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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과 나홀로족

먹방과 나홀로족


글│편집실

 

  최근 종영된 tvN <식샤를 합시다>는 밥 먹을 때 특히 외로워지는 1인 가구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혼자 살면서 겪는 외로움과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은 실제 나홀로족인 작가들이 실감나게 그려 인기를 끌었다.
  몇 해 전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셜다이닝’ 역시 1인 가구의 혼자 먹는 외로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와 맞닿아있다. 소셜다이닝은 SNS나 전용 사이트 등을 통해 낯선 이들과 만나 밥을 먹으면서 친목을 다지는 ‘밥상모임’으로 국내에서는 2년 전부터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학생의 80% 이상, 직장인의 50% 이상이 나홀로족으로 사는 것이 좋다고 대답했다. 식당이나 술집들도 혼자 다니는 사람을 위한 1인 테이블을 확대하고 있고, 나홀로족을 위한 신상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나홀로족이란 누에의 집인 고치(cocoon)라는 용어에서 비롯된 ‘코쿤족’을 번역한 말이다. 원래 의미는 사회로부터 단절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만, 한국에서 나홀로족은 약간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코쿤족은 나홀로족 중에서도 독립된 주거생활 공간을 가진 다소는 여유있는 부류들이다. 이들은 디지털문화와 핵가족화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등장하여 가족보다는 개인을 강조하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며 집이나 자동차, 사이버 공간과 같이 자신이 선택하고 마련한 공간에서 안락하고 안전하게 칩거하면서 자신만의 생활을 즐기려고 한다. ‘한국형 나홀로족’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코쿤 안에 가둔 사람이 아니다. 그 대신 모든 일을 친구나 애인과 함께하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을 칭한다. 다시 말해 사회생활이나 단체활동,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큰 관심이 없고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는 사람들을 나홀로족이라고 한다.
  나홀로족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여가시간에 혼자 보내는 것이다. 혼자 영화 보기, 혼자 밥 먹기, 혼자 카페에 앉아 있기 등 가벼운 여가활동에서 시작해 여행하기까지 다양한 일을 혼자 한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다.
  나홀로족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역시 ‘외로움’이다. 아무리 혼자 먹고 놀 수 있는 나홀로 산업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외로움만은 어찌할 수 없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나홀로족 가운데 먹방(먹는 방송)을 즐겨보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먹방은 연예인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신조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원초적인 욕망 중 하나이다. 이런 가운데 TV 프로그램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신들이 먹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하고 있고, 그것을 서로 지켜보면서 즐기고 있다. 먹방을 즐겨보는 대한민국의 나홀로족이 하루 1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까지 일반인들에게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대중매체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고, 혼자 멍하니 밥을 먹기보다는 영상을 통해서라도 서로 밥을 먹는 장면을 공유하면서 함께 식사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먹방쟈키라는 직업까지 생겨 사람들에게 먹을 것에 대한 정보와 생생한 화면을 제공해주고 있다. 나 홀로의 삶을 선택했지만, 나 홀로 먹고 싶진 않은 심리가 먹방 신드롬을 낳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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