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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숨겨진 잠재력을 깨워라(上)

글_ 노규식 청소년소아정신과 의사

 

아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끝까지 들어주어야 아이는 자신이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고, 새로운 세상을 탐색할 수 있는 용기를 냅니다.

 

 

영재발굴단을 촬영하다 보면 뛰어난 영재를 키워내는 부모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뛰어난 아이들을 키운 부모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또 어떻게 키운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그 분들과 대화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를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몇 살 때에는 피아노를 시키고, 영어를 가르치고, 수학을 선행시키고 과학고 영재고 보내야겠다는 식의 계획은 아예 없으신 분들이더라는 것입니다.
그런 욕심만 버리면 자녀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영재를 만들 수 있는 걸까요?
해외의 전문가들은 영재를 비롯하여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우려면 반드시 가정에서 해 주어야 할 역할들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영어도, 수학도 가르칠 수 없는 부모들이 자녀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같이 살펴보시죠.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부모의 역할
  첫째, 아이의 말에 끝까지 귀 기울여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면서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듣는 것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관심을 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습니다. 아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끝까지 들어주어야 아이는 자신이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고, 그것이 자존감의 상승으로 이어져서 새로운 세상을 탐색할 수 있는 용기로 이어집니다. 일전에 영재발굴단에 화학영재로 나왔던 아이의 어머니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계속 눈을 맞추고 끝까지 대화를 하시는 모습을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바로 그러한 양육태도가 잠재력을 키우는 양육태도인 것입니다.
  둘째,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알고 있는 지 정답이 있는 질문을 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대화를 통해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글로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면서 자기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이렇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중에 하나입니다. 이제 단순히 지식의 양을 늘리기 위한 독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분석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여 비판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한 시대입니다.
  셋째, 아이가 관심이 있어 하는 분야가 있을 때, 그 분야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것입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할 때에 피아노를 가르쳐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때라는 것입니다. 나이가 몇 살이 되어서, 옆집의 친구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니까 따라서 다니는 것은 잠재력 발견이나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한다면 먼저 피아노 음악에 관심을 갖는지부터 살펴보고 결정하여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부모가 ‘공부는 어려서부터 할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한 나머지 아이는 학문적 호기심이 너무 많은 데 부모가 그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거나 심지어 못하게 말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부모가 인위적으로 무엇을 시키는 것만큼이나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아이가 관심이 있어 하면 그것을 따라가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넷째, 언어, 시, 이야기, 음악, 춤, 도예, 요리 등 다양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있음을 알려주라는 것입니다. 앞의 것들을 한 단어로 줄이면 ‘문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아이로 키우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소양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독창적 역량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학기술과 예술적 소양이 만나면 다양한 새로운 발명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꼭 어떤 산출물로서 나타나는 것만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사람은 감정 조절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좌절을 견디어 내어 끝내 성취를 이룰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과 잘 교류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재능의 ‘방부제’ 역할을 해서 우리 아이의 재능이 좋은 기회를 만나 꽃피울 때까지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지금부터 문화센터나 방과 후 수업, 사교육을 꼭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노래를 못해도 음악을 즐길 수 있고, 그림을 못 그려도 좋은 그림을 보고 감동할 수 있습니다. 문화를 가까이하고 사랑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핵심입니다.
  다섯째, 탐험과 발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잠재력은 뜻밖의 기회에, 또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극복하면서 발견되고 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지의 상황을 겪어 나가면서 사람의 뇌는 이전과 다른 방식의 사고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그 과정이 숨어 있던 잠재력의 발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최근 들어 캠핑이 많이 보급되고 있는데, 자연을 함께 탐험하고 그 세상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것은 참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 게임을 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를 가정에서 꼭 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나머지 이야기들은 다음호에 이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