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한 걸음 더 들여다보는 고교학점제 학생 성장 중심 교육을 위한 ‘고교학점제’ 본격 시동

글_ 여미주 교육부 고교학사제도혁신팀 교육연구사

 

 

  교육을 둘러싼 문화·시설·기술 등의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교육은 표준화된 산업사회의 인재상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인 교육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고교 교육은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수능의 유불리에 의한 획일적 교육과정 운영, 강의와 암기 위주의 수업, 한 줄 세우기식의 학생 평가 등으로 학생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추진한 고교체제의 다양화가 서열화된 고교 입시로 이어져 사교육 확대, 초·중학교 교육의 왜곡, 다수 일반고의 학습 의욕 저하 등으로 이어져 공교육의 위기를 키운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여 교육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육 현장에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 유연하고 개별화된 교육, 교육의 수평적 다양화 등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고교교육 혁신 요구에 대응하기 위하여 고교학점제 도입을 준비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8월,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여,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단계적 추진 로드맵을 제시하였고, 2018년에는 연구학교 운영 등을 통해 학교 단위에서 교육과정 및 학교 운영 혁신을 위한 과제 수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 등을 발굴하는 노력을 해왔다.

고교학점제의 개념과 로드맵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고, 누적된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운영 제도이다. 학점을 기준으로 학사제도가 설계·운영되며, 세부 운영방식은 학교의 운영 여건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는 단위제 상의 단위1)를 학점으로 바꾸는 수준을 넘어, 교육과정, 평가, 졸업제도 등 학사제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요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정 측면에서, 학생의 진로·적성 및 흥미에 따른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는 한편, 학생의 수준을 고려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영역별·단계별 학점 기반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평가제도 측면에서,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필평가 중심의 상대

평가에서 벗어나, 수업을 통한 학생의 성장과 변화를 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수행평가 등 과정 중심 평가, 교사별 평가 등으로 변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학생의 성취수준을 판단하여 학점 취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과목별 성취기준 및 수준의 설정이 필요하다.

  셋째, 졸업제도 측면에서는, 출석일수를 기준으로 한 진급, 졸업을 넘어서 학생의 실제 과목 이수 및 성취 수준에 따라 진급, 졸업하는 방식으로 기준 재설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요건과 변화를 바탕으로,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기주도적인 학습 주체로서 과목 선택과 학업 설계를 하고, 수업과 평가에서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다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학습의 질 관리 등을 통해 고교 교육과정 운영 전반을 개선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교학점제는 고교교육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제도이지만, 현행 고교 학사제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므로, 제도의 도입을 위해 체계적인 준비와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8월 17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로드맵을 제시하였다<표 1 참조>. 

고교학점제, 교육 주체와 함께 만들어 갈 길

  미국, 핀란드, 스웨덴, 싱가포르, 독일, 캐나다 등 많은 나라에서 고등교육뿐만 아니라 중등교육 단계에서도 학점제를 운영 중이다. 학생의 적성과 특기, 과목 이수 경력, 진학·진로 희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과목 수강·이수가 가능하도록 커리큘럼과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등이 갖추어져 있고, 운영 경험도 오래되어, 이들 국가에서는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진행되는 학점제 논의는, 제도가 시작된 배경과 기반이 다른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도 운영의 취지와 시사점, 우리의 교육 현실과 앞으로의 비전을 고려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로 발전시키고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재학교와 일부 자사고에서 학점제를 시행 중이기는 하지만, 일반 학교의 입장에서 학점제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학생의 수요를 반영한 과목 개설과 유연한 학사 운영 등을 위한 인프라 확충, 학급 및 학교 운영 지원 체제와 학교 문화의 변화, 수업과 평가의 개선 및 이를 위한 교원의 업무 수행 방식의 변화, 학교·지역 간 격차 등 다양한 측면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와 중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교육부는 교육 현장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참여를 통해 이러한 과제들을 검토하고 방안을 만들어가며 제도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2018년 교육부는 연구·선도학교 105개교를 지정하여 3년간 운영함으로서 학점제 도입에 따른 단위학교의 필요와 요구되는 것들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학교 구성원에 대한 워크숍, 전문가들을 통한 학교 컨설팅, 포럼, 전문가 협의회, 정책 연구, 시도교육청 담당자 협의회, 네트워크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연구·선도학교 342개교를 확대 지정하고 우수사례를 확산해 가는 등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저변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1) 교육과정 총론에 따르면, 1단위는 50분을 기준으로 하여 17회를 이수하는 수업량을 의미한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