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2018 동계올림픽, 가자! 강원도로 ② 정선 편 여기 다 있다, 당신이 즐겨야 할 만추

***********************
추천 코스
1day 민둥산 - 삼탄아트마인 - (점심) - 정암사 - 만항재
2day 병방치스카이워크 - 정선아리랑시장 - (점심) - 레일바이크 - 아우라지 - 화암동굴(또는 알파인스키장)


  바람이 향긋해 기분 좋은 만추엔 정선엘 가자. 정선의 11월은 황금빛이다. 만항재 낙엽송숲이 황금빛으로 출렁대고, 민둥산 너른 억새밭이 또 황금빛으로 물결친다. 철로 위를 질주하는 레일바이크와 고공 위로 아찔하게 뻗어 있는 스카이워크도 매력 만점 즐길거리. 아리랑 선율이 흐르는 5일장과 폐광의 흔적도 정선이 주는 선물이다. 여기에 올림픽경기가 펼쳐질 알파인스키장까지 엿본다면 금상첨화. 산촌 고유의 정서가 잘 살아 있는 정선으로 떠나보자.

 

알파인스키 경기가 치러질 도시, 정선
  2018 동계올림픽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평창동계올림픽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102개. 각 종목의 주인공이 평창, 강릉, 정선에 있는 12개 경기장에서 결정된다.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경기가 치러지는 곳은 스키장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전체 금메달의 절반 가량인 50개가 스키 종목에 걸려 있다. 올림픽 종목인 알파인스키, 패럴림픽 종목인 장애인 알파인스키, 장애인 스노보드 경기가 열린다.. 장애인 알파인스키 종목 일부도 정선에서 진행된다. 아직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장 일대를 잠깐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설렘이 인다. 특히 가리왕산 기슭에 있는 정선 경기장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신설돼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는 곳이다. 더욱이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자선수와 여자선수가 같은 코스를 사용하도록 디자인했다.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물 군락지 7개를 우회해 코스를 설계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재 대부분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미리 경기장을 살펴보는 재미를 맛보고 싶다면 찾아볼 일이다.

 

철로 위를 달리는 자전거 레일바이크

1day 하루쯤은 바람 따라 너풀너풀
  첫날은 민둥산과 만항재로 길을 잡자. 민둥산은 소문난 억새 군락지다. 가을이면 산 정상이 나무 하나 보이지 않는 황금빛으로 빛나 눈부시다. 특히 산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억새능선이 각별하다. 솜씨 좋은 이발사가 만들어낸 듯 아름다운 가르마가 억새 숲을 가로 질러 산책하는 맛이 좋다. 걷다 만나는 소리도 매력 있다. ‘사각 사각, 쉬~쉬’,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를 휘감아 흐르는 소리가 풍성하게 들린다. 풍경은 가끔 그렇게 눈뿐 아니라 귀로도 마음을 적셔 황홀하다. 감상 적기는 10월 중순부터 11월 10일 즈음까지. 산행 시간은 짧게는 40분, 길게는 2시간이다. 밭구덕마을까지 차로 올라 산행을 시작하면 30~40분 만에 정상에 닿고, 증산초등학교나 능전마을에서 시작하면 정상까지 1시간 30분가량이 걸린다. 오르막구간의 경사가 만만찮지만 길이 험하지 않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산행지로도 인기다.
  민둥산을 벗어나 태백 방향으로 12km 정도를 달리면 만항재 입구에 닿는다. 만항재는 고원 드라이브 코스의 정수로 손꼽히는 곳. 고갯마루의 높이가 무려 1,330m에 달해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다. 출발점은 정선군 고한읍, 38번 국도와 414번 지방도가 갈리는 상갈래교차로다. 이곳에서 삼탄아트마인과 정암사를 지나 만항재 정상까지 8km 남짓을 달린다.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한 삼탄아트마인

아우라지역과 아우라지를 잇는 줄배


  초입에 있는 삼탄아트마인부터 찾자. 상갈래교차로에서 2km 거리쯤에 있는 삼탄아트마인은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한 곳이다. 20여 년 전까지 만항재가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길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곳으로, 길목에서 산중턱에 우뚝 솟은 수갱타워가 보인다. 수갱타워는 지상과 지하 갱도로 광부와 석탄을 옮기던 삼척탄좌의 승강 시설로, 아트마인의 심장 같은 곳이다. 짙은 회색빛 레일 위에 붉은 꽃 세 송이를 상징처럼 설치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밖에 드라마 <태앙의 후예>의 한 장면을 촬영했던 마인갤러리와 석탄 산업의 현장인 야외 공간도 눈에 띈다. 광차와 인차 등을 전시하고 있는 야외 공간에서는 폐탄이 높은 언덕을 이룬 풍경과도 마주할 수 있다. 케케묵은 듯하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광부들의 고단한 삶이 구불구불한 만항재를 따라 이야기로 흐르는 느낌이다.
  삼탄아트마인 맞은편엔 정암사가 있다. 국내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알려진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찾는 인파가 많지 않은데다 크지 않아 경내가 고요 속에 잠긴 듯 풍경 소리가 크다. 눈여겨볼 곳은 수마노탑이다. 수마노탑은 적멸궁 위 산 중턱 높은 곳에 있는데, 정교한 장식이나 화려한 돋을새김은 없지만 훤칠하니 잘 생겼다. 탑의 지붕돌 네 귀퉁이마다에 달린 풍경들이 바람을 타는 소리가 듣기 좋은 자리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일품이다.
  정암사 위는 만항재다. 정상 표지석을 기준으로 사방이 울창한 낙엽송 숲이다. 햇살 좋은 11월 한낮, 낙엽송 숲을 걸어보자. 여름 내 야생화로 물결쳤던 탐방로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바람이 불면 와르르 노란 잎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스카이워크에서 즐기는 짚와이어

정선아리랑시장 공연

실제 금을 캤던 화암동굴

2day 정선 고유의 풍경과 마주하다
  이튿날엔 정선읍내로 든다. 정선읍내에 있는 병방치를 들러 구절리로 향하는 것이 순서다. 병방치는 동강 물줄기가 한반도 모양 지형을 감싸고 흐르는 비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정선군은 몇 년 전, 이 고개 절벽 끝에 스카이워크를 만들었다. 아찔한 절벽 끝에 U자형으로 돌출된 구조물을 세우고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스카이워크에서 언덕 위로 100여m를 오르면 전망대와 짚와이어 시설이 있다. 전망대는 동강이 물돌이를 이루며 산을 감싸고도는 풍경이 한눈에 드러나는 지점. 이곳에 서면 짚와이어로 고공을 질주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좀 더 액티비티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짚와이어로 한반도 지형 위를 날아보는 것도 괜찮다.
  병방치에서 구절리까지는 차로 30~40분이 걸린다. 구절리는 레일바이크가 출발하는 지점이다. 레일바이크는 페달을 밟아 철로 위를 달리는 네 바퀴 자전거. 폐역사인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km 구간을 50여 분 달린다. 국내 최장 코스지만 코스 대부분이 평지이거나 내리막길이라 힘들이지 않고 바이크의 속도를 즐길 수 있다. 시속 10~30km로 느린 속도지만 바람을 직접 맞으며 달리는데다 터널이나 철제다리 등을 쏜살같이 달려 체감속도는 실제보다 훨씬 빠르다. 하지만 철로 위를 달리는 것보다 즐거운 건 철로를 달리며 감상하는 구절리 일대의 빼어난 풍광이다. 철로를 따라 달리는 송천계곡의 여울과 강 양쪽으로 늘어선 기암절벽, 산간농촌의 정겨운 풍경이 상상 이상의 재미를 준다.
  구절리에서 정선읍내로 돌아 나오는 길엔 아우라지에 들리는 것도 잊지 말자. 골지천과 송천이 합수해 조양강을 이루는 지점을 뜻하는 아우라지는 남한강 천리 물길을 따라 뗏목을 운반하던 뱃사공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다. 강 건너 정자 앞에 있는 아우라지 처녀 상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이곳에 서면 송천과 골지천이 합수하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아우라지역과 아우라지를 잇는 줄배도 타볼 일. 뱃사공이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내는 아리랑 얘기가 그 리듬감만큼이나 재미있다.
  마침 정선으로 떠난 날이 끝자리가 2일이나 7일인 날이거나 주말이라면 정선아리랑시장에도 들러보자. 시골 장터 특유의 소란스러움과 소박함에 아리랑 공연 등 볼거리가 가득해 보는 맛이 난다. 무엇보다 잔주름 깊은 시골 아낙을 닮은 풍경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 좋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화암동굴 탐험도 신난다. 화암동굴은 ‘금(金)과 대자연의 만남’을 주제로 꾸며놓은 테마형 동굴로, 웅장한 지하세계의 면모를 보여준다. 1922년부터 1945년까지 실제 금을 캤던 곳으로, 관람하는 데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
Travel Tip

   
정선의 별미는 곤드레나물밥과 콧등치기국수, 올챙이국수, 감자옹심이, 황기족발, 토종닭백숙 등이다. 곤드레나물밥은 정선읍내에 있는 동박골(033-563-2211)과 싸리골식당(033-562-4554), 구절리에 있는 대운식당(033-562-5041) 등이 유명하고, 콧등치기국수와 황기족발은 동광식당(033-563-3100)이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만항재 부근에 있는 만항곤드레닭집(033-591-5002)도 찾는 이가 많은 곳. 곤드레고등어찜과 토종닭마백숙이 인기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