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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해외의 교육시스템이 ‘진화’하고 있다

글_ 채재은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의 출현과 더불어 사회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실시간 교통상황을 고려하여 움직이는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되고 있고, 의학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닥터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대학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캠퍼스 중심의 기존 대학교육’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미래 교육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서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과 프랑스 IT 전문 교육기관인 에꼴 42(Ecole 42)를 들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미네르바 스쿨


  미네르바 스쿨은 2015년에 개교한 신생 대학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다. ‘하버드 대학 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으로 알려짐으로써 단 기간에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전 세계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고 있고, 최근 입학 경쟁률이 100대 1이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미네르바 스쿨에서 이루어지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있다. 무엇보다도 우수한 교수진에 의해서 최고의 강의가 제공될 뿐만 아니라, 7개국(미국, 영국, 독일, 아르헨티나, 인도, 대만, 한국)에서 경험하는 기숙사 생활은 글로벌 체험을 원하는 요즘 청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각 국에서 학생들은 문화 체험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 비영리단체, 사회혁신기관 등을 경험하는 기회를 갖는다.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모든 수업이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소규모 세미나로 이루어지는 대신에,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을 촉진하기 위해 13~15명의 학생들이 실시간 토론을 하는 형태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상호 토론을 하고, 교수는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교육 외에도 미네르바 스쿨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은 저렴한 등록금이다. 2018/19학년도 학부생 기준으로 미네르바 스쿨의 연간 등록금은 $24,950로, 미국 명문 사립대학(하버드, 스탠포드 등) 대비 1/4 정도에 불과하다. 캠퍼스 유지 및 보수비용이 들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수업, 학사행정 및 학생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교육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졸업 후 다년간 고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저렴한 비용으로 혁신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미네르바 대학은 거부하기 어려운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IT 인재의 산실 ‘에꼴 42’
  또 다른 대학교육의 혁신 아이콘이 된 ‘에꼴 42(E′cole 42)’는 3無(강사, 교재, 학비)인 교육기관으로서 유명하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에꼴 42는 2013년 이동통신사를 경영하는 자비에 니엘(Xavier Niel) 회장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IT 인재 육성 시스템을 혁신하기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에꼴 42는 2017년 IT 기술대학 평가에서 3위를 차지했고, 졸업생들이 I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대학교육 혁신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루마니아로 확산되고 있다. 에꼴 42는 IT 기본교육을 이수한 18~30세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전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수영장(La piscine)’이라고 불리는 선발 과정은 그 자체가 에꼴 42 교육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에꼴 42의 입학생으로 최종 선발되기 위해서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데, 1차는 ‘논리와 추론 능력 테스트’로, 이를 통해 3배수의 학생이 걸러진다. 2차는 4주 과정으로, 입학생들은 매일 주어지는 프로젝트를 코딩(coding)을 통해 풀어야 한다. 컴퓨터가 가득한 방에서 학생들은 먹고 자며 문제를 풀고, 그에 따라 수영장처럼 수건이 널려져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해야 할 프로젝트의 난이도는 높아지며 동료끼리의 협업과 상호평가를 통해 솔루션을 찾아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현실에 적응하는 역량을 키워간다. 수영장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약 1,000명의 학생은 3년의 본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본 과정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① 협력을 통한 프로젝트 추진 ② 게임을 통한 학습 ③ 수준별 자율학습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육성된 인재는 인공지능의 고도화와 더불어 급속히 진화하는 IT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을 갖추게 된다.

에꼴 42

 


파괴적 혁신은 대학 생존의 필수 과제
  이와 같은 혁신 사례들이 국내 대학교육에 의미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캠퍼스, 교수, 교재 중심’의 전통적인 대학교육 모델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여 개인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한 상황에서 종전과 같은 다수의 학생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수업하는 대중교육 모델은 외면받기 쉽다. 구글(Google) 등을 활용하여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글로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더 이상 지식을 독점하는 기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교수의 역할도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학습 촉진자’로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학생별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할 있는 유연한 학사운영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플랫폼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고, 스스로의 계획에 의해 학습을 진행해나갈 수 있는 유연한 학습지원 시스템도 구축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혁신은 단순히 최첨단의 인공지능시스템 도입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무엇보다도 대학교육에 대한 기본 발상이 달라져야 한다. ‘대학 중심, 교수 중심’의 고전적 관념에서 탈피하여 대학교육의 전 과정이 학생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소위 ‘파괴적 혁신’은 오늘날 대학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자료
Minerva School 홈페이지. https://www.minerva.kgi.edu E′cole 42 홈페이지. http://www.42.fr
중앙일보(2018.01.12.). 하버드보다 입학 어려운 新대학 미네르바 스쿨 가보니.  미디어 바벨탑(2017.11.17.). https://media.babelto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