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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호 지킴이 출동! 학교는 우리가 지킨다

김자윤 명예기자

“잠시만!”
우다닥 복도를 뛰어 교실로 돌진하는 1학년 신입생을 잠시 멈추어 세운다.

“복도에서는 뛰면 안 되고, 걸어서 다녀야 해. 그렇지 않으면 복도를 오가는 친구들이 다칠 수 있어.” 다정하게 눈을 맞추고 차근차근 학교 규칙을 알려준다. 신입생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음부터는 걸어 다니겠다고 약속한다. 동생들에게 규칙을 알려주는 학생은 바로 ‘명호 지킴이’다. 이름처럼 명호초(교장 박해순)를 지키는 학생자치조직이다. 교내 질서를 지키고, 안전을 지킨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학교생활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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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호 지킴이가 탄생하기 전, 교사와 학생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명호 초등학교는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과밀, 과대 학교이다. 한 반의 학생들은 30명이 훌쩍 넘고, 학급 수는 58학급이며, 전교 학생 수는 1800명에 임박한다. 좁은 학교에 많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질서가 어지러워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학생들은 복도를 운동장처럼 뛰어다니고 수백 명이 놀이공간을 동시에 쓰니 크고 작은 분란도 자주 발생했다. 비가 오는 아침은 더욱 심각했다고 한다. 현관 입구는 우산을 정리하는 학생들과 교실로 올라가려는 학생들이 서로 뒤엉켜 아수라장을 이뤘다. 그런 와중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명호 지킴이다.
명호 지킴이는 학생들이 직접 선거로 선출한 전교 임원 2명과 학급 임원 16명으로 모두 6학년 학생들이다. 이들은 아침, 점심, 쉬는 시간에 활동한다. 매일 활동하는 것은 아니고 9개의 조로 나누어 돌아간다. 활동하는 장소는 급식소 주변, 중앙현관, 놀이터, 교문 등 학생들의 생활 태도가 무질서해지기 쉬운 곳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명호 지킴이는 출동한다. 우산 접는 것이 어려운 저학년 학생들에게 우산 접는 방법을 설명하고 학반 우산꽂이를 안내한다. 때로는 공익광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점심시간 잔반을 남기지 말자는 팻말을 들고 있거나 교실로 돌아갈 때는 뛰지 않고 질서 있게 걸어가는 오한조(오른쪽으로, 한 줄로, 조용히) 운동을 소개한다. 직접 선도 활동도 한다. 계단에서는 한 칸씩 오르내리고, 놀이기구처럼 난간을 타며 내려오지 않도록 주의를 주기도 하며, 실내화를 신고 화단을 출입하거나 친구들에게 모래를 뿌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다툼이 발생한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서 싸움을 중재하는 역할도 한다. 저학년 학생들은 친구와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발견하면 명호 지킴이를 찾는다. 명호 지킴이는 간단한 문제는 함께 해결해 주고, 갈등의 골이 깊은 경우에는 담임 선생님께 데려다준다. 어린 학생들은 명호 지킴이가 어린이 경찰 같기도 하고, 질서와 안전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다고도 한다.
반면 명호 지킴이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도 존재한다. 활동 중에는 명호 지킴이라고 쓰인 유니폼을 반드시 착용하고, 정해진 구역에서 활동해야 한다. 활동 중에는 절대로 폭언을 한다거나 강압적으로 힘을 가하지 않는다. 부드러운 말로 타이르되 3번 이상의 지도에도 불응하는 학생은 명단을 적어 담당 선생님께 알린다.

명호 지킴이가 하는 일은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부분을 전교 학생회를 거쳐 학생들이 스스로 정한다. 교내에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어 해결 방법을 함께 모색한다. 그 결과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거나 캠페인 활동을 벌이기도 하는 것이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학교 문화를 민주적으로 만들어나가는 ‘학생자치활동’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해순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학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명호 지킴이와 명호초 학생들 모두는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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