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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선인고등학교 ‘고교학점제 운영사례’ 무학년제 진로 중심 공동교육과정, 꿈에 한 발 더 가깝게…
글_ 편집실




  교육부는 올해부터 학생들의 진로·학업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지정·운영하면서 학점제 도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고교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는 전국에서 105개 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인천 선인고등학교(교장 이덕범)도 그중 한 곳. 선인고는 올해 2년째 정규과목을 좀 더 세분화하고 보완한 진로 중심의 꿈두레 공동교육과정을 편성하여 무학년제로 24개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선인고의 고교학점제를 들여다봤다.


인근의 인화여고와 함께 진행하는 선인고의 ‘밴드형’ 공동교육과정으로 미래신소재공학 ‘화학실험’, 우주천문학 ‘지구과학실험’, 창의경영 ‘창업과 경영’ 수업 모습

  “팔찌를 어떻게 광고해야 친구들에게 가장 잘 알릴 수 있고, 또 판매가 잘 이뤄질지 지금부터 아이디어를 잘 모아 보자. 오늘 회의에서 광고 콘셉트도 정하고, 홍보물 제작에 필요한 물품 주문 요청서도 작성해야 하고….”
  8교시 ‘창의경영’ 시간. ‘라온하제’(학생들이 직접 지은 순우리말 기업명으로 ‘즐거운 내일’이라는 뜻이다.) 이동은(선인고 2학년) CEO가 주재하는 회의가 막 시작됐다. 이날 회의 주제는 라온하제에서 직접 주문 제작, 판매하게 될 팔찌의 홍보 제작물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 라온하제 팀은 남녀 각각 3명의 학생으로 구성됐다. 여학생은 이웃한 인화여고에서 이 창의경영 과목을 선택해 참여한 학생들. 
이동은 CEO는 기자에게 “이번에 플리마켓 팔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화여고 구성원들로부터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많이 쏟아져 나왔다.”고 귀띔했다. 이동은 학생은 또 “주문제작한 100개의 팔찌는 판매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한 만큼 완판할 자신이 있다.”면서 웃었다.


밴드형에서 거점형, 방학 중 집중이수과목까지
  이 ‘창의경영’ 수업에는 인화여고에서 신청한 열한 명의 학생도 참가하고 있다. 공나연(인화여고 1학년) 학생은 “기업 현장에 계신 전문가 선생님들이 직접 지도해주실 때는 실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수업”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8교시 수업인 ‘사회문제탐구’ 교실에서 만난 이민희(인화여고 2학년) 학생은 “진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작년에 들었던 ‘현대사회탐구’ 과목의 만족도가 높아 다시 수강신청을 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화학실험’ 수업에서는 10원짜리 동전을 이용한, 구리와 아연의 합금 실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실험에 열중하던 박서진(인화여고 2학년) 학생은 기자에게 “대학은 화학과로 진학, 화장품회사 연구원이 되는 게 꿈”이라며 속삭이듯 말했다. 또 다른 교실의 ‘문학과 매체’ 과목은 여학생 신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총 8명으로 진행된 ‘지구과학실험’ 교실에서는 선인고 남학생들의 신청률이 단연 높았다.
  밴드형·거점형(거점형 수업은 선인고를 비롯해 인천시 29개 고교에서 진행되며, 인천교육청에서 수강신청을 대행한다. 선인고에는 4개 과학실험 과목과 바리스타 과정 등 5개 과목이 개설됐다.) 공동교육과정을 담당하는 최은희 부장교사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편성된 밴드형 공동교육과정은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집중 과정으로 운영되며, 과정 이수 중에 진로 및 적성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도중에 과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학생 개개인의 진로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고 소개했다. 1학기엔 34개 과목, 2학기 현재는 1∼2학년에서 24개 과목이 운영 중이다. 최 부장교사는 “컴퓨터 활용, 영상제작과 같이 전문적인 기자재 활용이나 수업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려야 하는 과목의 경우 밴드형·거점형 공동교육과정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이러한 과목의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 기간 동안 무학년제 34차시 집중 이수 과정도 운영된다. 이것은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를 위한 또 다른 방안이다.”라고 소개했다.  
  올해 2년차를 맞는 이 공동교육과정은 학력 위주 과목에서 진로 중심과목으로 편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첫 해,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과목도 바로 진로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경찰행정, 컴퓨터 정보통신 과정’ 등이었다. 또 선인고가 과학중점학교로서 이공계의 진로 활성화와 연계한 공학과정이 집중 편성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체육탐구, 영화제작실습, 연극의 이해, 스포츠개론 등 예술과 체육교과를 중점 편성한 것도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10원짜리 동전을 이용하여 구리와 아연의 합금 실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 선인고는 남학교지만 공동교육과정이 열리는 이 시간에는 인근의 인화여고 1~2학년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욱 중요해진 학습 수요자의 과목 선택권
  교육부는 올해부터 학생들의 진로·학업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지정·운영하면서 학점제 도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고교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는 전국에서 105개 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인천 선인고등학교(교장 이덕범)도 그중 한 곳. 선인고의 고교학점제 연구 교육과정은 크게 3가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첫째, 학습 수요자가 원하는 개인 맞춤형 교육. 둘째, 고교-대학 연계 교육과정의 편성 운영으로 학생들이 적성, 흥미, 능력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진로와 진학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다. 셋째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민주적인 사회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 등으로 각각 구성돼 있다.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1학년의 경우, 학교 지정 과목 외에 체육예술(음악, 미술, 연극), 탐구교과(5개 과목), 생활교양(7개 과목) 교과군에 15개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2∼3학년은 학생의 진로희망을 고려하여 제2외국어 과목 개설 및 탐구교과의 심화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학점제 시행에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중요해졌다. 이에 대해 인천지역 온라인형(온라인 과정은 서해 5도 등 특수지역 학생이 주 대상인데, 평가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 온·오프라인 수업이 병행 시행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 선인고를 비롯해 2개 학교가 거점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공동교육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김지연 교사는 “현재 과목 선택권 확대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연구·시행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 및 진학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나가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힘이 길러지기까지는 학습 수요자인 학생들에게도 물리적으로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교사들의 지속적이고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선인고는 현재 한기선 교감의 주도 아래 ‘교육과정 지도팀’을 별도로 구성, 학생 개인별로 진로 및 학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진로코칭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이수경로를 진로성장 이력으로 인정 관리하기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학생 선택과목 안내>, <진로·학업 계획서> 등 다양한 경로의 상담 자료들도 개발·연구 중이다. 

내년부터 선진형 교과교실제 시행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또 다른 이슈는 학생들의 성취기준과 평가문제. 연구학교 1년차, 선인고의 예술 일반 과목을 예로 들면, 현재 3단계인 절대평가제가 적용된다. 특히 지필평가는 1회 이하로 지양하되, 과정중심의 수행평가를 80% 수준까지 적용하는 교과도 있다.
  연구학교 2년차인 2019년부터 선인고는 선진형 교과교실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교과마다 특화된 교실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 따라서 11월부터 교실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최은희 부장교사는 “집중이수과목에서는 인근 특성화고 등 외부강사에 의해 직접 기자재 동원이 가능하지만, 교과교실제가 시행되면 전면적으로 내실 있는 교실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기선 교감은 또한 학점제 시행에 따른 선인고의 교·강사 수급과 관련 “선인고는 인근 인화여고 같은 일반계고 뿐만 아니라, 5킬로미터 이내에  전자마이스터고, 인천비즈니스고 등의 4개의 특성화고, 중학교 3개교 등 총 9개의 중·고등학교가 단과대학 캠퍼스 형태로 자리 잡고 있어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사 수급에 최적의 조건”이라며, “현재 교과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본교 교사와 인근 학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과학점제를 위한 공동교육과정 수업을 운영할 다양한 인력풀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선인고에서 자체 제작한 공동교육과정 교재

Interview 
이상경 학생 선인고 2학년

“로봇 기초 과목 선택, 진로가 더 확실해졌어요!”
꿈두레 공동교육과정에서 ‘로봇의 기초’ 과목을 선택했는데, 수업을 듣고 전자정보 관련 학과로 대학 진학을 결정해야겠다는 꿈이 더 확고해졌어요. 이전의 수업에서는 진로를 구체적으로 결정하고, 수업시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없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이번에 선택한 수업에서는 여러 가지 체험을 미리 해 볼 수 있어서 좋았죠. 다음 학기에도 로봇 관련 심화과정이 개설되면, 또 선택할 겁니다. 물리실험도 선택했었는데, 다음에는 물리와 수학을 접목한 과목도 추가로 개설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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