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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경영 하수, 중수, 고수의 차이점

글_ 허승환 서울난우초등학교 교사

 

지치기 쉬운 6월, 아이들과의 생활 속에서 ‘지시하고 명령하기’보다 ‘질문하고, 스스로 행동을 선택할 기회를 주시기’를 응원합니다.

 

 

 

  혹시 일본 최대의 교사연구 단체인 토스(TOSS)에 대해 알고 있나요? 약 1만 명이 넘는 초·중등 교사들이 스스로의 수업 기술을 향상시키고 그런 기술이나 방법을 전국 교사들의 공유 재산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교사 연구 단체입니다. 토스(TOSS)는 인터넷에서 선생님들이 교육 기술을 공유할 수 있도록 ‘토스랜드(TOSS LAND)’라는 포털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각 교과의 수업 방법에서 학급 경영 기술 및 특별 지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콘텐츠가 2만 개 이상 등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접속 수는 누계로 약 1억 3천만, 한 달에 약 200만 페이지 뷰가 있으며, 현재 70여 개의 나라 교사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로 토스랜드(tos-land.net)에 접속하면, 일본어를 몰라도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한국어 번역’을 선택했을 때 일본 교사들의 수업자료를 바로 한글로 볼 수 있습니다.

 

무꼬야마 요이치의 ‘취지 설명의 법칙’
  일본 최대의 교사 공유사이트 ‘토스랜드’를 1983년 만들었던 초등학교 교사 무꼬야마 요이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열중하는 수업에는 법칙이 있다』라는 저서에서 수업의 원칙 제 1조로 ‘취지 설명의 법칙’을 소개합니다.
  ‘아마추어 교사’는 하게 될 일만을 말합니다. “쓰레기를 주우세요.”
  ‘좀 더 나은 교사(검은 띠 수준의 교사)’는 취지와 하게 될 일을 말합니다. “교실을 깨끗하게 하겠습니다. 쓰레기를 주우세요. 시간은 5분간입니다.”
   ‘프로 교사’는 취지를 말하고, 할 일은 학생에게 맡깁니다. “교실을 깨끗하게 하겠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세요. 시간은 5분간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맡기면 아이들이 스스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합니다.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하는 생각으로 지시하고 또 지시하고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그렇게 1년을 반복합니다. 잔소리가 효과가 있었다면 점점 줄어야 하고, 아이들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변화가 있나요? 아이들은 긍정적으로 변화하나요? 교사의 잔소리는 점차 줄어드나요? 도리어 잔소리 시간만 점점 늘어가진 않았나 고백합니다.

 

학급경영의 하수, 중수, 고수
  수업을 보는 ‘취지 설명의 법칙’을 좀 더 발전시켜 학급경영을 바라볼 때도 하수와 중수, 고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복도를 바람처럼 달려가는 아이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 아이를 어떻게 지도하시겠습니까?
  선생님이 ‘학급경영의 하수’라면, 아이가 ‘하게 될 일’만을 말할 것입니다. “누가 복도에서 뛰라고 그랬어. 너 이리와. 몇 반이야.” 선생님께 혼나면서 아이는 반성하고 이제부터는 복도에서 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할까요? 과연 그럴까요? 명령하는 말들이 ‘나 대 너의 관계’를 지속시킨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말 뒤에 숨어있는 메시지는 "너희들은 내 통제 하에 있으므로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해."입니다. 이제 교사에 대해 부정적인 연상을 갖고 있는 학생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마도 반항적이거나 비협조적일 것입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연상은 무의식적인 수준이 있는 것조차도 학습과 행동에 극적인 영향력을 갖습니다. 복도에서 걸린 아이들은 대부분 ‘이제 다시는 들키지 말아야지’ 다짐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교사가 고함을 지르고 화를 내면, 이미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행동을 바꾸려고 하지 않게 됩니다.
  선생님이 ‘학급경영의 중수’라면, ‘취지와 함께 하게 될 일’을 말할 것입니다. “복도에서 뛰면 다칠 수 있습니다. 천천히 걸어가세요.” 화가 나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학급경영의 중수’가 되려면, 무엇보다 아이에게 모욕을 주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하임.G.기너트의 『교실을 구하는 열쇠』에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는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하루에 교단의 현실, 예컨대 과밀 학급, 학생들의 끊임없는 요구,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위기를 생각하면 교사들이 화를 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교사들은 분노의 감정에 대해서 사과할 필요가 없다. 유능한 교사라고 해서 자학을 하거나 순교자가 될 필요는 없다.
화를 내지 않는 교사가 아니라 화를 내더라도 아이들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모욕을 주지 않고,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SBS 이경원 취재 기자가 핀란드에 유학 갔을 때 겪었던 일을 쓴 기사(2014.7.14.)가 큰 시사점을 줍니다.
대학 시절이었습니다. (중략) 한 친구가 수업시간에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교수가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교수 : 자네. 모자 당장 벗지?
그런데, 이 프랑스 친구, 그걸 못하겠답니다.
학생 : 나는 모자를 쓰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상관할 바 아니죠.
10년 전 기억 때문인지, 제가 다 긴장했습니다.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반항할 게 없어서 수업 시간에 모자 쓰고 싶다고 저러나, 그냥 벗지 왜 분란을 만드나 이해를 못했습니다. 역시 버릇없는 녀석은 세계 어디에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꼬장꼬장한 교수의 반응은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교수 : “나는 수업할 때 학생들의 눈을 보는 걸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눈을 보고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느끼고, 그걸 통해 피드백을 한다. 그런데 모자를 쓰면 그걸 느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거다. 네가 모자쓰길 고집하는 건 나의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으로,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만일, 모자를 벗을 수 없다면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을 위해서라도 교실에서 나가라.” 결국 그 프랑스 친구는 모자를 벗었고, 교수는 별 말 없이 곧바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혹시 크게 화가 났더라도 취지를 설명하면서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선생님은 이미 학급경영의 중급에 올라와 있는 셈입니다.
  선생님이 ‘학급경영의 고수’라면, ‘취지를 묻고 할 일은 학생이 선택하게’ 할 것입니다. 비록 잘못했더라도 아이들은 뭔가 인정을 받으면 마음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잘했을 때는 칭찬이나 인정을 받고, 잘못했을 때는 격려받기를 원합니다. 복도를 바람처럼 달려가는 아이를 만났을 때 고함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복도에서 이렇게 뛰면 어떻게 되겠니?”라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질문을 받으면, 거절할 여지가 자신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존중받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이는 최선을 다해 자기 나름의 대답을 내놓을 것입니다. “뛰면 다칠 수 있어요.” “넘어질 수 있어요.” 이때 아이의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질문을 이어 던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니?” 아이가 몰라서 복도에서 뛰었을까요?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천천히 걸어야 해요.” 꾸중하고 질책하지 않고 이렇게만 말해 주세요. “네가 지금 말한 대로 해보겠니?” 아이가 천천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봐주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아들러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야단치는 데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야단치니까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지치기 쉬운 6월, 아이들과의 생활 속에서 ‘지시하고 명령하기’보다 ‘질문하고, 스스로 행동을 선택할 기회를 주시기’를 응원합니다.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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