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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스쿨의 종교교육을 무조건 따라야 하나요?”

정보 / 교육과 법 ● 글│염철현 고려사이버대 교수

“미션스쿨의 종교교육을 무조건 따라야 하나요?”

 

 

 

  Q : 미션스쿨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 종교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각종 미사나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입학할 때는 몰랐지만, 아이에게 이러한 종교교육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A : 우리나라 헌법 제20조 1항과 2항은 종교와 관련하여 기본 원칙을 제시합니다.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이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입니다. 모든 국민이 종교의 자유를 향유한다는 것과 국교를 불인정하고 정교분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위의 질문에서와 같이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에 따라 사립종립학교에 배정받은 고등학생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교육적, 종교적 논쟁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학내 종교행사 강요는 ‘위법’
  2009년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종립 중등학교(종교계 사립학교)는 중학교 225개교, 고등학교 315개교로 총 540개 학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는 전체 중학교의 7.2%, 고등학교의 14.2%를 차지하면서 우리나라 중등교육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중등교육에서 차지하는 종립학교의 위상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만, 종립학교와 현행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충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문제의 발단은 학생 개개인이 종립학교에 자발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제배정을 받는다는 데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신앙과 일치하지 않은 종립학교에 배정됨으로써 헌법에서 천명한 종교의 자유와 충돌하게 됩니다.

 


  질문에서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종교계 학교에 배정받은 고등학생 본인과 부모의 입장에서는 종립학교의 교리 공부와 종교적 행사 등의 참여를 놓고 고민할 것입니다. 필자 역시 70년대에 종교계 사립중학교에 추첨 방식으로 배정받았는데, 지금 회고해 보면 일요일마다 종교기관에 출석하여 확인 도장을 받아와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개인의 종교적 자유라든지 기본권 보장 등에 대한 의식이 높지 않아 학교에서 요구하는 대로 따라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다른 종립학교에서 배정된 고등학생이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은 이렇게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에 따라 강제로 배정된 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종파적인 종교행사와 종교과목 수업을 실시하면서 참가 거부가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는 등 신앙을 갖지 않거나 학교와 다른 신앙을 가진 학생의 기본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학생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그로 인하여 인격적 법익을 침해받는 학생이 있을 것임이 충분히 예견가능하고 그 침해가 회피 가능하므로 과실 역시 인정된다.” 대법원은 계속해서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학생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입학하게 된 학생들을 상대로 종교적 중립성이 유지된 보편적인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의 범위를 넘어서서 학교의 설립이념이 된 특정의 종교교리를 전파하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그 종교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종교교육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학생들에게 그러한 종교교육에 관하여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였는지 여부, 종교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나 학생들이 불이익이 있을 것을 염려하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대체과목을 선택하거나 종교교육에 참여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종교교육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종교교육, 학생의 선택권 존중해야
  이처럼 대법원 판결과 국민의 종교자유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의 영향으로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에 종립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종교교육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종교 과목을 개설할 때에는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 복수로 과목을 편성하여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만,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허용되는 종립학교의 경우 학생·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단수로 개설할 수 있다.” 또, 복수 과목의 개설에 머물지 않고 “학생이 복수로 개설한 과목조차 이수를 희망하지 않는다면 학생이 원하는 과목이 개설된 다른 학교에서 이수하도록 허용하거나 교육감의 승인을 얻어 공공성 있는 지역사회 학습장에서 이수하게 할 수도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청의 요지는 평준화 제도에 의해 종교적 신념과 신앙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 배정받은 학생을 상대로 종교교육을 할 때 학교에서는 종교 과목 이외의 다른 과목을 복수로 편성함은 물론, 복수 편성된 과목조차도 해당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종교가 담고 있는 핵심적 요체는 사랑, 포용,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종교가 원인이 되어 갈등과 불화가 생기고 전쟁까지 일어난 경우를 빈번하게 보았습니다. 청소년 시기의 중등학생들은 감수성이 민감하고 아직 자신의 독창적인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을 시기입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종교관이나 신념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고 개인의 신념 체계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부모,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의 질과 내세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종교를 선택하는 단계에서 자발적인 선택권을 행사하도록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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