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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호 파주 새얼학교 교사

장애인의 가장 큰 두려움은 ‘세상의 편견’

글_ 김혜진 객원기자



[송이호 교사는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뛰어 넘어 지적장애 학생을 위해 헌신해 오고 있다.]

"장애아는 느릴 뿐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완주할 수 있어"


  어릴 적 앓은 신체적 장애를 딛고, 장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 새얼학교 송이호 교사.
장애 학생들이 직접 인형극 공연에 참여하게 해 학교생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가 하면, 인권강사로도 활동하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녹음이 짙은 파주 새얼학교 교정에서 올해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에 선정된 그를 만났다.

  경기도 파주 새얼학교(교장 이규식) 전공과 학생들은 매년 두 차례 인형극을 공연한다. 주로 새얼학교 교내 유치부·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지만, 때로 지역사회 보육원과 복지단체 등을 방문 무료공연도 전개한다. 이 인형극의 대본을 직접 쓰면서 학생들의 공연을 지도하고 있는 송이호 교사(48). 그는 올해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선정한 ‘제8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의 주인공이다. 2000년 새얼학교에 부임한 송 교사는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딛고 지적장애 학생들의 자존감 고취 교육에 헌신해 온 공로로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학생들이 인형극 공연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장애인은 수혜자의 입장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장애를 가진 사람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고요. 학생들이 정성껏 준비한 인형극 공연을 끝내고 나면, 그 성취감으로 인해 무척이나 행복해 합니다.”

  송 교사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형극 공연을 지속해 올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새얼극회-끼’는 2002년 교사 중심의 인형극 동아리로 처음 출범했었다. 그러다가 6년 전부터는 전공과 학생 중심의 교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새얼학교 전공과에는 농생명과(7명), 공예과(7명), 제품디자인과(7명)가 개설돼 있다. 고교를 졸업한 장애 학생들의 2년 교육과정으로 본격적인 취업을 준비하는 전문대 과정과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2019 대한민국 스승상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송 교사]


‘두려워 말자, 같은 인간이다!’

  “현재 인형극 활동에는 전공과 학생 21명 전원이 참석합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소외’를 겪게 하지 않기 위해서죠. 인형극 공연에는 인형만이 아니라, 실제 인물이 동시에 출연하기도 해요. 바로 우리 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맘껏 즐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공연에는 그때그때 방송에서 유행하는 소재들로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도 하는데, 교내 공연인 만큼 교육극의 형식만은 유지하고 있다. 송 교사가 담당하는 전공과 교과목인 ‘직업생활’과 인형극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 출입문에는 ‘두려워 말자, 같은 인간이다!’라는 전공과 급훈이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직업생활’ 교과수업에서는 취업준비에 필요한 기본훈련, 면접체험, 이력서 작성법, 자기소개 방법, 대인관계 등을 중점적으로 배우게 된다.

  “학기 초 학생들과 상담을 해 보면,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력에 노출됐던 경험이 있었어요. 이러한 경험이 누적돼 있다 보니 학교생활에서 자신감도 부족했고, 친구들 눈치를 보게 되었고요. 지금은 그런 학생들도 인형극 수업 등을 통해 자존감을 찾아가고 있죠.”

  장애가 없었다면 운동선수나 체육교사가 되었을 거라는 송 교사는 학생들에게 몸을 이용한 운동을 늘 강조한단다. 등교 후, 전공과 학생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장애란 비장애인과 비교해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말하는 송 교사. “초·중등학교 시절에는 비장애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늘 솔선수범하는 학생이었다.”면서 그는 웃었다. “비록 목발에 의지해야 했지만, 그때만 해도 날아다녔다.”면서 송 교사는 다시 한 번 유쾌하게 웃었다.


[인형극의 대본을 직접 쓰며 장애학생들의 공연을 지도하는 송 교사]


장애에 대한 편견 깨는 인권강사

  이번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수상한 뒤 그는 부모님과 함께 고향인 전남 완도군 금당면에 다녀왔다. 그곳 동네 어르신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릴 겸해서다. 이 말을 전하면서 송 교사는 스스로를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어린 시절, 그의 손과 발이 되어준 고향 친구들에게도 늘 고마운 마음을 품고 산다. 어릴 적 고향 친구들은 지천명의 나이가 된 현재도 김포와 인천 등 송 교사와 지근거리에 살면서 자주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다.

  학창시절 헌신적으로 도와준 친구들 덕분에 장애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는 송 교사. 장애인의 아픔과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시작한 시기는 서울로 유학 와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다. 특수교육이라는 학문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를 하면서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눈뜨게 되더란다.

  현재 그의 명함에는 ‘새얼학교 교사’ 외에 ‘인권강사’라는 직함이 하나 더 표기돼 있다. 장애를 겪는 교사로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이 바로 이 ‘장애 이해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에도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이라는 표현보다는, ‘장애이해’라는 표기를 더 선호한단다. 

  “기업체,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장애 이해를 위한 강의 요청이 오면 주저 없이 달려갑니다. 무료강의여도 상관하지 않아요. 제가 바로 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에 장애를 이해하는 데는 어느 누구보다 실제적인 산교육이 가능하잖아요. 강의를 하면서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이 있어요. 장애인에게 3센티미터의 턱 높이는 30센티미터처럼 다가오고, 그로 인한 심적 부담은 3미터처럼 높게 느껴지곤 한다고요. 장애인들로서는 실제로 넘기 힘든 벽처럼 느껴질 때가 없지 않아요.”

  이처럼 장애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장애인의 인권을 따로 논할 수 없다는 게 송 교사의 설명이다. 또한 “장애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바로 세상 사람들의 편견”이라면서 그는 “단지 기록이 늦어질 뿐,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마침내 100미터를 완주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송 교사와 새얼학교 아이들은 ‘아주 특별한 산행’이라는 프로젝트를 지난 5년 동안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산악회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산행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것. 산행 전후 프로그램들은 송 교사가 주도하고, 등산 프로그램은 산악회에서 도맡아서 준비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북한산도 오르고, 학교 인근의 사방산 둘레길도 걸으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거리들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얘들아,
세상은 소꿉장난과도 같으니,소꿉장난처럼,
자신감을 가지고,재밌게 살자!"


“우리 소꿉장난처럼 재밌게 살자!”

  “이제까지 새얼학교 전공과를 졸업한 학생 수가 300명 남짓 됩니다. 현재 이들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고요.”

  재학생들과 평소 “졸업한 뒤에도 우리 꼭 다시 만나자”고 했던 약속들을 이제부터 하나씩 지켜나갈 생각이라는 송 교사. 한 가지 난관이 있다면 장애를 가진 졸업생들의 거주지역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새얼학교 학생들은 주로 파주, 의정부, 동두천, 양주, 연천 등 경기 북부지역을 주거지로 하고 있다. 때문에 졸업생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먼저 가까운 파주와 일산 지역만이라도 모임을 추진해 볼 계획이다. 그리고 향후 5년 이내에 전 졸업생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공과에서는 학생들이 취업을 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합니다. 취업이 어려울 경우에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직업지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해요. 우선 졸업생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지는 말자’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늘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것을 즐기고, 또 몸을 움직여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송이호 교사. 그는 현재 대한체육회 소속 장애인야구소프트볼협회 휠체어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일산 드래곤즈 야구팀의 유격수로도 뛰고 있다. 올해도 장애인 한일야구 친선경기에 다녀왔다는 그는 당당히 대회 MVP에 선정됐었다고 자랑했다.

  “얘들아, 세상은 소꿉장난과도 같으니, 소꿉장난처럼, 자신감을 가지고, 재밌게 살자!”

  송 교사가 평소 전공과 학생들에게 “당당하게 살자”면서 자주 일러주는 말이기도 하단다.


[송 교사는 진로직업 공모전 최우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 력을 자랑한다. 그의 관심과 에너지가 어디로 향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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