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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능력 키워주는 학급운영의 비결(下)

글_ 허승환 서울난우초등학교 교사

 

11월입니다. 12월이나 2월은 바쁘고 마음이 쫓겨 그동안 소홀했던 것들을 챙기기엔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그에 비해 11월은 이런 마음의 짐도 덜 겸 아이들에게 선생님, 친구들과의 공감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10월 학예회나 운동회 등으로 바빴던 행사도 마무리되고, 가을은 깊어져서 겨울로 내달리는 계절입니다. 농부는 그동안 애써 가꾼 곡식들을 추수하고, 자연은 마지막 제가 낼 수 있는 힘을 다하여 활짝 피어나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이달, 학급에서도 아이들의 여문 씨앗을 거둬들이듯 공감능력을 키워주고 싶은 교사를 위한 ‘공감능력 향상 4종 세트’ 학급운영 기술을 소개합니다.

 

1. ‘감정 출석부’에 감정 표시하기
  우리 반 아이들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칠판에 붙어있는 감정 출석부에 자기 ‘감정’을 표시합니다. 그런 후에 아침 인사를 시작하지요. ‘감정’은 몸과 마음의 다양한 마음 상태에서 유래하며 몸의 변화로 경험하고, 인지를 통한 표현으로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감정으로 인한 몸의 감각을 느끼고, 그 감정을 언어로 떠올리며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은 아동의 건강한 또래 관계와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많은 부모가 감정을 보지 못하고 행동을 먼저 보는 탓에 아이들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안 하임. G. 기너트 박사님은 ‘감정을 먼저 읽어주고 수용하고 공감해 주면, 아이들이 어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바람직한 행동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교실에 ‘감정 출석부’를 준비해 ‘감정 표시하기’를 권합니다. 등교하며 아이들은 신체에 나타난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며, 표현된 감정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돕게 될 것입니다.
  출석부에 자연스럽게 ‘걱정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아이에게 “재모야, 오늘 표정이 어두운데 걱정되는 일이 있나 보구나.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니?”라고 물어봐 주세요. 물론 대답하기 꺼리면 더 묻진 않습니다. 선생님이 걱정하고 있고, 언제든 마음이 풀리면 돌아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린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면 충분합니다.

 

2. ‘환영받는 의례’로서의 아침 인사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받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수업이 끝나고 나서 돌아가며 상담을 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시간이 ‘아침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의 등교는 환영의 의례가 되어야 합니다. 환영받는 존재라는 느낌, 인사를 해주는 것, 잘 왔다고 해주는 것이 환대입니다. 그리고 정말 아이들이 온 것은 환영해줄 만한 일입니다.1)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과 한 명 한 명 두 눈을 마주치며 인사해 주세요. 자존감이 부족한 아이들일수록 좀 더 오버하며 ‘하이파이브’도 해주시고요. 아침은 ‘감정과 감정이 처음 만나는 시간’입니다.

 

3. 감정 단어를 활용해 아침 감정 말하기
  ‘그래서 어쩌라고?’ 실수해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아이의 말은 친구를 더욱 화나게 만듭니다. 자기의 속상한 감정이나 미안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가정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적이 없어서 자꾸만 엇나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를 위해 ‘초등상담나무’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감정 단어를 활용해 아침 감정 말하기’입니다. ‘감정 출석부’와 ‘아침 인사’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공감 지도가 탁월합니다.
  감정 출석부에서 ‘오늘 아침 자기의 감정’을 한 가지 선택한 아이는 선생님에게로 와서 인사를 하고,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며 두 손을 맞잡습니다. 그런 후에 자기감정을 말하면 됩니다.
  “오늘 감정은 (속상하다)입니다.”
  “속상한 일을 겪었나 보구나. 무슨 일로 그렇게 속상하니?”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고 엄마한테 혼났어요.”
  “속상한 걸 보니, 일부러 늦게 일어난 게 아닌데 혼나서 속상했겠다.”
  조금 익숙해지면, ‘감정’과 ‘이유’를 함께 말하도록 지도합니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더욱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아침 감정은 ‘신나다’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제가 좋아하는 체육 수업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4. ‘감정단어’ 넣은 두줄쓰기 공책
  반 아이들이 고민을 자신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아이들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통계청 조사 결과를 소개합니다. 선생님께 자기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아이는 평균 1.4%에 불과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감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매일 ‘두 줄’로 감정 출석부에 표시한 ‘감정 단어’를 넣어 글을 쓰도록 지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교실로 들어오면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두줄쓰기 공책’에 날짜와 두 줄로 ‘감정 일기’를 씁니다. 아침 공부를 시작하기 5분 전쯤에는 우리 반 아이들의 두줄쓰기 공책을 모두 읽어주었습니다. 아이들 글을 읽어보면, 반 아이들 누가 아프고, 어느 집에 엄마가 아파 병원에서 왔다든지, 그리고 누가 사귀기 시작했는지…… 어느 정도 아이들의 관계를 파악하게 됩니다. 친구들의 감정을 들은 아이들은 대하는 것도 좀 더 배려하며 대하게 됩니다. 아울러 이런 이야기들로 자연스럽게 수업과 연결해 발문하면 수업은 더욱 살아있고 빛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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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현수, [무기력의 비밀](에듀니티,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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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하루 ‘주제 글쓰기’
일기 쓰기를 안 하는 대신, 매주 하루를 정해 ‘주제 글쓰기’를 했습니다. 일 년 동안 쓸 주제 목록을 미리 인쇄해 나누어주고, 표지 안쪽에 붙이게 했습니다.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는?’, ‘친구들은 모르는 나만의 매력 포인트는?’, ‘내가 엄마의 엄마(아빠)라면?’, ‘만약 하루가 25시간이라면, 남은 한 시간을 어디에 쓰겠는가?’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상상을 펼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매달 짝을 바꾸기 전에는 짝꿍과 서로의 두줄쓰기 공책을 바꿔 5분 동안 편지를 쓰게 했습니다.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짝을 바꾸는 과정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런데 그냥 짝 바꾸기만 한다면, 항상 짝만 바꿔달라고 조를 뿐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되짚어볼 수 없을 것입니다. 짝을 바꾸기 전에는 혹시 그렇게 친하지 않았더라도 짝을 지켜보며 관찰한 좋은 점 3가지와 부탁할 점 1가지를 꼽아 적어달라고 지도했습니다. 매달 꼼꼼히 챙기니, 평소에 친구와 생활하면서도 ‘어떤 점을 적어주어야지’ 생각하며 지내는 걸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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