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사제동행의 가치 실현하며 도전해온 삶
 

경기 청림중학교 교장 정미애


 체육 교사로서는 더없이 행복했고, 30대의 최연소 장학사로서는 교육행정가로서 더욱더 큰 보람을 느꼈었다는 경기도 화성 청림중학교 정미애 교장. 2018년 1월, 신설학교 교장에 부임하면서 흰 도화지에 수채화 그림을 그리듯, 청림중의 활기찬 오늘과 내일의 힘찬 비상을 그려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글 김혜진 객원기자



“이 노래,한번 들어보실래요?”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에 2년 전 개교한 청림중학교 교장실. 인터뷰가 막 시작될 무렵, 교내 방송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정미애 교장이 취재진에게 먼저 건넨 말이었다. 그러면서 정 교장 역시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완창했다. 정 교장이 이 학교에 발령을 받자마자 설레는 맘으로 서둘러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는 노래 <내일을 간다>였다. ‘동트는 새벽의 햇살을 보아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바로 청림중학교 교가다. 청림중 아이들의 꿈을 독수리 날개에 싣고 내일로 나아가자는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단다. 체육교과 전공인데다 강인하고, 누구보다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라는 정미애 교장. 노랫말을 쓰면서도 자연스레 청림중 교조가 될 독수리의 힘찬 양 날개를 떠올리게 되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흰 도화지 위에 투명한 수채화를 그리듯 그동안 국내외 학교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한 제 교육철학을 모두 녹여낼 수 있었기에 지난 2년 동안은 그 어느 시기보다 행복한 순간이 많았어요. 또 장학사로 일했던 교육행정 경험은 신설학교지만 학교운영을 하는 데 큰 시행착오 없이 도움이 되었죠. 또 뜻을 같이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늘 든든하기도 하고요.”


학교의 자랑인 전 교과 ‘청림 도전’ 프로그램
 내년 2월이면 이곳에서 첫 입학식을 치른 350명이 졸업하게 된다. 청림중 학생들의 실용성과 공동체 의식 함양을 모두 수용한 ‘편한 교복’은 이미 화제가 되면서 각종 미디어에 소개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편안한 학교생활을 지원하고자 했던 정 교장의 신념에 따른 결정이었다. 정 교장은 “개교하면서 처음에는 아이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키워주기 위해 자유복 착용도 고려했지만, 학부모 총회의를 거치면서 ‘편한 교복’ 착용으로 선회하게 되었다.”라고 소개했다. 지난 2년간 교사와 학생 등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위한 정 교장의 노력은 2교시 후 운영된 ‘해피타임’에서도 엿볼 수 있다. 2교시 후 10분 휴식시간을 20분으로 늘린 것. 오래된 관행이다 보니 처음엔 반기지 않던 구성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만족도가 높아지더란다.


 청림중의 교육 활동 중 하나인 ‘청림 도전’ 프로그램은 다른 학교에서도 견학 올 정도로 유명하다. ‘두 바퀴로 떠나는 역사문화탐방’, ‘두 발로 떠나는 태국여행’ 등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호응을 얻은 프로그램들이다. 이 여행 프로그램들은 모두 지도교사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 학생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실행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문화탐방에는 저도 학생들과 함께 갑니다. 한강 아라뱃길을 아이들과 함께 달렸고, 서해 궁평항과 매향리를 잇는 도로를 함께 달리기도 했고요. 또 제주도 배낭여행에서는 참가 학생 전원이 한라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1,950m 산 정상에 오른 아이들의 성취감이 남다른 순간이었지요.”


운동부 학생들에게 숙소와 식사 제공하던 선생님
 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성이 사라진다면 백두대간을 아이들과 함께 걷는 도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특히 청림중과 이웃한 정현고와 서연고 재학생들과 함께하는 자전거 라이딩도 양교와 협의를 통해 추진 중이다. 정 교장은 “이 연합 라이딩 프로그램은 성사되면 우리 학교 졸업생들을 위한 애프터서비스 교육의 일환”이 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제 평생의 교육목표는 생활 속에서 인성교육이 실현되고, 아이들의 재능 발굴을 위한 노력이 학교현장에서 꾸준히 이뤄지는 것입니다.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인성교육부를 별도로 신설하기도 했고요. 덕분인지 올해 우리 학교가 선플달기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죠.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월드비전 기부 프로그램에도 1∼3학년 전 학급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 교장이 교직 생활 내내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는 말은 바로 ‘사제동행’이다. 청림가족 동행, 사제동행 공감여행 등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게 될 프로그램이란다. 교사로서 첫발을 떼었던 포천 내촌중에서는 전국에서 최초로 스키부를 창단, 운동부 학생들의 식사를 손수 챙긴 그였다. 어느 해인가, 대회에 참가한 다른 학교 선수들까지 집으로 데려와 숙소 제공은 물론 식사까지 직접 챙겼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학생들의 재능 발굴과 양성을 위한 체육 교사로서의 남다른 노고가 알려지면서 그는 2001년 ‘올해의 스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30대의 최연소 장학사로서 교육행정 영역으로도 행보를 확장하면서 화성시 교육장배 줄넘기 인증제 등 다양한 학생건강 증진 체육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추진한 바 있다. 


 “나이를 먹고 체육 교사로서 체력과 신체적 한계를 조금씩 느끼던 시기가 있었어요. 당시 교육청에서 믿고 따르던 선배님의 말씀이 울림이 크게 다가왔었죠. ‘교사로서 너희 반 아이들, 네 밭에만 물을 주기보다는, 좀 더 높은 사다리로 올라서서 물을 주면 더 넓은 면적의 밭을 적실 수 있다’라는 요지였거든요. 그 조언을 좇아 장학사가 되면서 많은 체육 관련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꾸준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었지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북카페 개설 예정
 2011년부터 2년 동안은 교육부 파견으로 방콕한국국제학교 교장으로도 근무했다. 부임하자마자 방콕지역에 대홍수가 나면서 두 달 동안 학교가 물에 잠기는 일도 겪어야 했다. 당시 인근의 120개 학교는 모두 문을 닫았지만, 정 교장은 안전한 지역의 사찰과 교회 등에 공문을 보내 수업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그는 “우리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천막에서 공부한 민족임을 몇 번이고 상기시켰다.”라고 돌아봤다. 그의 간절한 뜻이 하늘에 닿았는지, 한 교회에서 수련원 공간을 내주어 학교 수업은 곧 정상화될 수 있었다. 정 교장은 “2년간 재임하는 동안 태국 현지인인 교직원들에게 한국어를 배워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학교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절차를 문서화 한 건 지금도 큰 보람과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2021년 정 교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게 될 청림중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는 지역사회와 학교를 연계하는 협동조합 프로그램인 북카페 개설이다. 지자체와 교육청, 교사와 학부모도 공동출자 형식으로 참여하게 될 예정이란다. 정 교장은 “학교 건물 입구의 필로티 공간을 개조하여 북카페로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이곳이 학생들에게는 살아 있는 경제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으로도 운영될 것”이라고 들려주었다. 


 교직에 있는 동안 정 교장의 또 하나의 꿈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그는 “학교 안에서 포용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 방황해 온 아이들은 결국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연계하여 치유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이 구상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실용성이 가미된 편한 교복을 착용한 학생들과 정 교장 

 
청림 도전’ 프로그램의 하나인 자전거를 타고 가는 문화탐방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청림중에서 운영 중인 음악중점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