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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꽃피운 열정 ‘섬드리수업’을 아시나요?

글_ 조수원 명예기자(전남 임자고 국어교사)

지역사회를 소재로 뮤지컬을 준비하는 학생들

 

전라남도 신안에 위치한 작은 섬, 임자도에 소재한 임자고등학교(학교장 박안석)의 변화물결이 거세다. 도서지역의 특수성, 지역사회의 장점, 학생들의 역량을 고려한 선생님들의 치열한 노력이 쌓여 학생들과 학교문화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과 마주하다!
  “쌤, 우리는 섬에서 나고 자라서 어려운 문항들은 잘 못 풀어요.”


  “연극? 영화? 연극은 못 봤고요. 영화는 가끔씩 날 잡아 배타고 나가서 봐요.”


  “얼른 대학에 들어가서 독립하고 싶어요. 스타벅스 있는 도시 같은 곳으로요.”


  이는 현재 나의 고장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한 학생들의 의식이 발현된 결과이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결핍된 부분을 채워 주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 학생들은 내 고장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2016년 초, 신안 지역에 대한 안 좋은 소식들이 매스컴을 타고 전국적으로 퍼져가는 시점, 많은 학생들은 진심으로 아파했다. 실상과 다른 오해가 작고 여린 학생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줬다. 나의 일이 아니어도 오랜 시간 함께한 이웃들은 ‘우리’라는 울타리로 연결된 공동체 의식을 내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섬드리수업은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 깊숙이 담긴 애향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렇게 교실수업 개선의 첫 발을 디뎠다.

 

 

2016년은 섬드리수업으로
  시작은 미비하였다. 국어교사인 필자는 2학년만을 대상으로 섬드리수업을 적용하였다. 섬드리수업을 ‘섬 학생들의 결핍된 자긍심을 채워줄 수 있는 지역사회와 밀착된 수업’이라 정의하고 교과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수업의 방향은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정하였다.


  화법과 작문 과목에서 요구하는 역량인 ‘자기표현과 사회적 상호작용, 정보전달, 설득’을 위해 영화, 단편소설, 자서전, 라디오, 광고, 신문, 뉴스 등을 제작하였다. 일례로 영화제작 수업과정을 소개한다. 영화의 소재는 ‘지역사회에서 발견한 우리의 것’이다.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특산물(튤립, 시금치, 소금),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임자도의 특수성, 섬 학생들의 꿈과 사랑 등 다양한 소재로 모둠의 스토리를 영상화하였다. 각 교실에는 홍보 포스터가 부착되었으며, 강당에서 최종 영화제가 실시되었다. 서로가 협력하며 깃들인 추억이 지역사회에 퍼졌다. 영화 상영 틈틈이 학생들의 무대 공연이 이뤄지며 축제 형식의 임자영화제는 막을 내렸다. 이후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조연상, 최우수 작품상 등 이색적인 학교장상이 수여되었다. 학생들의 활동과정은 전남교육신문과 영상뉴스로 제작되었으며, 관련 기사를 접한 전남의 다양한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임자도 학생들을 칭찬하였다.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당당해지고, 프로젝트 수업에 열정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함께 만들어낸 긍정의 힘! ‘교사공동체’
  선생님들의 질문 빈도가 잦아졌다.


  “무슨 수업을 하는 거예요? 우리 교과에서도 함께 하면 좋을 텐데요.”

 
  오창익(국어), 박주희(음악), 양대호(지리) 등 여러 선생님들과 교실수업 변화를 위한 고민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창익 선생님은 수업 짝꿍으로서 수업 방향에 대한 조언과 용기를 주었다. 교감선생님은 학교의 긍정적 변화를 늘 칭찬하며 민주적 교직문화를 조성하였다. 전라남도교육청에서도 수업의 변화를 주목하며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을 하였다. 전남 수업역량강화연구회 회장인 이선 선생님은 소규모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미비했던 임자고의 수업 변화는 점차 날개를 달았다.

 

섬드리수업 영화제작 과정

 

 

5色 빛깔 빛나는 스토리 수업 나눔
  2017년은 임자고의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수업의 변화를 꾀하였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음악 등 5개 교과의 특성을 살린 스토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전개하였다. 세부적인 활동 내용은 다음의 <표>와 같다.


  작은 변화였지만 전국이 주목하였다. 임자고는 2017년 일반고 고교교육력 제고 사업과 2016년 수업탐구 교사공동체 전국 최우수로 선정되었다. 필자는 2016년 교실수업 개선 실천사례 전국 1등급, 오창익 선생님은 전국 2등급으로 선정 되었다. 

 

 

 

 

교실수업의 변화, 적극적 진로 탐구의 계기로
  가장 큰 변화의 대상은 학생이다.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상상해보는 타임머신 단편소설 제작,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작은 음악가 수업 등 5色 스토리 수업 안에서 학생들은 강한 자신감과 진로의식을 갖게 되었다. 적극적인 진로 탐구는 문과(인문사회 계열) 밖에 없던 작은 학교에서 이과(과학기술 계열) 및 예체능으로 대학 방향을 정한 학생들의 비율로 나타났다. 2017년 15명의 졸업생 중 5명이 공학 계열로 2명이 예체능으로 진학하였다. 그전의 졸업생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진로 탐구 결과였다. 진학으로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2016년에는 순천대, 전주대 등으로 그쳤던 입시 결과가 2017년에는 부산대 사범대, 전남대 등 거점국립대에 다수 진학하였다. 교실수업 변화가 진학으로 연계되며 학생들의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2년에 걸친 임자고의 변화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각별한 노력이 담겨 있다. 전 교원이 관사에 거주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미비한 시작이었지만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동참하며 발을 맞췄다. 지역사회와 학생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걸맞은 수업을 전개했다. 대규모의 고등학교일지라도 학생들의 공통적 특성과 해결책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수업 안에서 재구성해낼 수 있다면 어디서든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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