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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전문적 학습공동체_ 다듣영어

‘듣는 영어’로  학교 영어교육  새바람 일으켜

글  양지선 기자

  듣기 위주 영어학습에 뜻을 함께하는 울산 초등교사들이 뭉쳤다. 이들은 전문적 학습공동체 ‘다듣영어’를 운영하며 영어 교과 시간은 물론 학교에서의 자연스러운 듣기 실현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다(多) 들으면 다(All) 들린다는 의미의 ‘다듣영어’는 울산시교육청의 듣기 중심 영어교육의 핵심이다. 총 30개 팀 152명이 참여하는 ‘다듣영어’ 교사들로부터 학교 영어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흔히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문법, 독해 위주 교육에 치중해있다고 여겨진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10년간 영어를 필수로 배우게 되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입 밖으로 한 마디를 내뱉기 어렵다며 자조적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울산시교육청은 듣기 중심의 영어교육에 집중하기로 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울산형 초등영어교육 ‘다듣영어’는 ‘많이 들으면 입이 열린다.’라는 모토를 전제로 한다. 학교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듣기 환경에 노출시키고,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로 영어에 대한 흥미를 일깨우는 엔터테인먼트식 영어교육을 지향한다.

  듣기 위주 영어학습에 뜻을 함께하는 울산 초등교사들도 뭉쳤다. ‘다듣영어’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교사 152명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활용한 듣기 중심 수업, OTT(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를 활용한 듣기 생활화 방안, 영어 동화·동요로 실현하는 다듣영어, 학년별 듣기 활동 교수법 개발 등의 연구주제는 30개 팀별로 자율적으로 선정했다.

  전체 모임을 이끄는 신혜진(농서초) 교사는 “30개의 연구가 개별적으로 이뤄지면서 동시에 워크숍을 통해 AI와 스토리텔링, 노래를 활용한 영어듣기 학습 등 공통 지식을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외부 전문가를 모시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내부 교사들이 각자 자력으로 익힌 지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됐다.”라고 전했다.


억지 ‘학습’ 대신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환경으로

  듣기 위주의 영어학습은 코로나19 시대 맞춤형 교육방식이기도 하다. 온라인상의 다양한 영어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영어 유튜브 채널을 선정해 학생들에게 주 1회 하나의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한 이정화(삼일초) 교사는 “재미있는 듣기 자료를 제시해 학생 스스로 흥미를 느끼며 영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화와 영상으로 지속적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효율적인 영어수업 방식”이라고 했다.

  김미경(옥동초) 교사는 원격수업 기간 팝송과 영상 콘텐츠를 활용했다. 설문을 통해 학생들의 기존 영어학습 방식이나 활용 자료 등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듣기 노출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단기간의 성과나 결과물에 집중하기보다는 환경을 먼저 최대한 구축해 나갔으면 한다.”라며 “향후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될 양질의 듣기 콘텐츠 자료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민(문수초) 교사는 영어를 억지로 사용해 ‘학습’하는 환경이 아닌,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단순히 스펠링 외우기, 읽고 문법 정리하기 식의 수업은 실제 현실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내 말이 문법적으로 틀린 게 아닐까?’라는 불필요한 자기검열과 발화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온라인상의 영어 콘텐츠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영어를 도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면 언어습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어요.”


지난 5월 8일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열린 ‘다듣영어’ 전문적 학습공동체 설명회 현장


시험용 아닌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교육에 공감

  박미정(울주명지초) 교사는 조회 시간과 쉬는 시간을 활용해 넷플릭스의 키즈 애니메이션 <마샤와 곰> 시리즈를 한글 자막과 무자막으로 번갈아 틀며 영어듣기 환경을 조성한다. 교실에 비치된 AI 스피커와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할 기회를 얻도록 하고, 모르는 어휘는 태블릿PC를 통해 검색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표현도 함께 익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영어 수준이나 집중력의 정도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수업에 완전히 몰입해 적극적으로 영어를 듣고 말하도록 하고 있어요. 지식을 전달하고 외우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습득하고 체화하는 생생한 교육 현장이 되는 것이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듣영어’ 교사들은 이처럼 시험용 영어가 아닌 현실에서의 진짜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공감대와 함께 교사들의 치밀하고 전문적인 수업 설계로 틀이 잡혀갈 연구 과제들은 앞으로 학교 영어교육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유연한 교실 환경·전문성 있는 영어 전담교사 필요”

  영어 교과수업에서의 특히 어려운 점으로 꼽히는 것은 학생 개인별 영어 실력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사교육으로 인해 학급 내 영어 실력의 격차가 심해 수업 수준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교사들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손영하(옥서초) 교사는 “영어는 특히나 개인별로  수준 차이가 많은 과목인데, 앞으로는 수준별 수업 콘텐츠를 제시하고 학생 스스로 해보고 싶은 주제나 활동을 정해 공부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형태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학부모의 많은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얘기했다.

  “‘다듣영어’가 실제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서의 개별 학습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좋은 듣기 자료가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을 컴퓨터 앞에 앉게 하고 그 콘텐츠를 스스로 찾아서 듣게 하기까지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죠.”

 박미정 교사는 “학급 내 영어 수준 격차는 물론 존재하지만, 학년에 따른 보편적 발달 수준과 정서 수준에 맞는 활동을 준비하면 모두 몰입할 수 있는 수업이 된다.”라고 했다. 이정화 교사는 “느린 학습자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 교사 배치도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다듣영어’ 교사들은 앞으로 공교육 안에서 효과적인 영어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 충분한 수업자료와 유연한 교실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미정 교사는 “다양한 활동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기자재 확충과 수업자료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고, 김민 교사는 “형식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영어에 전문성 있는 교사가 교과 전담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손영하 교사는 “초등학교에서는 주로 휴직자나 기간제 교사가 영어 전담을 맡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영어 전담교사로서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제도적으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Mini Talk


 

신혜진(농서초) 교사

코로나19 덕분에 내부 교사들이 각자 자력으로 익힌 지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됐다.

 

이정화(삼일초) 교사

재미있는 듣기 자료를 제시하면서 지속적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효율적인 영어수업 방식이다.

 

김미경(옥동초) 교사

단기간의 성과나 결과물에 집중하기보다는 영어 듣기 환경을 먼저 최대한 구축해 나갔으면 한다.

 

김민(문수초) 교사

형식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

 

박미정(울주명지초) 교사

지식을 전달하고 외우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습득하고 체화하는 생생한 교육 현장이 되는 것이 좋은 수업이다.

 

손영하(옥서초) 교사

앞으로 영어수업은 수준별 콘텐츠를 제시하고, 학생 스스로 주제나 활동을 정해 공부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형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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