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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와 시작의 접점, 겨울산

김미정 경기 매산초등학교 교장

 

바람 부는 겨울 산에 올라 하얀 손을 흔들며

두 손을 번쩍 들어 이 산 저 산 바라본다

반갑고 그립다고 춤추며 흔들면

나무들도 덩달아 따라해 준다

세상이 금세 따뜻해진다

마음이 두근두근 행복해진다

사람이 산이 되고 나무가 되어

땅을 잇고 하늘을 떠받쳐 바람의 노래를 부르면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어 행복해진다

 

 

 

 

  텅 빈 2월의 교정을 돌아보면 황량한 겨울산이 떠오른다.
 

  학생들의 재잘거림인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는 연둣빛 새싹도 없고, 제자들에게 가슴가득 에너지를 넣어주고 싶은 교사들의 몸짓 같은 울울창창 강렬한 에너지를 자랑하는 진초록 녹음도 보이지 않는다.

 

  일년의 성과를 나름의 색깔들로 뽐내었던 세상의 온갖 빛을 다 모아 놓은 듯 현란한 단풍들도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단지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침묵하고 있는 암갈색 나무들만 성긴 거리를 유지하며 고요히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탁 트인 허공으로 만날 수 있어 우리의 생각은 더없이 진솔해지고 겸손해져서 관계와 실존의 진면목에 성큼 다가설 수 있는 2월의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를 돌아보면 언론보도에 지나치게 휩쓸려 갈 곳을 찾지 못했던 우리들 마음을 만난다. 뉴스는 특별한 사실을 전하는 도구이므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사건을 행여라도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했었다. 나무보다 오래 살 수 없는 인간이 나무와 자연의 주인 행세를 하고, 사람 위에 군림하는 방자함에 겨워 온갖 부조리와 몰염치가 낳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였었다. 아버지의 비뚤어진 가족사랑이 살인을 부르고, 인생은 한 판의 치열한 전쟁이므로 이겨서 많은 것을 누리는 승자로 군림할 것이냐 참담한 패배자로 고달프게 연명할 것인가를 결정하라는 식의 사회분위기에 많은 서민들이 두려움에 방황했었다. 잠시 잘못하고 어렵더라도 잘 참고 견디면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갈 것임을 믿고 기다리는 희망의 메시지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산처럼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나무처럼 서로 어깨를 겯고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사람냄새 나는 살맛나는 세상을 향한 우리의 꿈과 희망은 결코 버려질 수 없으며 그 시작은 교육이어야 한다. 어느 누구라도 ‘너는 대단히 훌륭하다!’라는 말을 듣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상의 길은 하나가 아니며,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남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잡고 걸으면서 힘든 이웃을 부축해 주는 것’이라는 상식적인 생각이 저마다의 가슴에서 자라나 아름다운 숲이 되길 오늘도 기대한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고, 산에 들어가면 산과 나무가 보인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아야 할 것을 바라보며 사명이 이끄는 사람이 되어 사회가 아무리 어려워도 한 걸음 앞으로 내어딛고 싶다. 학교를 우리사회의 중심에 두고 교육지원을 사회에서부터 찾아 함께 교육을 만들어 가야 한다. 모두의 활력을 모아 생기가 샘솟는 학교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말이 따뜻한 변화를 품은 삶의 언어로 학교현장마다 스며들기를 꿈꾸어 본다. 사회의 어려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학교 울타리 안에 피어오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슴 속 열정을 품은 선생님들의 즐거운 수업을 상상한다.

 

  2월의 학교는 3월의 연둣빛 새싹을 기다리는 마무리와 시작의 접점, 겨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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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교장은 승진 안 한 교사들을 패배자로 보는 일부 사회적 시각을 안타까워한다. 현장을 지켜온 선배교사들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여 동료에게 ‘내 아이의 담임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듣는 교사가 늘어나길 기대하며 오늘도 교육공동체의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 함께 연구하는 시간을 행복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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