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특성화고 실습실의 꺼지지 않는 등불! 자격증 취득하며 역량·인성 키운다

김혜진 객원기자

30년 동안의 교직 생활 중 29년을 농어촌 지역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전남 정남진산업고등학교 윤정현 교사.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와 직결되는 자격증 취득률에서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가 하면, 재능나눔 봉사활동으로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힘을 쏟아왔다. 교육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글로벌 교사상’ 2020년 최종 후보 10인에도 들었던 그를 만났다.


글 김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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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농촌 지역 실업계 고교 졸업생 33명이 574개의 자격증을 취득, 이 사실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1인당 취득한 자격증 수 평균 17.3개. 이 경이로운 성과를 낸 주인공은 바로 전남 장흥군 정남진산업고등학교(교장 정귀권, 언론에 보도될 당시는 장흥실업고교로 2014년에 학교명 변경) 학생들이었다. 이들을 지도해온 윤정현 교사는 올해로 30년째, 전남 보성군과 장흥군 등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 학교에서 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하면서 대개 1∼3개 정도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수준입니다. 이에 비하면 1인당 평균 17.3개를 취득한 우리 아이들은 그만큼 진로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입니다. 농어촌 지역 특성화고의 경우 특히 도시지역 학교와는 달리 기초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 모두 꿈을 잃지 않고 도전한 끝에 전국 최고의 자격증 취득률 학교라는 영예도 안을 수 있었지요.”


여섯 차례 자격증 취득률 전국 최고 기록

  정남진산업고 기계자동차과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은 이후에도 1인당 평균 12개(2017년), 7.9개(2018년), 7.7개(2019년) 등 빼어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윤 교사는 현재까지 6차례의 전국 고등학생 최다 자격증 취득 지도교사 기록을 보유 중이다. 또 전국의 고등학생 중에서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 50명을 선정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에 4명의 제자를 각각 배출시킨 바 있다. 


  1995년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윤 교사가 가장 중점을 기울인 건 학생들과 끊임없는 소통이었다. 자격증반 동아리, 기능영재반 동아리 등 방과 후 활동은 물론 밤늦은 시각, 실습실의 불이 꺼지기 전까지 학생들과 대화하고, 또 소통했다. 지난 12월 15일 취재 당일, 인터뷰하면서 윤 교사는 두툼한 스크랩 파일을 꺼내 보여주었다. 오래전부터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하면서 활용한 자료들이었다. 인터넷 환경이 활발해지기 전, 신문이나 각종 매체에 실린 취업 및 진로와 관련된 자료들을 차곡차곡 모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해 온 역사이자 발자취였다.


  “지난 29년 동안 제 교육목표는 하나였어요. 아이들이 졸업 후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갈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었죠. 자동차과에 입학한 학생 중에도 자동차에 흥미가 없으면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건설기계, 굴삭기, 용접, 지게차, 컴퓨터 등 사회에 진출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밤낮없이 권유하곤 하지요.” 


  실제로 장흥에서 목장을 운영하며 소를 키우는 한 졸업생의 경우 이렇게 딴 자격증들을 현재 목축 현장에서 알토란처럼 활용하는 중이라고 윤 교사는 소개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목 외에 또 다른 기능인 도전에 나설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는 윤 교사. 그런데 그 무엇보다 기쁨이 컸던 때는 특수교육 대상자인 4명의 학생이 자동차검사 및 정비, 지게차, 굴삭기, 기중기 등의 자격증을 땄던 그 감동의 순간이었단다. 졸업생 중에는 현재 다자격증 취득으로 연봉이 대기업체 직원 부럽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제자들도 많다면서 윤 교사는 자랑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일군 다자격증 성과

  자격증 취득을 돕기 위해 윤 교사는 그동안 직접 발로 뛰면서 학생들을 지원해 왔다. 전남도교육청 지원 외에도 장흥군과 농어촌공사, 각종 재단법인 등에 제안서를 제출, 실습실 기자재 임대와 학생들의 응시에 드는 비용까지 충당했다.


  “학생들이 자격증 하나 취득하려면 필기, 실기, 전형료에다 이동하는 교통비까지 만만찮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를 위해 가정형편이 곤란한 학생들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취업 전 사회성을 배운다는 측면도 있다지만, 학습시간이 줄다 보니 학업에 저해요인이 되곤 했죠. 지자체나 장학재단 등에 우리 농어촌 지역 학생들을 위한 지원요청 제안서를 계속해서 쓸 수밖에 없었던 계기였어요.”


  또 어느 해인가는 그의 한 달 월급이 고스란히 학생들 자격증 고시 전형료로 사용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대납해 준 전형료는 졸업한 후에 돈을 벌면 모두 갚게 했다면서 그는 웃었다. 



2학년%20학생들에게%20자동차%20부품에%20대해%20설명하는%20윤정현%20교사.%20끊임없이%20제자들과%20소통하며%20농어촌%20지역의%20어려운%20여건에서도%20자격증%20취득을%20할%20수%20있도록%20돕고%20있다2학년 학생들에게 자동차 부품에 대해 설명하는 윤정현 교사. 끊임없이 제자들과 소통하며 농어촌 지역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격증 취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undefined늘 제자들에게 최선을 다해온 윤 교사의 수상경력을 따라가면 제자들을 향한 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늘%20제자들에게%20최선을%20다해온%20윤%20교사의%20수상경력을%20따라가면%20제자들을%20향한%20그의%20열정을%20확인할%20수%20있다교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글로벌 교사상 10인에 선정된 윤 교사




‘교육계의 노벨상’ 한국인 첫 후보 영예

  윤 교사는 그 어느 해보다 뜻깊은 2020년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3월, 그는 ‘교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글로벌 교사상’ 50인 후보에 선정된 데 이어, 10월에는 최종 10인에도 포함됐다. 한국인 교사로서는 최초로 후보에 오른 성과였다. ‘글로벌 교사상’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카타르 등에서 55개의 학교를 운영하는 ‘글로벌 에듀케이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스(GEMS)’ 그룹 산하 바키재단이 제정한 상. 윤 교사는 “12월 초에 발표된 최종 1인에는 들지 못하여 아쉬움이 컸었다.”면서도 “한국인 첫 후보 교사로서 만족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종 후보 10인이 되면서 제가 그동안 농어촌 지역 학교 교사로서 일궈온 교육 활동들이 세계 각지의 교육현장에 소개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특히 터키, 멕시코, 인도네시아 학교에서는 저를 특별히 인터뷰하여 소개했을 정도로 방과 후 활동 등 교육 프로그램들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어요. 빈곤으로부터 탈피를 꿈꾸는 국가의 학교에서 특히 밤 10시까지 불을 밝히며 학생들을 가르쳐 온 우리의 농어촌 지역 교육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였죠.”


  취재 당일, NCS자동차엔진정비 실습실의 2학년 3반 5교시 수업. 자동차 정비사가 꿈이라는 김서현 학생은 기자에게 “선생님께서는 잘 몰랐던 기계의 부품 하나하나도 알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참 좋아요.”라며 귀엣말을 건넸다. 그리고 이날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윤 교사는 하루 전 지역 언론에 보도됐다는 수상 소식 하나를 전하기도 했다. 제16회 청소년푸른성장대상에서 정남진재능나눔동아리가 청소년 동아리 부문 장관상을 받은 것. 윤 교사는 “이번 수상은 아마도 교사로서 현직에서 받는 마지막 상이 될 것 같다.”면서 웃었다. 윤정현 교사는 2009년에는 올해의 스승상과 홍조근정훈장 수훈을, 2011년에는 방과후학교대상에서 교육부장관상인 교사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