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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뺍시다

정보 / 행복칼럼

점을 뺍시다

김동훈 강원 동해중 수석교사·소설가

 

이런 유머는 다들 들어보셨겠지요?
  4.5와 5는 친구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5라는 녀석은 4.5가 자기보다 조금 모자란다는 이유로 늘 못살게 굴었지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 어느 날 4.5가 팔을 걷어붙이고 덤벼들었습니다. “야, 너 이제부터 나에게 못되게 굴지 마. 그리고 날 무시하면 가만 안 둘 거야.” 갑작스러운 4.5의 반격에 5는 어이가 없었지요. “너, 지금 머리가 좀 이상해진 거 아냐?” 이 말을 들은 4.5는 고개를 치켜세우며 말했습니다. “너는 눈에도 독감이 걸리냐? 이거 안 보여?”

 


  4.5는 45가 되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요? 그의 얼굴에는 점이 사라지고 없었던 겁니다. 피부과에 가서 점을 빼고 나니, 4.5는 45가 되었던 것이지요. 친구 5보다 무려 9배나 큰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썰렁한 유머에다 좀 거창한 의미를 덧붙여 봅니다. 희한한 사회 현상이나 싱거운 유머에다 자못 ‘심각한 의미 붙이기’는 저의 오래된 버릇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점들이 박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45를 4.5로 만들어 버리는 열등감의 점, 자기 비하의 점 말입니다. 

 


  인간은 그 존재 자체로서 무한한 가치와 함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곧잘 남과 비교해서 좀 낫다 싶으면 교만의 점을 찍고, 좀 모자란다 싶으면 열등감의 점을 스스로 찍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관찰해 보십시오. 공부를 못한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열등감 때문에 인격도 내팽개치고 사람의 도리마저 내던져 버립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함부로 대하고 교사에게도 예의 없이 대합니다. 마음속에 열등감이 가득하다보니 겉으로는 강하고 잘난 체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을 들어보셨는지요?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유리창을 중심으로 멀쩡하던 유리창들까지 함부로 대해 깨뜨린다는 이론입니다. 사소해 보이는 것을 방치하면 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현실에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낮은 학력’은 곧 ‘깨진 유리창’입니다. 그 ‘학력의 유리창’이 깨진 후에는 ‘인격의 유리창’도, ‘인간관계의 유리창’도 다 깨져버린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이야기해 줍니다.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 그러나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니야. 공부를 잘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면, 착하다는 것도 경쟁력이거든. 성실하다는 것도 경쟁력이고 말이야. 실제로 학창시절 공부는 잘 못했어도 남달리 착하고 성실한 까닭에 멋지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

 


  실제로 그렇지 않던가요? 학식은 많지만 차가운 인간보다, 공부는 많이 못했지만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을 눈으로 보지 않습니까?

 


  깨진 ‘학력의 유리창’을 보수하고나면 인격의 유리창도, 인간관계의 유리창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학력의 유리창’을 보수한다는 것은, 학력을 높여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낮은 학력으로 인한 열등감을 내던져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여선생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얼굴에 있던 점을 제거한 후에 외모에 신경을 좀 쓰는 듯 하더니 무척 아름다워진 분이 계십니다. 점을 뺐기 때문에 예뻐진 것이 아닙니다. ‘이제 점도 뺐으니까 내 얼굴에 좀 더 신경을 써 볼까?’ 그런 생각과 실천이 외모를 정말 빛나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그런 사실을 목도한 시점이 바로 저의 ‘보수된 유리창 이론(Repaired Windows Theory)’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옆에 있는 유리창도 깨지기 쉽지만 반대로 깨진 유리창을 보수하고나면 덩달아 깨졌던 옆의 유리창도 함께 온전해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우리 모두 점을 뺍시다. 얼굴에 난 점도 가능하면 좀 빼어 버리시고, 마음에 박힌 점은 반드시 뽑아 버립시다. 특히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박힌 열등감이란 점들을 제거해 줍시다.

 


  저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들먹이며 아이들을 자주 훈계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보수된 유리창 이론’으로 그들을 자주 격려합니다. 열등감의 점을 빼는 레이저기기는 칭찬과 격려입니다. 오늘도 그걸 들고 교실에 들어갑니다.

 

 

  김동훈 수석교사는 국어수업에 스토리텔링을 도입하여 사고력과 인성을 함께 기르는 수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창의성 교육을 실천하고자 『창의 인성 숲 속 이야기』, 『맛있는 창의성 놀이』 등의 책을 냈으며 이외에도 『길을 묻는 아이들에게』,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 등의 저서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