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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인권

모두 ‘인간에 대한 존중’이 시작점

글 김혜진 객원기자


  전북 익산시 이리고현초교 오동선 교사는 20년 넘게 인권교육 실천가의 삶을 살고 있다. 인권교육에 관한 두 권의 책을 냈고, 올해도 ‘인권 친화적 학급 만들기’를 주제로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인권교육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사회적 참여를 실행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는 그와 지난 4월 21일, 학교의 텅 빈 교실에서 마주 앉아 인터뷰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존엄성과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1948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제1조의 첫 문장이었다. 전북 익산시 이리고현초등학교(교장 양병중) 오동선 교사가 지난 20여 년간 연구하고 몰입해온 주제 또한 이 첫 문장에 기대어 있다. 1998년 교직에 몸담기 훨씬 전부터 인간답게 사는 권리, 곧 인권, 인권법 등의 가치에 내내 관심을 두었던 오동선 교사. 그런 그가 교사생활 내내 가슴에 품었던 질문이 하나 더 있었다. ‘사람으로서 가치조차 존중받지 못한다면, 교육이란 이름으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다(이 질문은 그가 펴낸 책 <아이를 빛나게 하는 학교인권>의 부제로도 쓰였다).

  2010년에 접어들면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의 인권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던 시기였다. 전북학생인권조례(2013년) 및 학교자치조례 제정 등 그는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를 만드는 일에 더욱 매달렸다. 현재 그는 이리고현초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전국 인권교육 교사 네트워크’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인권교육의 안착,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인권교육이 교육과정 안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때가 불과 10여 년 전이에요. 2010년 경기학생인권조례가 처음 제정된 이후 인권교육의 안착화 측면에서 바라보면, 아직도 갈 길은 멀죠. 경기, 광주, 서울, 전북 등 4개 지역 외에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인권교육의 내용적 측면에서 질적 편차와 인권의 불평등 또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2013년 전북학생인권조례 이후 13개 시도에서 조례 제정이 답보 상태인 것에 크게 아쉬움을 느낀다는 그다. 더욱이 교육정책의 기본이념이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인권에 대한 태도에서 지역별로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하단다. 그런데 인권교육 영역에서 그가 가장 먼저 주목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교사다. 우리의 교육환경이 학교관리자의 의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시스템을 안고 있어서란다. 이에 교사와 학교관리자의 인권 감수성은 학생들에게 인권의 기준점으로서 지속해서 영향을 미친다고 그는 확신한다.

  “이미 조례의 구속력이 발휘되는 지역에서는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피해 해소와 권리구제 등 문제해결을 위한 시스템이 작동하게 됩니다. 반면, 조례 제정이 제자리걸음인 지역에서는 소극적이거나 기초적인 활동에 머물러 있기에 안타까운 게 현실이지요.”

  오 교사는 인권교육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미진함이 있다고 말한다. 계기수업과 같이 일 년에 한두 차례 시행되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일회성, 단편적인 지식만을 전달하는 교육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학급자치회에서 학생들 스스로 ‘인권 친화적 학급의 생활규정’을 만든다거나, 친구들끼리 인권침해 발언하지 않기 등 일상에서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교육활동 등은 모범적인 실천사례로 꼽힌단다. 또 ‘사제동행 인권동아리’ 활동 등도 그가 손꼽는 우수 실천사례들이라고. 이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실행하면서 배운 경험들이 한 해, 두 해 쌓이다 보면, 학생들의 인권의식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 속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 학급자치활동, 리더십 캠프, 수업 속에서 스스로 실행하면서 배운 학생들의 인권의식은 자연스레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자란다. ]


“학생 인권과 교권, 대립이 아니라 공존이지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전북지역 학교현장의 인권침해 유형을 살펴보면, 체벌·인격권 침해·성 인식 관련 피해 등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요. 특히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벌의 경우 신체접촉의 강도는 약해졌지만, 대신에 언어폭력과 간접체벌 등의 사례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죠.”

  학생들의 인권침해 유형은 학교급별로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그는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맞춤형 핀셋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의 이른바 ‘n번방’ 사건 등을 예로 들면서, 젠더 교육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인간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려는 미디어의 역할에도 책임이 크지만, 그 교정의 책임 일부는 학교에서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그는 말한다. 오 교사는 올해 초,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례들을 연구 분석한 논문(제목: ‘학생 인권침해 사례분석을 통한 인권교육의 방향’)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 교사가 공동대표를 맡은 ‘전국 인권교육 교사 네트워크’는 올해로 출범 3년째를 맞았다. 전국에서 인권에 관심을 둔 10개의 인권교육 교사연구모임이 함께 모여 활동한다. 현재 학교현장에서 학생 인권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또 다른 의제는 교사 인권문제. 오 교사는 “이제까지 인권적 측면에서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라면서 “학생들의 인권과 교사의 권리는 서로 대립하는 의제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학생들의 인권과 교권 모두 ‘인간에 대한 존중’이 그 시작점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오 교사는 “매 학기 방학이 시작되면 학기 중에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 인권교육에 관심을 둔 10개의 인권교육교사연구모임은 3년째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학생과 교사의 인권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에 쵤영된 사진임. 사진=오동선교사 제공) ]


“인권교육의 최종목표, 따로 교육하지 않는 것”

  오 교사는 교육부에서 위촉한 ‘교과서 인권 분야 검토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참여한 결과 “교과서 속 인권의식이나 표현이 예상보다 양호한 편이라 놀랐다.”라며 그는 웃었다. 그는 또 “집필진의 인권에 대한 인식변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고, 또 검토진들의 의견 반영률도 점진적으로 높아졌다.”라면서 “인권에 대한 촘촘한 거름망이 확보되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교과서에 실리는 삽화 한 장면도 인권의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해야 했죠. 일례로 삽화에 그려지는 장애인의 모습들도 ‘배려’의 대상에서, 이제는 비장애인들 속에 섞여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방향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국 인권교육 교사 네트워크’ 공동대표로서의 꿈은 지역별 조례 제정이 한두 곳 더 늘어나는 것. 그리고 각지의 인권교육 우수사례들이 전국으로 널리 전파되길 바란단다. 따라서 학생과 교사, 학교 공동체의 인권의식이 전국적인 수준에서 한 단계 더 상승하여 꽃피우는 날을 꿈꾼다고 했다. 오 교사는 “인권교육의 최종목표는 결국 따로 교육하지 않아도 되는 지점”이라면서 “인권교육이 학교정책의 토대로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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