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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동이초등학교의 ‘작은 마을 꿈동이’ 동상이(利)몽 마을 프로젝트 수업

글_ 편집실

 

이낙순 마을선생님으로부터 망북비에 대한 설명을 듣는 아이들

 

월·화요일에는 우산분교의 23명 학생과 함께 연합수업이 진행되는 충북 옥천동이초등학교(교장 조경애). 이 학교는 올해부터 색다른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 중이다.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마을선생님들과 함께 떠나보는 ‘작은 마을 꿈동이, 동상이(利)몽 마을 프로젝트 수업’이다. 11월 7일, 그 수업 현장에 다녀왔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 만드는 ‘행복한 충북교육’을 위해 충청북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사업이다. 충북교육청은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물적·인적자원을 발굴하고, 마을교사 양성을 위한 체제도 마련해 나가고 있다. 2017년에는 이곳 옥천과 충주, 진천, 음성, 제천, 보은, 괴산 등 7개 지구에서 각각 지역특색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이곳 동이면은 훌륭한 선조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이에요. 임진왜란 때는 의병들이 나서서 마을을 지켰고, 또 구한말에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애쓰신 민초들이 이 마을에 많이 사셨어요.”
  이낙순(67) ‘마을선생님’이 충북 옥천군 동이면 평산리에 있는 망북비(望北碑, 국상을 당할 때 지방 유림들이 북쪽을 보며 절을 하던 곳) 앞에서 이 비석의 유래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옥천 동이초등학교 프로젝트 학습인 동상이(利)몽 마을프로젝트 수업시간. 막 설명을 마친 이 망북비는 1919년 고종 황제의 서거로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이 마을 유생 이기윤이 이곳에 올라 애도와 나라 걱정을 하면서 세웠다고 한다. 한 마을에 살아오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옛 선조들의 삶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동상이(利)몽 마을프로젝트 수업은 2017년 충청북도교육청이 추진해온 행복교육지구 사업 참여 프로그램 중 하나다. 동이초교는 우산분교 학생까지 전교생이 총 65명인 농촌지역 소규모학교. 지난 3월 조경애 교장이 부임하면서 이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내가 사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다!
  “이 프로젝트 수업은 동이초교가 있는 평산리와 적하리·금암리·청마리 등의 문화유적지 탐방은 물론 동이면주민자치센터와 파출소를 비롯한 관공서와 향토기업 탐방 등 학생들이 학교 인근의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탐구활동을 하는 학습 프로그램입니다. 이제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으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탁본하는 아이들


  조경애 교장은 “지난 1학기 프로그램은 반딧불이 생태탐구와 블루베리 수확체험 등 탐구대상 지역이 옥천군 전역이었던 반면, 2학기에는 주로 학생들의 주거지와 가까운 동이면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 프로그램을 재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수업은 각 학년별 담임교사 외에 마을이장과 학부모 등 특별 초빙된 ‘마을선생님’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번 망북비 체험활동을 지원한 이낙순 마을선생님 역시 동이초교 24회 졸업생이자, 이곳이 첫 부임지였던 전직 교사 출신이다.
  다시 망북비에서 진행되는 수업 현장. 마을선생님의 문화유적과 그 역사에 대한 이런저런 배경설명이 끝나고, 이번에는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탁본하는 체험시간이다. 박하나 학생(6학년)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한 손에 든 먹방망이를 다른 손의 먹방망이로 톡톡 두드리며 먹물을 옮겼다. 이렇게 옮겨진 먹물은 방금 전 친구들이 비석에 붙인 종이 위를 탁탁 두드리는 것으로 글자가 새겨졌다. 이때 이낙순 마을선생님은 먹물을 이용한 탁본 방식인 습탁(濕拓)과 또 다른 방식인 유탁(油拓)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학교 인근의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탐구활동을 펼친다.

동이초교 인근의 평산리, 적하리, 금암리, 청마리 일대의 현장 학습 결과물을 둘러보는 아이들

 

마을선생님과 함께 무학년제 수업으로!
  이 프로젝트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무학년제’ 과정이다. 학생의 거주지별로 모둠원이 구성되다 보니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고르게 분포하게 됐다. 이번 현장수업에 동행한 김광자 교감은 “6학년 언니와 형들이 1, 2학년 동생들을 서로 보살펴 주고, 모르는 내용은 가르쳐주면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 배려하는 마음과 협동심, 공감하는 능력도 함께 키워진 것 같다.”고 소개했다. 최정화 교무부장 또한 “한 마을에 있는 주민자치센터와 보건소 등은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의외로 많지 않다.”면서 “1학년생들과 6학년이 손잡고 함께 걸으며 수업을 하니 그 효과가 배가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동이초교에서는 ‘동네 한 바퀴 이모저모’라는 이름으로 2학기 동안 진행해 온 현장학습 발표회도 함께 진행이 됐다. 소강당에서 진행한 수업에는 학부모들도 자리해 학생들의 발표를 지켜봤다. 또 그동안 이 수업에 함께 한 마을선생님들에겐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감사패도 증정됐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곳은 적하리팀의 마을여행. 6학년 박민우 학생은 “김태형(53) 마을선생님의 안내로 충혼탑과 구휼비(救恤碑) 탐사를 다녀왔다.”고 소개했다. 민우 학생은 또 “적하리라는 지명으로 불리게 된 이유도 처음 알게 되었다.”며 소개를 이어갔다. 구휼비는 1800년대 후반 배고픔에 시달리던 이웃을 도운 김동시 어르신을 기리기 위한 비석. 학생들은 구휼비의 유래를 들으면서 선조들의 이웃사랑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는 평산리 학생들의 마을 소개 차례. 이 팀은 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동이면주민자치센터, 동이파출소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또 체험 활동들을 영상으로 담아내 친구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시켰다. 구글지도에서 동이면과 평산리를 영상으로 보여줘 친구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600년 된 수령을 자랑하는 느티나무가 있는 금암마을 친구들은 외지인이 마을을 찾아오는 재미난 상황극으로 마을소개를 시작하면서 친구들의 웃음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박혜진 우산분교장과 함께 23명 전원이 마을소개에 나선 청마리 팀. <우리엄마는 요술쟁이>라는 동요에 청마리를 소개하는 노랫말로 개사해 노래공연을 펼쳤다. 박혜진 분교장은 “청마리 축제에서도 23명 아이들의 그간의 활동이 소개되었다.”면서 아이들의 활약상을 자랑했다. 

 

 

학생들과 함께 ‘동이면 택리지’ 제작할 계획
  동이초교는 올해 진행한 마을 프로젝트수업 평가회의를 거쳐 내년에는 사회과목의 교육과정과 연계해 재구성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조경애 교장은 “동이면의 풍부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면서 문화유적과 체험학습 교육장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발굴한 마을의 자료를 바탕으로 ‘동이면 택리지’를 제작해 수업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좀 더 세부적인 프로그램은 이번 겨울방학 기간에 구체화시킬 예정이다.
  “이번 2학기 프로젝트 학습을 위해 학교의 모든 선생님과 마을선생님이 지난 7월부터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고민했어요. 오늘 발표회의 표현활동에서도 전교생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가해 주어서 대견스러웠고요.”
  조경애 교장은 이번 프로젝트 학습이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데 커다란 문화적 자산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동상이몽 마을 프로젝트 현장학습 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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