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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 “역사적 진실 탐구로 ‘균형감’ 있는 역사 이해 도울 것”

글·사진 편집실

  2006년 출범한 동북아역사재단은 동북아시아 역사 문제와 독도에 대한 조사 및 연구로 정책개발을 수행하면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오고 있다.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고구려연구재단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2020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영호 이사장을 지난 9월 13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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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년,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그동안 쟁점이 돼 온 역사 현안의 조사 및 연구를 통해 학계는 물론 정계, 언론, 교육계, 일반 시민 등으로부터 국민적 공감대를 획득하고,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국내외에 확산 및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재단에서 추진해 온 주요 사업, 즉 역사적 진실 탐구는 학계 및 전문가들의 다양한 조사와 연구 활동을 기반으로 수행됩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역사 왜곡과 갈등의 이슈가 노출될 때마다 그 인식의 격차를 좁히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동북아역사재단 이영호 이사장은 2020년 말 부임 이후의 여정과 소회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부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상의 여러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건 못내 아쉬웠다.”라면서 지난 3년을 돌아봤다. 하지만 “2006년 재단 설립 당시의 목표였던 ‘바른 역사 정립 및 공유를 통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화해, 번영 기반 조성’이라는 미션과 계속사업들은 여전히 충실히 수행되고 있다.”라는 부연 설명이다. 



독도체험관 확장·이전, 다양해진 독도 역사교육

  “그동안 재단에서 수행해 온 다양한 연구성과들은 한국어와 영문 편집본으로 각각 발간되어 축적되고 있습니다. 매달 두 차례 발간되는 <동북아 역사 리포트>, 또 동북아 역사 현안과 관련된 핵심 주제를 다양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계간지 <동북아 역사 포커스> 등이 그 결과물입니다.” 


  이 이사장은 “재단의 다양한 연구성과 저작물들은 재단 웹사이트 및 디지털 역사자료 공유 플랫폼 ‘동북아역사넷’에 탑재된다.”라면서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면서 향후 미래세대가 동북아 역사 현안에 대하여 좀 더 쉽게 이해하고,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상 콘텐츠 등의 제작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2022년 ‘독도체험관’의 영등포 타임스퀘어로의 확장·이전은 방문객 수의 폭발적인 증가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이전 이후 올 8월 말까지 독도체험관을 다녀간 방문객 수는 20만여 명. 2012년 9월 서대문에 개관한 후 10년 동안의 누적 방문객 수 28만 명과 확연히 비교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체험관이 새로 들어선 곳이 생활공간이고, 상업지구이다 보니 일반 시민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쇼핑을 목적으로 외출했다가 아이들과 함께 독도 체험도 하고, 역사 공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는 건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게 되는 성과였지요. 또 영등포라는 지역 특성 때문인지 외국인의 방문도 더 늘었습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독도체험관 개관 이후 학생들의 역사 체험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대상별 눈높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개발·운영해 오고 있다. 학기 중에는 중고등학생 대상 자유학기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초등부 대상 프로그램을 학교의 신청을 받아 수요자 맞춤형 교육 및 체험활동으로 운영한다. 이 이사장은 “현장 방문이 어려운 지역학교 대상으로는 온라인 실시간 교육과 찾아가는 독도교실도 운영한다.”라면서 “학교 현장의 독도 영토주권 의식 함양 교육도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은 또 전국 시도교육청에 구축된 지역별 독도체험관과 연계하여 독도 역사교육의 질을 한층 더 높이고 있기도 하다.



‘1947,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를 가다’ 기획전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현재 독도의 역사와 관련한 의미 있는 전시도 진행 중이다. ‘1947,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를 가다’ 기획전이다. 이 전시는 2021년 한국산악회에서 동북아역사재단에 학술조사 관련 사료들을 기탁하면서 성사되었다. 1953년 3차 조사단에서 활동했던 김연덕 옹은 이번 전시 개막식에 직접 참석하여 의미를 더하였다. 전시는 1947년 8월 16일 첫 조사단 활동일을 기념하여 8월 16일 개막하고, 10월 25일 ‘독도의 날’이 있는 10월 말까지 계속된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확장·이전된 독도체험관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확장·이전된 독도체험관


‘1947,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를  가다’ 기획 전시 ‘1947,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를 가다’ 기획 전시


  “이번 전시 자료들 속에는 그동안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미공개 문서들도 처음으로 공개됩니다. 1906년 울도(울릉)군수 심흥택이 작성 보고한 정부 문서에 처음으로 ‘독도’라는 표기가 나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고요. 울도군수 심흥택은 당시 울릉도를 방문한 일본인을 통해 독도가 일본 영토 시마네현으로 편입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이를 강원도관찰사에게 처음 보고한 인물입니다.”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알리는 표목이 처음 세워진 것도 1947년 첫 학술조사단에 의해서다. 그해 8월 20일, 독도에 입도한 한국산악회 조사단은 독도에 ‘조선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독도’와 ‘울릉군 학술조사대 독도 탐사 기념’이라는 두 개의 영토 표목을 세웠다. 또 이 학술조사는 1947년 2월 수립된 과도정부 민정장관이었던 민족주의 사학자 안재홍이 후원했다는 문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첫 독도와의 해후는 부임 이듬해인 2021년이었어요. 그 후 해마다 다녀오면서 이번 9월 14일 방문이 세 번째입니다. 직접 다녀온 후 독도는 어업 등 울릉도의 생활권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연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러일전쟁 때 일제가 동해에서의 해전을 준비하면서 독도를 전략적으로 시마네현에 편입시켰다는 사실도 공부를 통해 알 수 있었고요. 이후 석도가 독도임을 증명하고, 울릉도의 부속도서인 관음도와 죽도의 관련성을 해명하는 자료 발굴과 해석이 중요함을 파악하게 되면서, 재단 차원에서 연구기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이번 기획전시 공간인 독도체험관이 이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으면서 아직은 홍보에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체험관의 지상 출입구에 미디어월 설치 등 대중의 인지도를 좀 더 높이면 역사교육의 효율성이 더 증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역사학자로서 ‘장소성’에 대한  역사 탐구를 이어가겠다는 이영호  이사장역사학자로서 ‘장소성’에 대한 역사 탐구를 이어가겠다는 이영호 이사장


“역사교육은 ‘장소성’을 찾아가는 작업이지요”

  “역사교육을 흔히 ‘장소성’에 대한 이해로 정의하기도 하지요. ‘공간(Space)’이 있고, ‘인간의 삶’이 있는 곳이 곧 ‘장소(Place)’인데, 역사는 바로 그 ‘장소성(Placement)’을 찾아가는 작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기행만큼 효과가 좋은 역사교육은 또 없지요. 역사학자로서 앞으로 시간이 허락되면, 재단에서 일하느라 잠시 유예해 둔 동아시아 비교연구, 동아시아 속의 한국사, 국내외 역사기행 등 근대사 연구자로서 상호 소통의 장이었던 항구·개항장 등 ‘장소성’에 대한 역사 탐구를 계속해서 진행해 볼 계획입니다.”


“역사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역사에 대한 균형감 있는 이해”라고 설명하는 이 이사장은 “역사적 맥락에서 역사를 파악하려는 역사주의, 현재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하려는 현재주의가 조화롭게 균형을 잘 이루도록 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9월 13일, 인터뷰를 하면서 이 이사장은 취재팀에게 몇 권의 책을 소개했다. <동아시아 상생과 소통의 한국학>,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 사신 북경에서 만나다>, <한월 사신 창화시문> 등이다. 이는 이 이사장이 10년 전, 인하대에서 강의하면서 추진한 대형 학술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몽골 등과의 역사적 관계를 ‘갈등과 대립’보다는 ‘소통과 상생’의 경험을 발굴하여 한국학의 보급을 추진하는 프로젝트였다. <한월 사신 창화시문>에는 <지봉유설>을 쓴 이수광 선생이 북경에 사신으로 갔을 때, 현지 사람들과 시조를 읊으면서 교류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역사 왜곡과 관련한 균형감 있는 정책 대응이 절실한 요즈음, 이 이사장은 “재단에서도 조사와 연구를 기반으로 한 학술적 네트워크 형성과 이를 통한 지지 확보 등 국제협력과 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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