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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

김구하 제주여자중학교 교사

 

  도도새를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공룡처럼 상상 속의 동물은 아니다. 한때 존재하다 사라져 버린 슬픈 새다. 자연발생적으로 퇴화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사고에 의해서 우리 곁을 떠난다는 것은 더욱 슬프다. 교육현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지켜야 할 가치들을 하나둘 잃어버리고 있다는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마치 도도새를 잃어버렸던 그때 그 상황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도새는 인도양의 모리셔스(Mauritius)섬에 서식했었다. 칠면조보다 크고 몸무게는 23킬로 정도이며 큰 머리에 깃털은 청회색이다. 카바리아 나무의 열매를 먹으며 자랐고, 나무는 새의 배설물을 통해 씨를 퍼뜨렸다. 먹을 것이 넘친 외딴 섬은 도도에겐 파라다이스였다.

 


  16세기 말 네덜란드 선원이 이 섬에 왔을 때 뚱뚱한 새는 날지도 못했으며 낯선 사람을 무서워 피하지도 않았다. 섬의 주인 행세였는지, 닭과 같은 가축이 되어 인간과 함께 살고자 했던 사랑의 구애였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랜 항해에 지친 선원들에겐 횡재였다. 선원은 큰 어려움 없이 도도를 사냥하여 마구 잡아먹었다. 수난은 그치지 않았다. 섬이 죄수들의 유형지로 사용되면서 덩달아 돼지, 원숭이, 쥐 같은 외래종이 들어왔다. 외래종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새의 알을 먹어버렸고 사냥과 번식에 어려움을 겪은 개체 수는 급격히 줄다가 지구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결국 외부에 대한 긴장이 사라지면서 인간이라는 뜻하지 않은 적을 만나 멸종을 맞고 만 것이다.

 


  네덜란드말로 ‘어리석다’라는 뜻의 이름이 붙여진 새, 도도(dodo). 인류에 의해 멸종된 슬픈 이름표를 달고 있는 동물이다. 유럽인들은 왜 슬픈 동물이라고 하면서 ‘도도’라고 했을까. 그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의 가치를 활용하지 않고 풍족한 주변 환경에 안주해버렸음에 연유된 게 아닐까.

 


  오늘날 교육현장은 과거에 비해 풍족하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학생들의 인권은 가파르게 신장되었고, 실력향상이라는 성적의 굴레에서 벗어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진로 맞춤형 교육으로 변화되고 있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교실환경은 어느새 스마트화됨으로써 지식과 정보가 넘쳐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마치 도도새에게 모리셔스 섬이 파라다이스였던 것처럼.
교실 안의 슬픈 도도들, 사회의 윤리규범이 무너지면서 꿈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또랑또랑 빛나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있는가 하면, 초점 잃은 영혼들이 애처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방황하는 아이들은 세찬 바람에 키 없이 흔들거리는 조각배와도 같다. 가난이라는 환경의 사슬에서 열등감과 소외감에 절어 버린 아이들은 날개를 접었다. 날개가 있어도 날갯짓을 멈출 땐 하늘을 날지 못한다.

 


  어느 날 우연히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를 보았다. 아이들이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위협적인 소리로 덤벼드는 새가 있었다. 직박구리다. 아기새의 날갯짓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위험에 빠진 것을 직감하고 방어하는 행동이다.

 


  어미새는 높은 나무 꼭대기 둥지에서 날갯짓하는 아기새의 행동을 막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날개에 힘이 붙고 기술도 생겨 다른 새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더 높이 날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것이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성은 중요하다. 생활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만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인격적인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격적인 교감이란 서로 간의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데서 향기를 뿜는다.

 


  지금이야말로 교실 속의 도도(dodo)들에게 미래를 향한 꿈을 심어 주어야 할 때다. 꿈과 희망은 누구에게나 내리는 상큼한 빗방울이 아니다. 사막이라는 메마른 지역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오아시스와도 같다. 영원히 살아 존재할 도도새처럼. 교사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걸어가야 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김구하 제주여자중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는 ‘교육은 영혼과의 만남’이라
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대한다. 교사로서 학생의 미래를 위한 안전한 징
검다리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