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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교사의 수업권은 어디까지인가요?”

글 | 염철현 고려사이버대 교수 

 Q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의 반을 일컬어 일명 '고시반'이라고 부릅니다. 이유인 즉, 검정고시 공부하듯 수업시간의 대부분을 자습으로 보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학교의 교감·교장선생님도 아무런 제재나 지도가 없습니다. 교사의 수업권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나요? 학부모는 담임선생님의 방침에 그대로 따라야만 하는 건가요?


 A 초등학교 아이의 반을 ‘고시반’으로 부르는 것은 매우 서글픈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 교사가 주도적으로 학생과의 인격적이고 정신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인격을 함양하고 가능성과 잠재성을 발현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자습을 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적 상호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초등학생과 같이 저학년일수록 교사의 영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 자습 위주의 수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제12조-제17조)에서는 교육의 당사자를 크게 '학습자', '교원', '보호자', '교원단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의 설립자·경영자' 등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교육적 권리와 역할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제대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 당사자들에게 보장된 교육권이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조화와 견제가 잘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교사의 ‘교육의 자유’에 대한 해석
  위 질문의 핵심사항은 ‘교사의 수업권이 어느 선까지 보장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교사의 수업권은 교육법적으로는 교사의 교육권에 포함시켜 논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교사의 교육권의 핵심은 학생교육에 관한 교육의 자유를 말하는데, 여기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은 교사의 교육의 자유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교육의 자유이지 교사 개인의 자의적 지배를 의미하지는 않다는 것, 그리고 어디까지나 학생의 학습권을 실현하기 위한 학문의 자유 차원에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교사의 교육의 자유는 학부모의 신탁과 실정법상 국가의 위임에 의한 직무권한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사의 교육권은 국가의 공교육제도가 확립된 근대 이후 국가가 학제, 교재, 교육시설 등 제반 사항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시행함에 따라 그 범위에서 제한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교사의 교육권은 학습자의 학습권 내지는 보호자의 교육권과 상호 충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처럼 교사의 수업방식이 자습으로 일관하게 된다면, 학습자와 학부모도 법률적으로 명시된 교육권의 카드를 사용하려는 것은 자명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12조 2항(학습자)에서는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13조 2항(보호자)에서는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적 틀에 해당하는 교육기본법에서 학습자와 보호자의 권리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교사의 교육권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또는 학교 등의 설립자·경영자의 교육권과도 충돌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 당사자들의 교육권이 톱니바퀴처럼 조화롭게 맞물려 가야 함을 재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습자의 교육권 침해 시 학교에 의견 제시
   질문에서처럼 정말로 수업시간을 자습으로만 일관하게 된다면, 그런 교육방법은 법에서 학습자의 교육권으로 명시한 바 있는 법 규정에도 맞지 않으며 학습자의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또 학생의 보호자로서 학부모도 법에 따라 자습 위주의 교육방식에 대해 학교에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수업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당사자는 학교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장은 교사에 대한 수업장학 등을 통해 교육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적절한 교육방식, 교육내용, 교재 등을 사용하는가에 대해 확인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학교는 학원이나 도서관 등의 기관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학교가 타 교육기관과 차별성을 띠는 것은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만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고, 교사와 학생이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인격적인 교감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찍이 철학자 볼르노Bollnow는 “만남이 교육보다 선행한다”라고 설파했고, 부버Buber는 “교육은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학교가 지식과 기술만을 가르친다고 한다면 학교에 보낼 학부모는 드물 것입니다. 질문에서처럼 교사가 자습 위주의 교육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나름의 교육적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노파심에서 강조하자면, 교사의 교육적 자유는 개인의 자의적인 재량권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