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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과 벌, 학급에 꼭 필요할까요?

글_ 김성효 전라북도교육청 장학사

 

  학급구성원 모두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학급규칙과 약속, 적절한 제재는 교실에 안정과 질서를 가져다줍니다. 이때의 규칙은 학급구성원의 합의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것이어야 하고, 제재를 가하는 수단 역시 아이를 부끄럽게 하거나 속상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잘못한 행동에 책임을 느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보상과 벌,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첫 번째. 학급규칙은 절차적으로도 내용으로도 정당해야 해요.

  규칙은 절차적으로 정당해야 하고, 내용 또한 정당해야 합니다. 헌법학에서는 이를 각각 절차적 정당성, 실체적 정당성이라고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학급에서 학생들이 정하는 규칙 역시 합의라는 절차를 거쳤다는 것만으로는 정당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실질적인 내용 역시 정당해야 하지요. 이때 정당함의 기준은 인간존엄입니다.


  이를테면 학생들이 학급회의에서 엉덩이로 이름 쓰기, 남학생인데 고무줄로 머리카락 묶어놓기, 양말 입에 물고 돌아다니기 등을 정했다고 해서 그것이 규칙으로써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인격을 모독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규칙은 교실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존엄하다는 것을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체벌은 안 돼요
  20여 년 전 제가 처음 교사가 됐을 때는 어느 정도의 체벌이 용인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심지어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때려서라도 가르쳐주세요.”라고 요구할 정도였죠. 숙제를 안 해온 아이의 손바닥을 때리면 담임이 열정이 많아서 열심히 가르치려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한 대만 때려도 숙제를 해왔지만 다음엔 세 대, 네 대를 때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이를 때려서도 안 된다면 그 교실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미 그 교실은 교사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겠지요.


  체벌은 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하수(下手)의 방법입니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교실에서는 교사가 큰 소리로 야단하거나 벌을 주면서 화내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체계적인 학급 운영을 고민하는 게 체벌보다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세 번째.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가도록 하는 향상점수
  향상점수제는 스스로 정한 목표에 도달할 때 점수를 매기게 하는 제도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 정한 목표를 기록해두고, 향상 점수를 기록해서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것을 넘어설 정도의 성취를 보이는 학생에게는 책을 선물하거나 서점에 같이 가서 책을 골라주었습니다.


  다음은 교실에서 운영했던 향상점수표입니다. 기준은 학생들과 협의를 거쳐 정했습니다.


  학급 전체가 약속을 잘 지키면 학급 전체가 함께 공놀이하기, 무서운 이야기 들려주기 같은 물질적이지 않은 보상을 했습니다. 칭찬통장이나 칭찬마일리지도 적용해보았지만 그보다는 개인별로 목표치를 정하고 노력하는 형태의 향상점수판을 활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마법의 주문. “선생님은 널 믿어.”

  아이들은 안정적인 교실을 원합니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아이들이 먼저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학급구성원 모두가 함께 정한 약속을 지켜야 하고, 행동에 책임지는 태도가 내면화돼야 하지요.


  아이와 교사의 관계가 따뜻하게 깊어지면 아이들은 교사가 원하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사도 관대하고 포용적인 모습으로 실수를 용서하고 이해해주려 애쓴다면 학급은 평화로운 분위기가 정착되지요.


  잘못한 아이를 언제까지나 괘씸하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어. 선생님은 널 믿어.”, 잘 한 아이에게는 “잘 했어. 선생님은 네가 잘 해낼 거라고 믿었어.”라고 말해주세요. 학생들은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끼는 이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을 하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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