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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지도의 책임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나요?”

글│염철현 고려사이버대 교수


Q: 요즘 아이들의 인성이 걱정이라는 말이 많습니다. 인성이나 생활지도가 학교교육의 중요한 역할임은 분명하지만, 학교만의 힘으로 인성교육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인성이 거칠거나 갈등이 발생하면 학교 및 교사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거 아니냐는 원망 섞인 반응에 당혹스럽습니다. 제도적으로 인성교육과 관련해 교사가 감당해야 할 규정과 책임이 얼마만큼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최근 군부대에서 발생했던 가혹행위와 인권유린을 보면 놀랍고 참담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왕따와 폭력문제는 양기(陽氣)가 왕성한 십대들에 의해 주로 일어나는 문제로 알고 있었지만, 인간의 기본권을 짓밟고 모욕하는 행위는 정도와 대상만이 다를 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암행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교육기본법에 법률로 정의된 ‘인성교육’
  요즘 교육현장의 화두는 단연 인성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에 관한 헌법이라 할 수 있는 교육기본법 제2조
(교육이념)에서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현장을 보면 인격도야를 위한 인성교육이 끼어 들어갈 여백이 부족해보입니다. 입시위주의 성적제일주의로 점철된 교육환경에서는 인성 함양의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교사 또한 학생들의 인성보다는 지적인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인성이 학교에서 수학문제를 어떻게 풀고 영어단어를 암기하는 것처럼 금세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학교교육의 기본 책무로서 인성교육은 법률로 정해져 있습니다. 교육기본법 제9조 제3항에서는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人性)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全人的)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법에서는 학교만이 아니고 중요한 교육당사자인 보호자의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제13조 제1항에서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성교육이란 비단 학교만이 아니고 가정에서도 병행하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개인의 인성 함양은 가정, 사회, 학교의 통합적 노력을 통해 결실을 이룰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인성교육은 학교교육의 기본적인 책무로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탓에 이른 바 ‘인성교육진흥법안’을 발의하였고 법률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법의 주요골자는 정부는 5년마다 인성교육진흥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인성교육정책의 목표와 추진방향 등에 대한 심의기관으로 국가인성교육진흥위원회를 두고, 인성교육과 관련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인성교육진흥원을 설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의 실시기준과 교육대상의 연령 등을 고려하여 매년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더불어 사범대와 교대에서는 인성교육 관련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합니다. 

 

인성교육은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것”
외국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에 관한 한 미국처럼 다양한 관련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는 국가도 드물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교육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교폭력, 약물, 마약, 시험 부정행위, 총기사건 등 청소년의 일탈과 범죄 행위를 예방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인성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방차원의 법률로서는 ‘학업적, 사회적, 정서적 능력함양을 위한 학습법(2011년)’, ‘아동낙오방지법’(2001년), ‘미국학교개선법’(1994년) 등의 관련 법률을 열거할 수 있습니다. 이들 법률에서는 인성은 개인 또는 집단의 정의적, 지적, 도덕적 자질로서 사회 친화적 행위를 실천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인성교육은 학교, 사회기관, 부모가 아동의 성인의 긍정적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간주하고, 가족, 친구, 이웃, 공동체  및 국가의 일원으로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협동할 수 있는 사유와 행위를 가르치는 교육이라고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인성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배려, 시민성, 정의 및 공정성, 존중, 책임감, 신뢰성, 기부 등으로 보고 이를 함양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미셀 보바(Michele Borba)는 저서 『도덕적 지능의 형성』에서 “공감은 타인의 사상과 생각을 인식하는 힘을 키워주며, 인간성과 교양과 도덕성을 증진시킨다. 공감은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도록 하고 관대해지고 동정심을 갖게 하며 타인의 욕구를 이해하고 상처 입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돌보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라고 주장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데즈먼드 투투(Desmond Tutu) 대주교도 “인간의 기본 법칙은 상호 의존성이다. 한 인간의 존재는 다른 인간들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가능해진다.”라고 주장합니다. 단순한 명제이지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한 공감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강조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학교교육 시스템은 남을 배려하고 타인의 동기와 욕구를 공감하는 인성을 갖춘 인격자보다는 머리가 차가운 기능인을 양산하는 것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다는 생각입니다. 차제에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교육의 목적을 지·덕·체(智德體)에서 덕·체·지(德體智)로 교육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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