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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칭찬 대신 격려로 시작하는 2학기 학급운영

글_ 허승환 서울난우초등학교 교사

 

 

  ‘번아웃 현상’이란 간호사들에게 나타나는 과로 증후군입니다. 그런데 간호사와 함께 가장 많은 번아웃 현상을 겪고 있는 직업이 교사라고 합니다. 둘 다 끊임없이 위기에 노출되어 있고, 무조건적인 헌신성을 요청받는 데다 아이들 속에 있으면서도 고독한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여름방학, 충분한 재충전을 하고 다시 돌아온 아이들과의 2학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개학을 하면, 무엇보다 아이들의 2학기 기대치는 어떤 것인지 의견을 수렴한 후, 회의를 통해 2학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때 학급규칙에 대한 항목도 포함하여 학급 공동체를 새롭게 정비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최소한의 약속과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문제행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1학기와 달리 이미 학급 구성원의 면면이 다 파악되어 있는 상태라는 점이 2학기 학급운영의 장점입니다. 긍정적 영향력이 큰 아이, 각종 영역에서 다양한 재주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개개인의 특징과 장점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2학기 학급운영의 키가 됩니다. 특히, 모둠을 재편하거나 활동을 구성할 때 각각의 특성이 잘 살아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꼭 모둠이 아니라도 이들을 적절한 상황에 활용하면 학급운영에 생기가 넘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칭찬과 격려하기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양육을 비롯한 타인과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은 금물이라는 입장을 취한다네!”


『미움받을 용기』란 책에서 철학자가 젊은이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심리학자 아들러와 그 수제자 드라이 커스는 아이들의 문제행동 뒤에는 숨은 ‘목적’이 있는데 그 5가지 문제행동의 패턴 중 첫 단계를 바로 ‘○○ 요구’라고 보았습니다. ○○에 들어갈 공통된 단어는 무엇일까요? 바로 ‘칭찬’입니다.
  ‘칭찬 요구’가 문제가 되는 까닭은 아이들이 ‘착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칭찬받는 일’을 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칭찬해주는 선생님’이 없으면 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벌을 주는 사람이 없으면 부적절한 일도 할 수 있다는 생활양식을 익히게 됩니다. 아이들은 칭찬받기 위해서 커닝을 하거나 거짓된 일을 꾸미는 등의 부정행위에 나서는 것도 이 단계의 특징입니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칭찬을 ‘능력이 우월한 자가 능력이 없는 자를 조종하기 위한 수단’이라고까지 이야기했습니다. 교실에서 심부름한 아이에게 교사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넌 정말 심부름을 잘한다.” “심부름은 OO이가 최고야.”라고 길들이는 대신, 아이를 수평적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칭찬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OO야, 심부름을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아내는 심리치료 연구소에서 근무하는데, 연구소 소장님의 조카아이는 미국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 최근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미국에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칭찬을 한국 선생님은 자주 해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넌 정말 예뻐.”, “넌 정말 똑똑해.”, “넌 정말 최고야!”, “넌 정말 착하구나!”라고 했습니다.
  이런 칭찬의 문제는 칭찬이 아이 자체에 맞춰 있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남들보다 낫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말투를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많은 아이는 이런 말투에 남들보다 더 나을 때에만 자신이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제대로 된 칭찬, 즉 격려는 아이가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행동 내레이션으로 칭찬의 고수되기
  교실에서 모둠 활동을 할 때 선생님의 칭찬 태도를 통해 선생님이 칭찬의 하수, 중수, 고수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책상 위에 “수학 책을 꺼내 놓으세요.”라고 했을 때, 선생님이 하수라면 지시대로 하지 않는 아이에게 집중할 것입니다. 책을 꺼내지 않은 아이들에게 찾아가 “책 꺼내라고 벌써 몇 번째 이야기했니?”라고 화를 내며 잔소리를 할 것입니다.
  선생님이 중수라면, 지시대로 따른 모둠 아이들을 칭찬할 것입니다. “2모둠과 3모둠은 벌써 수학 책을 모두 꺼냈습니다. 2, 3모둠에게 칭찬의 박수를 쳐 주세요.” 그런데 이렇게 잘한 모둠에게 집중하며 사탕이라도 하나 건넬 경우, 칭찬받지 못한 모둠에서는 “너 때문에 우리 모둠 사탕 못 받았잖아.”라며 누군가를 질책하고 미워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이 의도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선생님의 칭찬 방법이 낳은 부작용이니 이러한 다툼은 선생님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선생님이 진짜 칭찬의 고수가 되고 싶다면 ‘칭찬하되 칭찬하지 않는 특별한 방법’을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바로 ‘행동 내레이션’을 활용해 칭찬하는 것입니다.
행동 내레이션을 활용하려면, 다음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첫째, 2초 규칙 : 지시를 전달한 후 2초 내에 지시대로 하는 학생의 행동을 내레이션합니다.
둘째, 2~3명의 학생 행동 묘사하기 : 지시에 순응하는 2~3명의 학생 행동을 묘사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학 책을 꺼내세요.”라고 지시했다면, 2초 안에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는 아이의 행동을 관찰한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2모둠과 3모둠은 수학 책을 꺼냈습니다. 4모둠은 책을 꺼내고 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첫 부분에는 ‘평가가 들어가지 않은 관찰은 인간 지성의 최고 형태이다.’라는 인도 작가 크리슈나무르티의 글이 나옵니다. 최고의 지성인이 되려면, 평가가 아닌 관찰로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길이 비록 어렵고 힘들지만, 자꾸만 내 지시를 따르지 않는 아이들에게 비난과 질책을 멈추어야 합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가치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이 ‘특별하지 않아도 가치가 있다.’고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어떤 ‘착한 행동’을 했을 때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런 사소한 것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관심사’에 주목하고 공감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순 없지만, 존중할 순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큐브나 유희왕 카드를 가져왔을 때, 혹시 큐브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관심사’에 주목하고 공감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소한 일상 속의 친절과 공감이 2학기 우리 반을 더욱 평화롭고 서로를 존중하는 학급공동체로 만들어 줍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다른 친구들을 대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