박이 자라면]이라는 그림책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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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소중하게 키워낸 수박을 수확해 교실로 가져와 종일 관찰했다.

 

  “수박책을 만들기 위해 수박을 키워보았는데, 첫 번째 수박은 어떤 사람에게 밟혀 실패했다. 두 번째 수박은 잘 키워 성공을 했다. 수박책의 내용은 우리가 수박을 키우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수박 화채를 만들어 먹었다. 우리가 책을 완성해 뿌듯하다”  - 조호재 학생


  “수박을 책으로 만들 때 그림이 정말 재미있었다. 때로는 힘든 과정도 있었다. 나는 수박 꽃과 벌, 나비, 수박 줄기, 나뭇잎을 그렸다. 수박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 좋았다. 힘들었다. 하지만 책이 몽땅 만들어지자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참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가족과 함께 보고 싶다.”  - 한평화 학생


  가장 능동적인 독서는 창작이라고 했다. 독서를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직접 창작의 경험으로까지 이끌면 자신과 우리, 세상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학급살이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더불어 한 권의 책을 완성하면서 아이들의 자존감과 성취감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삼 수박이 자라면 그림책은 현재 어린이 작가들이 출간한 감정인문 그림책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하고 학교도서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 episode 2  환상의 책짝꿍과 함께라면!
  처음 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교실에서 도란도란 누워 책 읽는 아이들을 찰깍 찍었다. 그리고 지역의 작가들에게 SNS로 도움을 요청했다. 단번에 1대1 짝꿍이 맺어졌다. 동시를 좋아하는 범우는 시인에게 나머지 학생들은 동화 작가와 짝꿍이 되었다.
  “선생님, 제 책 왔어요?”
  아이들 아침인사는 ‘안녕하세요’에서 이렇게 바뀌었다. 책짝꿍 책이 모두 도착하면 함께 우편을 뜯어 보기로 해서이다. 교실 한 켠에 한 권 한 권 책이 도착할 때마다 아이들 마음도 덩달아 잔뜩 부풀어 올랐다. 드디어 마지막 책이 도착했다. 함께 우편 봉투를 열어 책을 보는 순간이다. 아이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선생님, 제발요. 지금 당장 책 읽어요. 저희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세요.”
  이 얼마나 듣고 싶은 말인가.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아이들은 교실에서 편안한 자세로 두 시간을 내리 책을 읽었다. 그렇게 집중하는 모습은 오랜만이었다. 다음날은 서로 서로 바꿔가며 보고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이들은 책짝꿍 작가에게 고마움의 편지와 기억에 남는 구절, 그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짝꿍 작가의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의 책짝궁과 특별한 교감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우리반 상준이의 책짝꿍이 북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에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였다.
  “선생님, 임지형 작가님이 나를 알까요? 짝꿍을 잊어버리지는 않았겠죠?”
  상준이는 임지형 작가가 보낸 책의 사인과 내용을 보고 또 보더니 그 책과 새로운 책을 챙겨 북콘서트장으로 향했다. 연예인이라도 보는 듯한 모습으로 앉아있던 상준이는 행사가 끝난 후 사인을 받는 자리에서 수줍게 자신이 써온 편지를 건넸다. 임지형 작가도 잊지 않고 나온 새책을 보내주겠노라 약속했다. 다른 책짝꿍 작가들도 조만간 짝꿍을 만나러 오겠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반 9명의 아이들은 세상과 소통하며 자라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책을 쓴 작가와의 소통은 더욱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이를 통해 책읽기에 대해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마음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공지락 인문텃밭 프로젝트! 올해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학급의 모습이었다. 아이들과 인문학을 토대로 공감(철학), 지혜(문학), (예술)의 씨앗을 키우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다.

 

 

  “아이들아, 너희는 행복하니?”
  [삼삼 수박이 자라면]그림책과 [환상의 책짝꿍]은 공지락 프로젝트의 일부분이다.
  수박에 관련된 그림책을 보고 수박을 키우는 그 과정을 그림책으로 출간하면서 생명 존중은 물론 서로가 소통하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정서적인 감정을 표출했다. 환상의 책짝꿍을 통해 책 속에 담긴 삶은 물론 책 밖에 있는 세상과 만나는 경험을 하였다.
  책을 가까이 하고 책쓰기를 하면서 자기를 깊게 들여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듯이 올 한해 우리 아이들도 나름의 자기만의 꽃을 활짝 피워냈다.
  “아이들아, 너희는 행복하니?” 묻는 말에 교실이 떠나갈 듯 소리친다. 아이들의 소리가 교실 문을 지나 학교 담장을 넘어간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법부터 이를 표현하고 서로 느끼는 과정이 아이들을 변화시켰다. 함께 사는 삶의 의미와 그 속에 담긴 공감, 지혜, 즐거움을 알고 한발 한발 달려 나가는 아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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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짝궁의 책선물이 도착하던 날 아이들이 “책 읽을 시간을 주세요”라고 외쳤고, 아이들은 편안한 자세로 두 시간 내리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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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짝궁의 소중한 선물을 받은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