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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식 울산 삼일여고 교사

STEAM 연구에서 해외 교육봉사까지
배움과 가르침에는 그 끝이 없더라!

글_ 김혜진 객원기자




  울산 삼일여고 민재식 교사는 지난 8년 동안 ‘한국형 STEAM 교육’ 전파에 매진해 왔다. STEAM 연구자로서 그의 행보는 국내는 물론 동남아 지역에서 교육봉사로까지 이어진다. 과학교사로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했으며(2006년), 올해 5월에는 ‘대한민국 스승상’ 중등부문에서 근정포장의 영예도 함께 안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과학인재 육성이 필요한 시기, 학교 교육의 변화 중 하나로 융합인재교육(이하 STEAM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때맞춰 2011년 ‘제2차 과학기술인력 육성지원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그 첫 단계로 초·중등 학생들의 수학·과학교육 강화라는 과제가 포함됐다. 기존 STEM 교육의 골격 위에 인문·예술(Arts) 요소가 추가된 ‘한국형 STEAM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울산 삼일여고 민재식 과학교사는 2011년부터 이 STEAM 교육의 틀을 새로 만드는 데 참여했다. STEAM 교육 가이드북을 집필하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STEAM 교육 기초 및 심화 연수 강사로도 활동했다. 이러한 공로로 융합인재교육 우수교원 표창(2012년)에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교육부 주최 ‘전국 STEAM 우수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대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STEAM 교육은 과학(S), 기술(T), 공학(E), 인문·예술분야(A), 수학(M) 등 교과의 이론과 개념뿐만 아니라 ‘실생활’과의 연계성, 자연스런 융합을 특히 강조한다. 학생 스스로 창의적으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수업과 활동에 반영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미래인재는 단순히 지식의 앎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융합하여 활용하는 문제해결력이 더 높이 평가되고, 또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의 배움의 여정에는 끝이 없다!

  “8년 전 STEAM 교육의 학교현장 적용사례 자문을 요청받으면서 한국형 STEAM 교육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죠. 공부해 보니 STEAM 교육이 창의적인 학생을 양성하는 데 적합한, 평소 제가 꿈꾸어 오던 교육 방식이었죠. 그때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몰입하게 됐습니다.”

  민 교사에게는 그 이후 또 다른 연구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기 시작했다. 학생참여형 교실수업 개선, 이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과정중심평가 연구도 자연스럽게 연계됐다. 취재 도중 이 대목에서 민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활용했던 활동지, 또 그간 저술활동에 참여했던 교재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교수법, 학생평가방법 등을 담은 <2015 개정 교육과정 교수학습자료>, <창의적 체험활동 지도자료>, <과학수업사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발간한 <STEAM 가이드북> 등등. 그동안 민 교사가 집필한 저서만도 수십 종에 이른다. 인터뷰하기 전, 취재진과 잠깐 인사를 나누면서 김철종 교장은 “민 선생님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늘 무언가를 새롭게 모색하고, 연구하는 분”이라고 기자에게 귀띔했었다.

  민 교사는 지난 학기까지 교육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곧 쓸 예정이라는 학위논문 주제 또한 ‘학생참여수업, STEAM, 과정중심평가’에서 정하기로 했다. 전공 교과목과 관련한 이학박사 학위는 이미 10년 전에 마친 바 있다. 이번 교육학 학위가 끝난 후에는 다시 문학박사 학위에도 도전할 예정이란다.

  “요즈음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평가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이슈도 뜨거워지고 있고요. 제가 교육학을 계속 공부하게 된 연유이기도 합니다. 종종 교사들의 평가결과를 놓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이의제기도 있곤 해요. 모둠 구성에서부터 평가 등 교사의 역할에서 시행착오가 따를 수도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하고요.”

  민 교사는 학생평가의 오류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매 차시마다 평가 횟수를 늘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제까지 민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평가에 대한 이의제기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민 교사는 “아직까지 교사를 평가전문가로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교육풍토에 대해 조금은 아쉬움이 있다.”라고도 전했다.


동남아 학교에도 STEAM 교육 전파

  민 교사는 요즘 과학기술 분야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한 드론의 정식 면허에도 도전 중이다. 이미 항공이론 등 학과시험은 합격한 터. 9월부터 비행 등 본격적인 실기시험에 도전하게 된다. 이곳 삼일여고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민 교사는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최근 신종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는 드론축구에 대해 한창 ‘열공 중’이다.

  삼일여고 학생들에겐 매달 한 차례, 과학기술 멘토와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된다. 10년 전, 학생들의 과학문화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민 교사가 울산교육청에 직접 제안하면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번 64회에 이르는 동안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학자와 교수 등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특히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저자인 이은희 작가와의 만남은 민 교사와 삼일여고 학생들에게 무척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도 매주 주말이면 민 교사는 울산지역 과학교사들과 함께 교육봉사에 참여한다. 민 교사는 주로 문화의집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맡는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사실들을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고, 실험해 보면서 강의 만족도는 그 어느 강좌보다도 높다고 민 교사는 귀띔했다.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고, 교재를 집필하고, 연구를 하는 일이 저로서는 유일한 취미생활이자 낙이라고 할 수 있죠. 반면에 저는 잘하지 못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요, 음주가 그러하고, 운동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요. 덕분에 학교에서 일정을 마친 저녁시간에도 시간단위로 쪼개가면서 제게 유용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죠.”

  쉬지 않고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모색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들려준 답변이다. 민 교사의 STEAM 교육 전파는 방학기간 중에는 해외 교육봉사로도 이어진다. 10년 전, 베트남에서 시작된 교육봉사는 태국과 캄보디아 지역으로 확장됐다. 주로 교사 대상이던 캄보디아 연수는 이번에 처음 학생이 포함됐다. 특히 올해 울산과학축전에는 이들 캄보디아 학생들을 초청,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되기도 했다. 민 교사는 현재 울산청소년과학탐구연구회의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울산과학기술제전을 13년째 주관해 오고 있다.

  “베트남은 현재 STEM의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처럼 좀 더 진화된 STEAM 교육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요. 캄보디아에는 STEAM을 알리는 임무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그곳의 아이들이 궁금하기도 해서 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됐죠. 직접 만나 보니 여전히 순수함은 물론, 선생님에 대한 존경하는 눈빛과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죠.”


[최근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한 드론에 대해 관심이 많은 민 교사는 비행 실기시험을 도전하고 있으며,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드론축구에 대해서도 열공 중이다.]


‘유능한 교사’에서 ‘존경받는 선생님’으로…

  올해로 교직 20년째를 맞은 민 교사는 지난 5월, 제8회 대한민국 스승상 시상식에서 중등부문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민 교사는 “이 상을 받기 전엔 ‘유능한 교사’가 꿈이었다면, 수상 이후에는 ‘존경받는 선생님’으로 꿈이 바뀌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마흔 살을 넘기면서부터 졸업생 제자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기 시작했다는 민 교사.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 뒤에도 꾸준히 소식을 전해주는 애제자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품고 있단다.

  “과학교사로서 앞으로 꼭 실현되었으면 하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정년퇴임 후에도 소일거리 겸 봉사활동도 펼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인데요. 과학관도 그 좋은 예 중 하나입니다. 다만 다른 과학관들처럼 오전 9시에 개관하고, 오후 5시에 폐관하는 운영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방과 후 활동이 가능해지는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공간이면 어떨까 합니다.”

  민 교사가 꿈꾸는 프로젝트인 울산과학관이 건립되면, 울산지역 과학문화 창달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평소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해진다”고 굳게 믿는다는 민재식 교사. <논어(論語)>의 옹야편(雍也篇)에서 전해주는 이 말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학생들에게도 자주 들려주곤 한단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존경받는 선생님이 꿈이라는 민재식 교사와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1반 애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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