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한 교육

정유진 경기 신성중학교 전문상담교사

상처받은 감정을 ‘토닥거림’으로 치유

글 김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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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진 상담교사는 자신이 개발한 상담기법 ‘감정 토닥여주기’를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

세상과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 또 그들에게 더 많은 배려와 존경하는 마음을 갖겠다고 다짐하는 상담교사, 경기도 안양시 신성중학교 정유진 교사다. 캄캄한 밤하늘 우주에서 빛나는 단 하나의 별이듯, 아이들은 늘 귀한 선물 같은 존재라고 믿는 그를 만났다.

  “격려를 받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감을 배우고, 관용 속에서 자라는 아이는 인내심을 배워요. 칭찬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남을 인정할 줄 알게 됩니다. 정직함 속에서 자란 아이는 진실함을 배우고, 친절과 배려 속에서 자란 아이는 남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요.”

  경기도 안양시 신성중학교(교장 김생) 정유진(53세) 전문상담교사. 그는 진정한 청소년 교육은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의 완성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그런 만큼 그가 상담차 학부모들과 마주 앉을 때면, 늘 강조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 교사는 상담교사 부임 이후 아이들의 성찰을 돕는 상담기법을 새로 개발하는가 하면, 학교가 지역사회 평생교육 기관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학부모 아카데미’를 7년째 매달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와의 소통 가교 ‘학부모 아카데미’

  “전문상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면서 저를 성찰하는 새로운 계기가 됐죠. ‘이제껏 지식 전달자로서만 너무 매몰돼 있었구나, 아이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였으면 좋았을걸’ 하고요. 그동안 교과 교사라면 경험하지 못할 다양한 일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상담교사가 되길 정말 잘했구나’ 하게 되죠.”

  정유진 교사는 대전 서일여고와 이곳 신성중·고등학교에서 20여 년 넘게 국어 과목을 가르치다가 8년 전 전문상담교사로 전직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 게릴라 재즈 콘서트를 기획하는 일도, 학생들과 프리마켓을 열어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행사개최도 전직하지 않았다면 마주하지 못할 경험이었단다. 정 교사가 들려주는, 이곳 위클래스를  찾는 학생들이 주로 털어놓는 고민은 세 가지다. 친구와의 갈등, 학업에 대한 부담, 그리고 부모님과 소통 부재에서 오는 갈등. 정 교사는 부임하면서 이 마지막 요인의 갈등 해소에 주목하기로 했다. ‘학부모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서다.

  “학생과 학부모 상담을 따로따로 진행하다 보면, 분명한 벽과 차이점이 존재했어요. 이의 해소를 위해선 학부모들께 우선 학교의 문턱을 낮춰야 했죠. 학업에 대한 고민, 친구 관계, 자녀의 성, 진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부모님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정유진 교사는 7년째 이 아카데미를 유지해 오면서 무엇보다 “신성중에 가면,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할 수 있지”라는 신뢰를 구축하고 싶었단다. 교사로서 그의 좌우명이기도 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가르침은 정 교사가 자주 학부모들에게 들려주던 당부이기도 하다.

  “슈바이처 박사에 의하면 아이들은 세 가지를 통해서 배운다고 해요. ‘첫 번째도 본보기, 두 번째도 본보기, 그 세 번째도 바로 본보기’라고요. 아이들은 또 부모님의 등을 보고 배운다는 말처럼, 부모님이야말로 아이들에게는 가장 힘이 센 본보기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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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이를 극복하며 기획한 게릴라 재즈 콘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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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중학교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함께 한 프리마켓 ]


특허 등록한 ‘유진샘의 감정 토닥여주기’

  정 교사가 개발한 상담기법은 최근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유진샘의 감정 토닥여주기’ 프로그램이다. 아이디어 발산법, 목표 달성법 등으로 활용되는 ‘만다라트’를 응용한 기법이다. 이 감정 토닥여주기 첫 단계는 ‘숨 고르기’. 만다라트 활동지에 8개의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단계다. 이어서 아이들이 느낌카드를 고른 후 수행하는 교사의 질문들은 이 상담기법의 핵심을 이룬다.

  이 ‘유진샘의 감정 토닥여주기’ 상담기법은 그의 비폭력 대화 프로그램(정 교사는 2014년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인 ‘어울림’도 개발했다), 또 학생들의 진로상담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되곤 한다고. 이 프로그램을 적용한 수업은 올해 신성중 2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2020년 정 교사의 또 다른 수업계획 중 하나는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존재가치 빙고’ 게임이다. 학생들이 ‘나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이해’하는 수업이다. 중학생의 진로 탐색에서는 무엇보다 자기의 능력, 흥미, 성격, 가치관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특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죠. 아이돌그룹의 ‘최강’ 창민, ‘시아’ 준수처럼, 우리 아이들도 ‘열정’ 주찬, ‘자신감’ 동엽 등처럼 친구들의 이름 앞에 호를 붙여 부르면서 재밌어하죠. 또 모둠의 친구들로부터 객관화된 ‘나’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고요.”



“부모님이야말로 아이들에게는 가장 힘이 센 본보기라고 할 수 있죠.”


“경외심, 정유진입니다!”

  지난해, 정 교사는 사람들과 만날 때면 “호기심, 정유진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곤 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호기심에 집중하자’ 정한 해였기 때문이다. 올해 새롭게 집중할 가치, 호는 ‘경외심’으로 정했다. 2020년에는 세상 사람들에게 더 많은 배려와 존경하는 마음을 갖자는 의미에서다.

  “한때는 활력, 긍정 등의 가치를 가장 먼저 떠올려야 했던 때도 있었어요. 2009년 한 해 동안, 두 번의 암 발병으로 수술받아야 했죠. 병가를 낸 뒤 휴직하면서 극심한 우울증까지 동반했었고요. 복직한 후에는 수업 부담을 줄여볼 요량으로 고등학교에서 이곳 중학교로 옮겼어요. 하지만, 투병의 후유증은 저를 쉬이 놓아주질 않았죠. 너무 지친 탓에 아예 학교를 떠날까도 생각했었죠.”

  그런데 2012년 말, 이곳 위클래스에 공석이 생기면서 국어교사가 아닌, 상담교사로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휴직 기간에 전문상담 영역에 관한 공부를 틈틈이 해 둔 덕분이었다. 정 교사는 당시 퍼실리테이터 교육, 질문을 품은 교육 등 새로운 교수법에 관심을 두면서 교사로서도 성찰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요즘엔 특히 되찾은 건강한 일상에 감사해하며, 매일 <감사일기>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정 교사. 최근에는 ‘행복교실 워크숍’에도 다녀왔다. 그가 개발한 상담기법 등을 새내기 교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이사로 활동하던 (사)행복한교육실천모임에서는 올해부터 2년 임기의 이사장도 맡았다. 교직 퇴임 이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 봉사자로 살겠다는 정 교사. 요즘엔 두 딸에게 농담처럼 툭 던지는, 꿈이 하나 더 늘었단다.

  “얘들아, 나는 내 손자들에게도 그림동화 읽어주는 할머니 되는 게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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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교수법에 관심 많은 정 상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