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이유진 교사의 ‘온작품읽기’ 수업 온전하게 함께 읽고 토론하며 피우는 이야기꽃

글_ 편집실

 

이유진 수원영동초등학교 교사가 공동저자로 출간한 『온작품읽기』의 부제는 바로 ‘이야기 넘치는 교실’이다. 교과서의 ‘쪼개진 작품’이 아니라 ‘온전하게, 더 좋은 작품’을 읽고 함께 토론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워보는 수업시간. 그 책과 노니는 교실의 수업현장에 다녀왔다.

 

기사 이미지

이유진 교사가 아이들에게 『꼴뚜기』 라는 책을 읽어주고 있다.

 

 

  “오늘 선생님이 읽어줄 책은 『꼴뚜기』예요. 여러분, 꼴뚜기 하면 뭐가 생각나나요?”


  “제 동생 별명이 꼴뚜기예요. 하하.”


  순간, 교실 안에 까르르 웃음꽃이 피어났다. 3월 13일, 수원 영동초등학교 5학년 2반 6교시. 이유진 교사의 ‘온작품읽기’ 수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온작품읽기는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교사들이 새롭게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국어과 수업모형이다. 교과서에 실린 ‘쪼개진 작품’의 한계를 뛰어넘고, 차시별로 끊어져 있는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교수법이다. 말하기, 읽기, 쓰기 등 독서의 통합교육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에게 ‘온전한, 더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수업방식이다. 바로 올해부터 시행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3∼4학년 학생들의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과도 맞닿아 있는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첫 발령을 받을 당시 국어교과의 대안적인 수업방식이 한창 화두가 되었죠. 때마침 그즈음 아동문학의 좋은 작품들과 조우하면서 학생들이 재미 없어하는 교과서를 매개로 한 수업방식에서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죠.”


  이후 이 새로운 수업방식은 원작읽기, 대체동화읽어주기 등으로 불리다가 3년 전부터 ‘온작품읽기’라는 개념으로 정착되기 시작됐다. 이유진 교사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이야기 넘치는 교실 온작품읽기』(신수경·이유진·조연수·진현 지음)가 출간된 시기도 2016년 12월. 이 책에는 이 교사를 비롯하여 온작품읽기 수업을 실천해 온 교사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조목조목 실려 있다.

 

기사 이미지

3. 이 교사와 5학년 2반 아이들

 

 

“나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다시 5학년 2반 교실. 이유진 교사가 학생들에게 오늘 읽을 작품을 소개했다. 오늘 읽게 될 작품명은 『꼴뚜기』(진형민 저, 창비)에 실린 6개의 작품 중 <축구공을 지켜라>. 본격적으로 책읽기에 돌입하기 전, 이 교사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지켜라’라는 말은 무언가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할 때, 원하는 것을 뺏으려는 상대가 있을 때 써요. 그럼, 이제부터 우리 친구들도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나씩 말해볼까요?”


  김예안 학생이 먼저 번쩍 손을 들었다. “저는 강아지 인형과 피카추 인형이 소중한데, 언니가 가끔 빼앗으려고 하면 슬퍼요.”라고 했다. 김하솜 학생은 또 “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태블릿”이라면서 “만약 누군가 빼앗으려고 한다면 정말 화를 낼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맨 뒤에 앉은 김민준 학생은 “저는 설날에 받은 세뱃돈을 꼭 지키고 싶다”고 말해 친구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꽃이 정리되어갈 즈음, 이 교사는 직접 책을 읽어내려 갔다. 작품의 소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공인구였던 자블라니. 힘센 6학년 형으로부터 이 축구공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학생의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다. 읽는 도중, 인물들의 갈등이 심해지는 대목에 이르자 이 교사는 “나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등의 질문으로 학생들의 참여와 수업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갔다. 마침내 이 교사가 작품을 다 읽자 학생들은 “선생님이 실감나게 읽어줘서 좋았어요.” “힘없는 3학년 동생으로부터 공을 빼앗다니, 어이없는 반전이에요.” “축구공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이 해결방법을 말하는 대목이 특히 재밌었어요.” 학생들은 각자 작품을 읽고 느낀 다양한 소감들을 발표했다.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4. 한 권의 책을 온전하게 읽고 함께 토론한다.

 

 

 

‘나는 길이찬인 적은 없었을까?’
  이 수업은 읽기 전과 후 활동까지 모두 2∼3차시용으로 구성된다. 다음 차시에서는 읽기 후 활동으로 공감문장 찾기, 길이찬·구주호 등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그려지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토의하는 시간도 갖는다. ‘살아오는 동안 나는 길이찬인 적은 없었을까?’ 등과 같이, 내가 힘 있는 사람 입장이 되어 자기를 돌아보게 하는 활동도 이어진다.


  “온작품읽기 수업을 하고 나면 학생들의 공감능력이 급상승한다는 것을 바로 느끼게 됩니다. ‘우리 반 친구들만 이 책을 알고 있어’라는 묘한 일체감이라고 할까요? 또 문학작품 속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아이들과 함께 성찰하고, 토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하고요.”


  이 교사가 초임시절부터 쪼개진 작품의 교과서를 과감히 내려놓고, 온작품읽기 교수법을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이 교사는 특히 동화의 경우 학생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는 방식을 고수한다. 서사 장르인 동화는 이야기성이 존재해 소리로 들을 때, 그 전달력이 더 커지고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진행했던 『푸른 사자 와니니』는 완독까지만 무려 6∼7차시가 소요됐던 장편. 하지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그 어떤 온작품읽기 수업보다 높았다고 이 교사는 들려준다.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으면서, 쓸모없는 존재에서 세렝게티 푸른 초원의 왕으로 거듭나는 암사자 와니니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도 성장통을 겪듯 자라나곤 한단다.

 

기사 이미지

5. 교과서에 실린 쪼개진 작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작품읽기를

 

 

 “시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
  온작품읽기 수업 시 좋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라면 “지나치게 교훈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또 작품의 주인공이 수업에 참여하는 해당 학년의 연령과 동일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단다. 이날 수업으로 진행된 <축구공을 지켜라>의 길이찬과 구주호 등도 5학년이다.


  “동화답고, 동시답다는, 말 그대로 상투적인 내용과 주제의 작품이라면 아이들도 금세 흥미를 잃게 되죠. 제 온작품읽기 수업에서도 현실 속에서 부딪치고, 갈등하고, 또 그 해결책을 찾아내면서 학생들이 간접체험의 효과를 맘껏 누릴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을 선정하고 있죠.”


  최근 들어서는 시 낭송 수업의 매력에도 흠뻑 빠지게 됐다는 이유진 교사. “저는 시가 싫어요!”라고 말하던 아이들도 이젠 “시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라고 말하게 되었단다.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어린이와 함께여는 국어교육>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이유진 교사는 “올 한해, 전국에서 온작품읽기 수업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수업사례를 꾸준히 발굴하고, 또 기록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사 이미지

6.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들

 

 

 

온작품읽기 지도


➊ 대화로 이야기꽃을 피우게 하라
아이들의 반응을 잘 듣고, 작품과 연결 짓는 의미 있는 질문들을 만들어낸다.


➋ 또 다른 제시를 할 수 있게 하라
작품 속 등장인물이 겪는 삶의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 본다. 또 그 문제를 나와 연결 짓거나 나의 문제로 환원하여 생각해 본다.

 

➌ 유의미한 활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라
읽은 후에는 아이들이 수행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의미 있는 활동의 결과물을 만든다.  

 

➍ 동화는 교사가 읽고, 시는 학생들이 직접 낭송하게 하라
교사가 읽어주는 동화는 소리라는 매개체로 더욱 풍부하게 전달된다. 또 학생들이 스스로 낭송하는 시에서는 저마다의 새로운 해석을 낳는다. 
  

➎ 그림책, 읽기의 요소를 확장시켜라
그림책의 표지, 판형, 인물배치 등 그림책에서 읽어야 할 요소들은 스토리 외에도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