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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윤 수석교사의 ‘도덕과 하브루타 질문 수업’ 질문으로 생각을 트고 대화로 세상을 연다

양경윤 수석교사의 수업 중심에는 늘 아이들이 있다. 수업의 질문을 만드는 것도, 그 질문에 대해 짝을 바꿔가며 열띤 토론을 하는 것도 모두 아이들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학습의 동시성과 함께 다양성이 발현된다. 아이들의 질문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생각하는 힘을 이끌어 내는 양 수석교사는
“질문으로 생각을 트고, 대화로 세상을 열며, 타인을 바라보며 ‘자신’을 알아가는 수업”이라고 소개한다.


  교탁을 향해 ‘ㄷ’자로 앉은 창원 안계초등학교(교장 차유미) 6학년 학생들이 옆에 앉은 짝과 도덕 교과서 속의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사이버 욕설을 당하는 아이, 폭력을 당하는 아이 등등. 이 그림을 보며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번에는 교과서 속의 ‘동수의 일기’라는 글을 한 문장씩 짝과 번갈아가며 소리 내어 읽는다. 달리기에서 아쉽게 4등을 한 동수는 친구들로부터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어’, ‘너는 달리기를 못하니 밥이라도 많이 먹어라’는 말을 듣고 상처 받은 마음을 일기에 적었다. 모든 학생이 읽기를 끝냈을 때, 양경윤 수석교사는 학생들에게 “그림과 글에 대해서 각각 한 가지씩 질문을 만들어 보라.”고 말한다.

 

우리가 만든 ‘핵심질문’으로 생각 확장
  “갈등이 커지면 왜 폭력으로 나타날까?”
  “장난이 어떻게 폭력이 될 수 있나?”
  “말로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그 상처는 얼마나 클까?”
  “동수는 왜 참기만 하고 속상한 마음을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친구들은 왜 동수에게 마음 아픈 말을 했을까?”
  “폭력은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우리반 친구들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는?
  “학급규칙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
  “즐거운 학급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25명의 학생들이 2가지씩 쏟아내는 질문은 50여 가지. 이중에서 중복되는 질문을 제외하고 몇 가지로 좁혀졌다. 이번에는 짝과 자신의 질문에 대해서 진지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 언어폭력, 친구에 대한 배려, 학급규칙 등 양 수석교사가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내용들이 모두 녹아있다. 교사는 이끌기만 할 뿐이다.
  충분한 대화가 오고간 뒤에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짝을 바꾼다. 이때 양 수석교사는 학생들에게 “반 친구들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는”이란 질문을 던졌다. 한 학생의 질문을 핵심질문으로 가져온 것이다. 질문공책에 3가지씩 자신의 생각을 적고 바뀐 짝과 또다시 대화를 이어나간다.

 

교과서 속의 그림과 텍스트를 읽고 질문을 만든다

 

하브루타 질문 수업은 짝과 대화하면서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짧은 시간 내에 알게 되고 학급 친구들의 생각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사고의 점프가 일어난다. 한 학생이 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홍서연 학생은 별명 부르기, 줄임말 사용, 비속어 사용을 적었다. 허인성 학생은 별명을 많이 부른다, 공격적인 말투를 사용한다, 초성으로 답한다, 줄임말을 자주 사용한다 등을 기록했다. 한 학생은 ‘내가 군밤이란 별명으로 놀림을 받는다.’
  ‘친구 ◯◯이는 키가 작아 멸치라고 놀림을 받는다.’며 별명으로 인한 속상함을 드러냈다. 짝과 별명으로 놀림을 당했을 때의 기분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비속어를 들었을 때의 불쾌한 감정들을 서로 공유한다. 밖에서 보는 교실은 왁자지껄하지만 그 속에서 짝과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띤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다.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양 수석교사는 학생들의 대화가 끝나갈 즈음, 또 다른 학생의 질문이었던 “평화로운 교실을 위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언어규칙을 만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이해원 학생은 “제가 요즘 감정기복이 심해서 욱 할 때가 있어요. 친구관계가 안 좋아질까 봐 이런 말을 못했는데, 오늘 짝에게 이야기 했어요. 앞으로는 욱하기 전에 제 감정을 다듬고 욕을 자제할 거에요.”라고 말한다.
  전인호 학생은 “달리기를 못한다는 친구의 말에 동수가 상처를 받잖아요. 제가 달리기를 못하는 친구에게 똑같은 말을 무심코 한 적이 있어요. 그땐 그 말이 상처를 주는 말인지 몰랐는데, 오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수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라고 설명한다.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각자 정한 언어규칙을 들고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팩트폭력이 뭐야?”라고 묻는 양경윤 수석교사에게 한 아이가 활짝 웃으며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이 만든 질문을 퍼즐 조각 맞추듯 주제와 연결하며 수업을 완성해 나가는 양경윤 수석교사

 

“표준말을 사용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며 말한다.” 등등 평화로운 교실을 위해 아이들이 언어 규칙을 정해 칠판에 붙이고 있다.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고의 점프가 일어난다”
  양경윤 수석교사는 질문과 대화가 넘쳐나는 하브루타 수업에 대해 “질문으로 생각을 트고, 대화로 세상을 열며, 타인을 바라보며 ‘자신’을 바로 알아가는 수업”이라고 소개했다.
  하브루타 질문 수업의 장점은 수업 시간에 학습의 동시성과 함께 다양성이 발현된다는 점이다.
  “사물을 다르게 보려고 노력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한된 생각의 틀과 자신의 성향, 문화적 지능 등의 한계로 인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질문 수업은 짝과 대화하면서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짧은 시간 내에 알게 되고, 학급 친구들의 생각들이 동시에 다양하게 쏟아져 나와요. 다양한 친구들의 질문과 대화를 통해서 사고의 점프가 일어나는 거죠.”
  특히 하브루타 질문 수업은 질문에 머뭇거리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짝의 이야기를 듣고 짝의 질문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고 짝의 질문으로부터 자신의 질문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질문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모방은 곧 학습이 된다. 여기에 짝을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교우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하브루타 질문 수업의 효과가 인정되어 양 수석교사는 인성교육 중심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수업이 아이에게 말을 걸다-질문 중심 하브루타로 만들어가는 인성중심 수업’으로 팀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양경윤 수석교사는 하브루타 질문 수업을 더 많은 교사들과 공유하고자 2015년부터 DR(Dialogic Reading)하브루타 교육연구회를 결성하여 수업연구를 해오고 있다. 3명의 회원으로 시작된 연구회는 현재 80여 명으로 늘었다. 안계초는 물론이고 9개 지역 교사들이 격주에 한 번씩 모여 수업연구를 해오고 있다. 학습대화, 질문이 살아 있는 교실이야기로 원격연수 강의를 진행 중인 양경윤 수석교사는 교내외에 수시로 수업을 공개해 오고 있다.
  “안계초에서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브루타 질문 수업을 하고 있어요.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매 시간 교육현장을 몸으로 느끼며 더 효과적인 수업, 더 쉬운 수업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양경윤 교사의
질문 수업을 위한 몇 가지 노하우

교과서 활용하기
하브루타 질문 수업에서 가장 큰 고민은 학습 자료이다. 단위 수업 시간마다 새로운 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주어진 자료인 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질문 수업에서는 교과서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을 활용하여 질문을 만들어도 학습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짝과 소리 내어 읽기
텍스트는 짝과 대화하듯이 한 문장씩 주고받으며 소리 내어 읽기를 권한다. 여러 문장이 들어 있는 한 단락 이상을 혼자 계속 읽는 것보다 자주 번갈아 읽는 것이 집중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된다.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질문 만들기 전 단계로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그림 질문 만들기
도식화된 이미지는 질문 수업을 위한 아주 좋은 자료가 된다. 그림을 살펴보는 활동만으로도 학생들의 흥미를 더 많이 끌 수 있으며 동기유발 효과가 있다. 텍스트보다 학습 주제에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으며, 다른 친구들의 질문을 통해 다른 각도로 그림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세밀하게 보는 힘도 기를 수 있다.

질문을 학습주제와 연결하기
질문은 많을수록 좋겠지만, 단위 수업의 학습 효율을 고려했을 때 1인당 3~5개가 적당하다. 물론 이 질문을 모두 시간 내에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깊이 있는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질문이 최소한 3~5개 정도는 필요하다. 질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하게 하고, 스스로 의문점을 해결하기도 한다. 너무 많은 질문은 수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질문을 초점화하여 정리한다. 자신이 만든 질문 중에서 가장 궁금한 것을 선택하게 하거나, 비슷한 것들을 유목화하여 5~6가지로 압축한다. 결국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을 초점화하는 기능이 교사의 핵심질문이 되는 것이다.

이끎 질문으로 연결하라
교사의 관점에서 학습주제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의미 없는 질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질문 그 자체보다는 질문을 보는 관점의 차이로 봐야 한다. 교사는 늘 제한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자꾸만 상황이나 내용에 상관없이 지름길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너무 멀리 돌아가려고 하는 질문들을 다시 교실 수업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로 교사의 몫이다. 질문 퍼즐을 배치하고 연결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질문공책 쓰기
질문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수업에 질문을 활용하기 위해서 질문공책을 만들었다. 질문공책이라고 해서 질문만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학습에 대한 배움 글쓰기 공책으로 활용하여 평가와 피드백을 함께한다. 질문으로 생각을 열고 대화로 사고를 확장하였다고 해도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막연하다. 일주일 정도는 한 줄 쓰기에 만족하고 익숙해지면 3~4줄 쓰기로, 점차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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