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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 정책숙려제와 학교폭력 제도 개선

글_ 이인수 고등학교 교사(교육학 박사)


 


들어가며
  교육부는 최근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11월 10일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는 지난 1차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때 다룬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방안’에 대한 권고안을 도출한 이후 진행되는 것이니만큼 제도에 대한 지적과 정책의 특성을 고려하여 현장 전문가, 이해관계자 토론과 일반국민 대상 설문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학교폭력 관련 문제는 피·가해 학생과 학부모 간에 감정적 갈등이 존재하는 만큼, 전문가 중심의 논의를 통해 결과의 수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전문가 중심의 소규모 토론을 통해 정책숙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일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정책숙려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껍데기만 남은’ 정책숙려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여기에는 이번 정책숙려제의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데 따른 지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8월만 해도 교육부는 참여단 수를 100명 정도로 고려했지만 최종 참여인원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참여단의 구성 역시 ‘국민 참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문가 중심이다. 학생·학부모 참여자 수는 10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학계나 행정전문가이다.
  한편, 교육부가 학교폭력 제도 개선 권고안 도출을 위한 정책숙려제에서 다룰 주요 안건으로는 첫째,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 차원의 자체종결 여부, 둘째, 가해학생 조치 중 경미한 사항 학교생활기록부 미기재 여부 등이다. 경미한 폭력이란 전치 2주 미만의 신체, 정신적 피해 등을 말한다. 이번 학교폭력 제도 개선 관련 정책숙려제는 30명의 숙의 참여단을 구성하고 오리엔테이션 및 한차례 합숙토론을 거친 후 이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그 결과와 통합한 권고안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학교폭력 제도 개선의 주요 쟁점
  그동안 정부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바탕으로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다음 쟁점들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대책」(2017.12.22.)에서는 사안처리 개선 과제의 경우 현재의 사안처리가 학교의 교육적 해결 노력을 차단하여 가해학생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통한 피해학생의 치유와 회복을 저해하고 재심·소송의 증가로 이어지는 등 학교 내에서 관련 분쟁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의 전문성과 신뢰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위원회의 학부모위원 비중을 줄이고, 학생교육 및 청소년지도 전문가, 법조인 등으로 인력풀을 구성, 그들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외부전문가 비중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재심 절차의 경우에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 제1항에 따르면 피해학생측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뿐만 아니라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이하 ‘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동시에 제2항에서는 가해학생측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중 제17조 제1항 제8호의 전학조치와 제9호의 퇴학조치에 대해서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이하 ‘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재심절차 이원화는 제도 운영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해학생 조치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재 제도 개선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16년 전국학교폭력 실태조사 연구(푸른나무 청예단, 2017)에 의하면 학교폭력 가해학생 선도 조치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필요하다’가 89%로 나타나 여전히 일반학생들이 갖는 가해학생에 대한 두려움을 알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의 입장에선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부 기재가 주는 불이익을 우려한 학부모 간 또는 학부모와 학교 간의 각종 분쟁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해당 학생 간의 회복과 치유,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나오며
  학교폭력은 평소 남의 일이어서 별 관심이 없다가 막상 본인의 문제가 되면 전후사정 가릴 것 없이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개의 경우 학교폭력이 발생되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사 등 이해관계자 모두 억울해하는 특징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처벌 위주의 대책에서 이제는 학생 간 관계 회복 위주의 정책 지원을 위한 ‘학교장종결제’를 도입하여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여 학교의 교육적 관계 회복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해학생 조치 학생부 기재 제도의 경우 대학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오히려 갈등 소지를 안고 있으므로 조건부 미기재 등의 묘안에 대해서도 이번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교육부(2018). 학교폭력 제도개선을 위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시작 –현장 전문가 토론 및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추진-. 보도자료(2018.11.8.).
2. 교육희망(2018.11.08.). 교육부, 학교폭력제도 개선도 정책숙려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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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리타스알파(2018.11.08.). ‘학폭제도개선’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실시..10일부터 에듀인뉴스(2018.11.08.). 또 숙려제 카드 꺼낸 교육부...10일부터 ‘학교폭력 정책숙려제’ 돌입
6 이성숙(2018). 학교폭력! 갈등에서 조정으로의 변화. 현장사례. 2018년 제3회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정책 토론회 자료집.
7. 이유미(2018). 학교폭력 제도개선을 위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방향 연구에 대한 토론문. 현장사례. 2018년 제3회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정책토론회 자료집.
8. 정이근(2016).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병과 가능성과 적용상 문제점 검토-「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를 중심으로-. 동북아법연구, 10(2), 34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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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2018).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 연구자료 CRM 2018-131. 2018년 제3회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정책 토론회 자료집(2018.7.12.).
11.  한국일보(2018.11.08.). 정책숙려제, 무늬만 국민참여...
12. 학부모뉴스24(2018.11.11.). 학교폭력 개선을 위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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