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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민 교사의 세계시민교육 우리의 행동은 지구마을과 어떤 상호작용을 할까?

글_ 편집실

수업의 중요 키워드 ‘생명’에 대해 토론하는 아이들

 

국가, 인종, 빈부 등을 넘어서는 지구마을의 시민. 지속가능한 세계,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사람들, 곧 세계시민을 일컫는다. 지구마을 모든 이웃의 가치와 존엄성이 지켜지고, 그 마을 이슈에 대한 공감, 공동체에 대한 역할의식과 책임의식을 배우는 세계시민교육 수업. 수원 효원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 그 수업현장에 다녀왔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1모둠), 한 방울에 불과하지만(2모둠), 함께 모이면 우리는(3모둠), 바다가 된다. 마음을(4모둠), 하나로 모으고 옆의(5모둠), 친구를 배려해 보자.(6모둠)”
  6교시가 시작되자마자, 6개 모둠의 암호문이 완성됐다. 황지민 교사는 아이들이 직접 푼 암호문을 크게 두 번 낭독하게 했다. 이어서 황 교사는 여기에 담긴 뜻이 무엇일까? 학생들에게 물었다.
  “배려요, 협동이에요, 공감이요.”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개의 단어를 큰 목소리로 합창했다. 9월 3일, 수원에 있는 효원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 이날은 황지민 교사의 세계시민교육 2학기 첫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다. ‘모두 함께 해요!’ 황 교사가 소개한 이날의 학습 주제다.

 

회색고래는 어떻게 구출되었을까?
  이날 수업은 5-6교시 2차시로 진행됐다. 황 교사는 아이들에게 먼저 2012년 상영됐던 영화 포스터 영상을 소개했다. <빅 미라클>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래예요. 그런데 포스터를 보면 얼음바다 사이에 난 구멍으로 고래가 물 밖으로 나와 있어요. 왜 그렇게 했을까?”
  “고래도 생명이니까, 숨을 쉬어야 해요.”
  얼음바다에 갇혀 숨을 쉴 수 없는 고래가 “불쌍하고 안쓰럽다.”면서 최지원 학생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활약과 소련 국적 쇄빙선의 도움을 받으며 고래들은 얼음 속에서 극적으로 구출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 <빅 미라클>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가 절정이던 1988년 실제 일어난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포스터와 간략한 영상소개가 끝나고, 황 교사는 아이들에게 두 가지 질문지를 돌렸다. 첫 번째 질문, “회색고래 가족은 어떻게 구출이 될 수 있었나요?” 이수안 학생은 이 질문에 “미국과 소련이 협동하여 얼음을 깼어요.”라고 명료하게 적었다. 이어진 두 번째 질문. “많은 사람들이 회색고래 가족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고다윤 학생은 이 물음에 일찌감치 “생명의 가치는 높으니까요.”라는 모범답안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황 교사는 이 5교시 수업의 중요한 키워드, ‘생명’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토론하는 긴 시간을 이어갔다.
  계속되는 각 모둠별 미션. 황 교사는 학생들에게 암호 문자표를 나누어주었다. 글자의 초성, 중성, 종성을 뽑아내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도록 하는 미션이다. 친구들과 협동하여 답을 찾은 모둠은 매직펜으로 글자를 써서 칠판에 붙이면 미션은 완성이다. 이날 마지막으로 부여됐던 미션은 ‘쌓기나무 던져 잡기’ 게임이었다. 쌓기나무를 다른 모둠원에게 재빨리 던지고, 옆 친구가 던진 것은 내가 잡으면 되는 게임이다. 모둠원 모두가 땅에 떨어트리지 않고 동시에 잡으면 미션은 성공. 그러나 성공하는 모둠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이 또한 모둠원끼리의 배려와 협동심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게임이다. 황 교사가 수업의 주제인 ‘배려와 협동, 공감’을 학생들에게 재확인시켜주기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마음의 그릇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르치고 싶다는 황지민 교사

쌓기나무 던져 잡기 게임.
쌓기나무를 다른 모둠원에게 재빨리 던지고, 옆 친구가 던진 것은 내가 잡으면 되는 게임으로 배려와 협동을 배울 수 있다.

 

마음 그릇이 넓어지는 세계시민으로!
  이곳 6학년 2반 아이들이 배우는 ‘세계시민이란 곧 국가, 인종, 빈부 등을 넘어서는 지구마을의 시민’이다. 황 교사는 이를 크게 공간, 그리고 영향력의 확장으로 쉽게 풀어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곤 한다. 일례로 공간적 측면으로서는, 단지 6학년 2반이 아닌, ‘지구별, 아시아,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3동?’ 이렇게 확장시켜서 이해시키는 식이다. 또한 매순간 자신의 행동이 지구마을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또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영향력을 끼치는지 인지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이 바로 이 세계시민교육 수업의 목표인 것이다.
  황 교사가 이 교육을 교과수업에 처음 도입한 건 2015년 2학기부터다. 그해 8월,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세계시민학교에서 운영하는 교원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다. 이 연수프로그램은 2007년부터 현직 교사가 먼저 지속가능한 세계, 지구마을 공동의 문제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이론 강의와 워크숍, 학교 적용 사례 등을 운영·지원해 오고 있다.
  “교직에 처음 몸담으면서 저 스스로와 약속한 것이 하나 있었어요. 학생들에게는 학업성적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마음의 그릇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넓히고, 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그러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자 하는 것이었죠.”

6월 12일 세계아동 노동반대의 날 수업

 

지구를 살리는 배려·협동·공감
  지난 3년, 이 세계시민교육 수업으로 아이들의 지식과 사고의 확장, 태도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황 교사는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는 중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일상에서 감지되는 변화가 경이로울 정도란다. 학생들은 기후난민 수업을 들은 이후로는 교실의 에어컨 온도를 섭씨 24도 이하로 절대로 내리지 않는다. 또 탄소배출 수업 이후부터는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종이컵 사용을 금하고 있다.
  지난 1학기 수업 중에서는 세계 물의 날 프로그램이 학생들로부터 특히 만족도가 높았었다. 이 수업에는 6학년 2반만이 아니라, 효원초교 전 학년이 참가해 급식실 앞에서 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또 세계아동 노동반대의 날 수업을 통해 박효원 학생은 “내가 신던 신발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한 번이라도 더 신어야겠다.”고 ‘생각일기’에 그 소감을 적어놓았다.
  “수업을 듣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이 되고 싶다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더니 후에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발명가가 되고 싶다고도 했고요. 그렇게 그 꿈들을 차례로 이룬 후에 초등학교 시절의 꿈이었던 유엔안보리 의장에도 도전해 보겠다고요. 또 커서 군인이 되고 싶다던 아이는 현재 유엔평화유지군으로 그 꿈꾸기의 영토가 더 넓어졌고요.”
  올해로 만 3년차를 넘기면서 황 교사의 세계시민교육 수업은 앞으로 좀 더 변화를 모색해나갈 예정이란다. 진로교육과의 융합·연계도 연구 중이다. 또 향후에는 이 수업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종단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여나갈 계획이다.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소중한 수업

학생들과 함께한 월드비전 분쟁피해지역아동보호 캠페인

 


세계시민교육 노하우
① 콘텐츠를 교육과정과 통합·연계시켜라
지난 1학기, 세계시민교육 수업은 세계 물의 날(3월 22일), 지구의 날(4월 22일), 세계아동 노동 반대의 날(6월 12일),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 등 유엔에서 세계인의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정한 날들에서 주로 선정했다. 주제어의 개념 등 이론부터 아이들의 활동까지 수업에 담으려면 대개 3차시까지 수업이 진행됐다. 세계아동 노동 반대의 날 수업은 수학의 비율 단원과 접목, 적용한 사례다. 또 세계 난민 관련 수업은 국어교과의 논설문 쓰기로 확장,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② 학교 밖으로도 수업공간을 확장시켜라
수업이 끝나면 학생은 반드시 다른 한 사람에게 수업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학생들도 그 누군가의 세계시민교육 교사가 되어보는 것이다. 효원초교 6학년 2반 아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 수업에서 배운 콘텐츠들을 학교 담장 밖으로도 적극 전파하고 있다. 또 지난 1학기의 기후난민 수업은 학부모와 함께하는 공개수업으로 진행했다.
③ 현장연구에서 교육 자료를 활용하라
인권과 평화, 환경과 빈곤문제 등 수업의 콘텐츠는 주로 학교 밖 현장에서 발굴하여 활용한다. 이번 수업의 토대가 된 월드비전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NGO 단체 연수, 전시회, 혹은 캠페인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보고, 기록한 자료들을 적극 수업에 활용한다. 교사가 직접 발로 뛴 현장만큼 훌륭한 세계시민교육 수업지도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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