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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민간교육단체 구름학교

교사를 자유롭게 하는 성장학교

글  양지선 기자




구름학교의 운영진. 왼쪽부터 홍성일·김정아·최가영·김지선·김인자 교사.

  교사(敎師)는 한자어 뜻 그대로 풀이하면 가르치는 스승을 뜻한다. 그러나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교사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학생 스스로 배우고 깨우치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로 변하고 있다. 1,000여 명의 교사들이 활동하는 비영리민간교육단체 구름학교(대표 홍성일)는 교실 안에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를 구분 짓지 않고, 개개인이 스스로의 존재를 긍정하며 배움과 실천, 성장을 이루도록 돕고 있다.


“왜?”

  구름학교는 이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왜 이런 수업을 해야 하는지, 왜 이런 교실을 만들어야 하는지, ‘왜’라는 질문에 집중함으로써 교사는 스스로 탐구하고, 고민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러한 철학이 밑바탕이 되어야 교실을 바로 세우고, 교사로서의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법을 알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어떻게’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교육이 일회성으로 끝나기가 쉬워요. 스스로 터득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가르쳐준 ‘방법’은 누군가에겐 잘 맞을 수도,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교사가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으면 그에 맞는 교실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구름학교를 이끄는 홍성일(수남중) 교사와 총괄기획팀장인 최가영(수남중) 교사가 바라는 것은 더 많은 교사들의 ‘자유’다. 이들은 어쩌면 정형화된 틀 속에 갇혀있는 교사들의 탈출을 응원하고, 교사로서의 삶이 오롯이 존재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이곳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경남지역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으로 시작된 구름학교는 교사성장학교와 PBL(Project Based Learning)의 확산과 학교 현장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는 PBL 센터, 학교 안팎 청소년의 주체적인 삶을 돕는 청세미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 교사성장학교는 전공, 성별, 나이, 학교급 구분 없이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지닌 교사들이 모여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교과 경계 없는 배움과 실천, 성장을 목표로 한다. 학교와 마찬가지로 총 2학기 1년 과정이며, 매월 짝수 주 토요일 등교한다. 올해 교사성장학교 5기의 주제는 ‘한 권의 책, 한 번의 여행, 하나의 흔적’으로,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책과 여행을 통해 마음속에 질문을 던지며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구름학교 교사들은 작년부터 매년 한 권씩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 출판한 <교실, 또 다른 발자국>에서는 성공 사례가 아닌, ‘망한’ 교실 이야기를 다룬 것이 흥미롭다.


고민하고 질문하며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취재진이 찾아간 날은 7월의 넷째 주 토요일, 한 달의 마지막 과정으로 여행을 떠나는 등교 날이다. 이달의 키워드는 바로 ‘도전’. 교사성장학교의 교장인 김지선(진명여중) 교사는 “우리나라 교사들이 대체로 학교 울타리 안에 갇혀 안주하고, 목소리를 내는 데 두려워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용기를 가지고 교사로서 좀 더 자유로워진다면 교실 안에서 생기는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본래 진해 장복숲이 여행지로 예정돼있었지만, 전날 폭우로 인해 김해에 있는 구름학교로 뜻하지 않게 장소가 변경됐다. 어찌 보면 교사들에게는 교사성장학교에 참여한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으니, 주제와 크게 벗어난 여행지는 아니었다.

  주말 아침 구름학교에 삼삼오오 모인 교사들은 오전에 도전과 관련된 영화 <독수리 에디>를 감상하고, 오후에는 한 달 동안 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은 후 품어온 생각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야기를 나누며 모험과 도전의 의미를 각자 되새기고, 이 과정에서 한 편의 글, 혹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한 달의 과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교사성장학교 5기 학생으로 참여한 김가영(진영여중) 교사는 “현실적인 조언이랍시고 아이들의 도전을 가로막은 적이 많은 교사였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했다.”라며 “구름학교를 통해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교사의 전형에 갇히는 대신 나만의 교육관을 찾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7월의 키워드 ‘도전’을 주제로 함께 생각을 나누는 교사성장학교 5기 학생들


교사로서의 철학을 세워가는 곳

  교사성장학교의 담임을 맡은 김인자(대지초) 교사와 김정아(내덕중) 교사는 2기 학생으로 시작해 작년부터 담임으로서 반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학생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건 딱 한 번뿐인데, 담임이 되면 계속 함께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두 교사가 말하는 특권이란 다시 말해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아 교사는 “구름학교에서 나와 다시 교실로 돌아가면 어느새 본질적인 질문과 멀어지곤 한다.”라고 털어놨다. “고등학교에 있을 때 수능 위주의 문제풀이식 수업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만들고 싶은 교실은 어떤 모습이지?’, ‘나는 어떤 가치로 살아가는 사람이고, 그 가치를 어떻게 교실 안으로 연결하지?’,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며 하나씩 정리해나가고 있어요.”

  좋은 수업이란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수업”이라고 답한 그는 “일반적으로 ‘규범’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정말 맞는지 틀렸는지, 틀렸다면 왜 그런지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이 표정을 찌푸리곤 한다(웃음).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답이니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 시험 100점 맞는 것보다 큰 공부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인자 교사는 교사성장학교에 다니기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에 대해 “‘낯설게 보기’를 알게 된 것”이라고 얘기했다.

  “1년 내내 매일 보는 아이들을 새롭고 낯설게 보라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 뜻은, 어제와 오늘의 나를 비교했을 때 어떤 식으로든 성장하고 변해있다는 것이었죠. 반마다 한 명씩 말썽 피우는 아이가 있는데, 이전에는 그 아이를 바라볼 때 현재가 아닌 과거에 나를 힘들게 해온 아이로 봐왔어요. 그 관점을 바꿔서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바라보니 밉게 보이지 않더라고요.”

  구름학교 운영진들의 최종 목표는 ‘구름학교가 사라지는 것’이다. 학교가 획일적 가르침과 절대적 규범에서 벗어나고 교실 안에서 개개인이 독자성을 회복하는 날까지, 구름학교의 문은 계속 열려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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