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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관 부산 대진전자통신고등학교 미술교사 아름다운 붓, 행복한 세상을 그리다


글_ 편집실


봉사는 모든 교육자의 기본 덕목이라고 말하는 윤수관 지도교사 


  부산 대진전자통신고등학교 윤수관 미술교사는 올해로 20년째 페이스페인팅 봉사지도와 학부모 민화교실을 통해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아이들과 더불어 붓으로 그려가는 아름다운 봉사, 그 행복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봉사활동이 단순한 의무감, 혹은 시간 때우기 식의 형식적인 과정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좀 더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해 주고 싶었죠. 페이스페인팅 봉사는 학생들이 재밌게, 즐기면서 봉사도 하고, 전공 교과인 디자인 공부도 더 열심히 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죠.”
  부산 대진전자통신고등학교 미술담당 윤수관 교사가 지도하는 ‘페인팅 아트 봉사단’ 동아리는 2000년 봄, 처음 발족했다. 윤 교사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학교 인근 유치원도 방문하고, 부산지역 문화체험 현장을 찾아 페이스페인팅이라는 새로운 문화도 전파했다. 당시만 해도 페이스페인팅 봉사활동은 다소 생소한 영역이었다. 대학생 중심의 활동은 존재했지만, 고교생으로 구성된 활동은 대진전자통신고 학생들이 유일했다. 그런 만큼 2002년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대진전자통신고 ‘페인팅 아트 봉사단’ 활동은 부산지역에서 단연 화제가 됐다. 경기가 있을 때면 학생들은 경기장 인근에 페이스페인팅 부스를 열어 관람객들의 응원 열기와 호응을 이끌어내곤 했다. 

미술을 지도하는 윤수관 교사와 수업반 아이들

“선생님, 봉사활동 또 언제 해요?”
  동아리 발족 후, 윤 교사가 지도교사로서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아이들의 변화였다. 이 재능기부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나만이 아닌, 타인과 함께 나누는 삶에 대해 차츰 눈을 떴다. 처음 동아리를 만들 때만 해도 아이들에게 봉사는 낯설고, 귀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아이들은 선생님께 “페이스페인팅 봉사 언제 다시 가느냐?”면서 떼를 쓰곤 했다.
  “1998년 이곳에 부임하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생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저의 전공분야인 디자인과 신입생부터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학생들의 특기와 장기를 십분 살리는 영역으로 택하게 됐죠.” 
2000년 초, 페이스페인팅 봉사활동은 그렇게 시작이 됐다. 학생들은 기장 대변항 멸치축제, 부산 바다축제 등 부산지역 대표 축제에서도 갈고닦은 미술 솜씨를 뽐내곤 했다. 페인팅 아트 봉사단은 창단 2년 만에 그해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청소년 자원봉사대축제’에서 대상인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또 그해 최우수 동아리에도 선정됐다. 이 수상이 계기가 되면서 동아리 학생들은 중국, 홍콩, 타이베이로 이어지는 해외봉사 연수도 다녀올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봉사활동이 대내외에 널리 알려지면서 대진전자통신고는 2004년 ‘아름다운 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청소년 문화존 활동인 청소년 어울마당 활동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우수동아리로 선정됐다. 무엇보다 페인팅 아트 동아리 활동은 부산지역 청소년의 봉사활동을 이끄는 롤 모델이자 선구자였다.
  페인팅 아트 봉사단 활동은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에도 큰 도움이 됐다. 대학진학을 사회복지학과로 정해 대학에서도 봉사를 이어간 제자가 있는가 하면, 대기업 취업 면접에서도 봉사활동의 이력을 소개해 당당히 합격한 학생도 있었다. 이와 같은 윤 교사의 봉사활동 지도노하우는 2011년 12월, EBS에서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붓으로 그려가는 아름다운 세상> 다큐멘터리로도 방영됐다. 
“학생들의 진로지도 측면에서도 봉사는 효과적이지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관심분야에 자신감을 가지고 진로를 확정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또 봉사단 해외 문화체험 연수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부모 민화교실, 그리고 샤프론봉사단
  매주 화·금요일 오후, 대진전자통신고 미술실에서는 또 하나의 봉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봉사와 희생정신은 모든 교육자의 기본 덕목”이라고 말하는 윤 교사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민화그리기 미술교실’이다. 이 미술수업은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된다. 수강료는 물론 무료다. 매주 열 명 내외의 학부모가 빠지지 않고 이 수업에 참여한다. 이 교실에서 민화를 배운 학부모 중에서는 화조도, 산수도 등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국제종합예술대전 민화 부문에서 특선 및 입선하면서 현재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는 12월에는 ‘제5회 대진학부모 지역주민 민화·공필화전(展)’도 연다. 취재 당일, 이곳 미술실에서 만난 수강생 박금례 씨는 “민화를 배우면서 주부와 엄마로서만이 아닌,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 같다”면서 흡족해했다. 3학년생 자녀가 있다는 염명화 씨 역시 “3년째 민화를 그리고, 전시회에도 참가하면서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감사해했다. 대부분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학부모들이지만, 그림을 배우는 수업시간 만큼은 마치 학창시절 미술시간으로 되돌아간 듯 모두 마냥 행복해한단다. 
  “그림 수업을 통해 어머니들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저 역시 뿌듯하지요. 그런데 저로서는 이 <민화 교실>이 더욱더 가치 있는 건 이 시간을 통해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에 관해 격의 없는 정보를 나누고, 또 공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학부모들과의 소통 채널이 학교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어 왔고요.”
  이 미술교실 학부모들은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학교의 명예교사가 되어 학부모샤프론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도 바로 이들이다. 샤프론봉사단은 자녀들과 함께 온천천 살리기 환경보호 활동, 복지관 방문, 효문화 캠페인,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 등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샤프론봉사단원 변정희 씨는 “한 달에 서너 차례 아이와 함께 봉사도 하고, 밤길을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사이 아이의 달라진 배려심이 보이게 되더라”며 자랑했다.

매년 민화교실 학부모들과 함께 여는 전시회 

학부모 민화교실


교육현장과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봉사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은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해 줍니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삶에 봉사는 어쩌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지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봉사활동을 경험했던 모든 학생들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지난 20여 년 봉사활동 지도교사로서 더욱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윤 교사가 현재 그리고 있는 봉사활동의 큰 그림은 ‘교사·학부모·학생 등 교육현장과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봉사’다. 특히, 2019년부터는 (사)한국시민자원봉사회 교사단 회장을 다시 맡으면서 부산지역 학부모샤프론봉사단 가입학교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윤 교사는 2010년부터 3년 동안 이 봉사단체의 교사단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론티어 청소년봉사단에 이어 내년에는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챌린저 봉사단’도 설립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5일 자원봉사자의 날, 윤 교사는 (사)한국시민자원봉사회에서 그간의 활동과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내년에는 그동안 중단됐던 교육포럼도 부활시켜 봉사활동의 전문화와 체계화도 도모해 나갈 예정입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봉사를 융합한 프로그램 모형도 적극 개발해 각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고요.”
  내년에 운영할 봉사 프로그램들을 설계하고, 준비하느라 윤 교사는 요즘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 분주한 일정 속에는 12월에 있을 민화교실 학부모들의 민화·공필화전(展)도 포함돼 있다. 남종화의 대가 남농 허건 화백, 운정 김흥종 화백을 사사한 윤수관 미술교사는 지금까지 5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2인전과 3인전, 그룹전과 초대전 등 총 220여 회의 전시회에 참여했다. 

진로지도로 봉사가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윤 교사

2000년부터 페이스페인팅으로 봉사에 나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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