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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 ‘질문왕’을 키우는 AI 시대 교육 혁신

글·사진 편집실

  2021년 3월, 제17대 총장 부임과 함께 카이스트(KAIST)에는 새로운 비전이 수립됐다. ‘글로벌 KAIST로의 확장’이다. 지난해 미국 뉴욕대학교와 공동캠퍼스 운영에 합의하고, 가을학기부터는 본격적인 이행에 들어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복합 등 ‘융합학문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도 공고히 하고 있다. 취임 2년 6개월여를 맞은 이광형 총장을 만나 ‘AI 대전환 시대의 교육법’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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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커서 배를 만들게 하려면,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대양을 보여주라는 말이 있어요.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가 한 말이지요. 바로 학교는 학생들이 대양을 바라보듯 꿈을 찾아가는 놀이터가 돼야 합니다. 아이들이 꿈을 찾으면, 배움은 저절로 일어나게 돼요. 우리 KAIST 학생들에게도 저는 늘 말합니다. 놀이터 같은 학교에서 마음껏 놀다가 가슴 뛰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 떠나라고 말이지요.”


 2021년 3월, KAIST 제17대 총장에 취임한 이광형 총장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꿈을 키워주는 사람’이다. 지난해 4월 펴낸 책 <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의 부제가 바로 ‘꿈을 키워주는 사람 이광형 총장의 열두 번의 인생 수업’이다. 2년 전, 총장에 부임하면서 세운 임기 중 목표는 미래의 과학 인재인 KAIST 학생들을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글로벌 KAIST로의 확장’이었다. 그 미션 중 하나가 이번 가을학기부터 본격적인 열매를 맺는다. 지난해 양교가 합의한 KAIST-뉴욕대학교 공동캠퍼스 운영이 이행되는 것이다.


AI 대전환 시대에 필요한 교육

 “뉴욕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세계를 접하기에 최적의 도시예요. 그곳 뉴욕 캠퍼스에서 이번 가을학기부터 학부 과정에서는 부전공 프로그램이, 대학원에서는 연구 중심으로 협력이 이루어집니다. 양 대학의 교수진이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이미 공동연구센터도 만들었습니다.”


 이 총장은 “이 공동캠퍼스 운영을 통해 KAIST 학생들이 앞으로 더욱 큰 세상을 놀이터 삼아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TV를 거꾸로 놓고 보는 괴짜 교수’, ‘카이스트 벤처 창업의 대부’ 등등. 그동안 이 총장을 설명하는 다양한 수식어들은 단연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 많은 수식어 중에 유독 눈에 띄는 표현, ‘10년 뒤 달력을 놓고 보는 미래학자’다. <세상의 미래>, <3차원 미래예측으로 보는 미래경영> 등 미래학에 관한 활발한 저술 활동은 물론, 일찍부터 학교 행정에 참여하면서 카이스트 내에 미래학 연구기관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설립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미래학자로서 그가 주목하고 있는 요소는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인공지능(AI)이다. 이 총장은 다양한 강연 활동, 혹은 언론매체의 기고를 통해 “미래 사회의 화두는 단연코 AI”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그는 “AI 대전환의 시대에는 그에 맞는 교육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문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AI를 잘 활용할 줄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격차는 무척 커질 것입니다. 이 명제는 국가도, 개인으로서도 마찬가지예요. 지난해부터 저는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에 ‘디지털 전문인력 100만 명 양성’을 주창해 왔어요. 실은 디지털 기기의 편리성을 온 국민이 자유롭게 누리게 하려면, 100만 명 양성으로도 부족하지요. 1950-60년대에 마치 문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도 그렇게 차근차근 ‘디지털 리터러시’, ‘AI 리터러시’를 고민해야 합니다.”




“세상에 나쁜 질문은 없습니다”

 이처럼 AI와 함께 전개되는 디지털 교육 시대에 초·중·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어떤 것일까? 이 총장은 ‘창의력, 협동심, 지식’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지식의 양은 AI가 훨씬 더 탁월할 테니 학생들은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했다. 또 미래에는 ‘협업’도 인간과 AI가 더불어서 잘할 수 있어야 한단다. 다만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로서는 AI와 차별화된 새로운 생각,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생각을 돋게 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위한 도구로서는 질문만큼 좋은 게 없어요. 저는 늘 ‘내가 던진 질문이 나의 미래가 된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2년 전 취임식에서 KAIST의 청사진을 발표하면서도 총장상으로 ‘질문왕 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어요. 이제는 이 ‘질문왕 상’ 이야기가 전국의 초·중·고 학교에도 어느 정도 전파되어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에게는 선생님이 칭찬도 해주고, 또 상을 주면 교육 효과는 그만큼 더 커지지요.”


이 총장은 디지털 교육 시대에 초·중·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으로 ‘창의력,  협동심, 지식’ 3가지를 꼽는다.이 총장은 디지털 교육 시대에 초·중·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으로 ‘창의력, 협동심, 지식’ 3가지를 꼽는다.


 이 총장은 “학생이 그 어떤 질문을 해도 꾸지람을 하면 안 된다.”라면서 “세상에 나쁜 질문은 없다.”라고 재차 강조한다. 또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에 약 20%가 유대인”이라면서 “바로 유대인 교육의 본질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 교육”이라고 소개했다. 답보다 문제를 찾는 데 주력했던 과학자 아인슈타인 역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었단다. 

이 총장이 개설하면서 아직도 세간에 오르내리는 강좌인 ‘미존(未存) 수업’ 역시 초·중·고 학생들의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한다. 



이광형 총장이 지난해 출간한 저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


 미존 수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논하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이제까지 거론되지 않은 새로운 사물이나 개념에 관한 이야기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이미 존재하거나 어디서 들어봤던 것을 말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이 총장은 “초·중학교 어린 학생들이라면 2인 1조가 되어 내가 들어보거나, 책으로 읽어보지 않은 이야기를 짝꿍 친구에게 먼저 들려주되, 이를 들은 친구가 대신 이야기해주는 수업방식도 꽤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생이든, 초·중·고 학생이든 이 미존 수업에는 한계가 없다.”라면서 “혹시 있다면 오직 우리의 상상력이 한계일 수 있다.”라고 했다. 


거꾸로 읽는 세상, 그리고 사유

 이 총장은 평소 KAIST 학생들에게 “전공 공부는 10% 줄여도 좋으니 인문학과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공부는 좀 더 늘려야 한다.”라고 주문해 왔다. 남은 임기 동안 완수해야 할 목표 역시 KAIST를 과학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와도 융합하여 진정한 글로벌 리더 대학으로서 자리매김하게 하는 것. 이를 위해 KAIST 내에 미술관과 메타융합관도 새로 짓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지난 8월 16일 오후 이 총장의 집무실. TV 모니터에서는 세간에 알려진 대로, 미술작품 영상이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에두아르 마네 등 그동안 익숙했던 인상주의 작가들의 그림인데도 처음 겪는 기자의 눈에는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의 집무실 벽면 한쪽에는 ‘세상을 거꾸로 보고, 생각하고, 살았다’라는 글귀가 한눈에 들어왔다. KAIST 구성원들의 조직도도 거꾸로 걸려 있다. 이 총장이 십수 년째 유지해 오고 있다는, 유연한 뇌를 위한 훈련법이자 세상을 읽는 사유법이다.



미술작품을 거꾸로 보여주는 집무실 TV  1 2 모니터로 유연한 뇌 훈련을 한다는 이 총장미술작품을 거꾸로 보여주는 집무실 TV 1 2 모니터로 유연한 뇌 훈련을 한다는 이 총장

 “미래의 인재는 과학기술만으로는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없어요. KAIST는 앞으로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학문을 연구하는 글로벌 대학으로서 그 영역을 더 확장해 나아갈 것입니다. 학생들이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세계를 향해 맘껏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교육의 목적이 학생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이광형 총장. 1985년 KAIST에 부임하여 올해로 38년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꿈의 중요성을 오롯이 확인시켜준 KAIST의 제자들이었기에 무한히 감사하고, 또 행복한 시간의 여정이었다.”라는 그간의 소회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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